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라이너)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라이너)

"우리가 만드는 것은 '검색'이나 '챗봇'이 아닙니다. 나를 따라다니며 나를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알아서 도와주는 것. 그래서 이름도 'AI 워크 스페이스(작업 공간)'라고 붙였습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의 말을 들으면 누구나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릴듯 하다. 바로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AI) 시스템 '자비스'다.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의 작업 공간부터 아이언맨 수트까지 따라다니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학습하며 필요한 것을 제때 제시하거나 심지어는 대신 처리하는 AI다.

스타트업 라이너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런 '초개인화 AI'다. 지난달 17일 출시한 AI 워크 스페이스는 '검색용 자비스'로 볼 수 있다.

AI 워크 스페이스는 이른바 '자율 AI 에이전트'로 불린다. 올 초 해외에서 '오토GPT(AutoGPT)' 라는 이름으로 개발자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고, 스타트업은 물론 빅테크까지 수백여곳이 매달린 프로젝트가 됐다. 개인 비서라는 성격 때문에, AI 챗봇의 끝판왕으로 여겨진다.

오토GPT는 실수를 스스로 수정하는 '자율 반복' 기능을 사용해 결과물을 생성한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GPT-4'를 기반으로 만들며,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별도 메모리 공간과 데이터를 검색, 저장, 편집할 수 있는 다기능성을 갖춰주면 된다. 

가장 큰 특징은 사람 개입 없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수행한다. 챗봇이나 다른 장치처럼 일일이 작동을 지시할 필요 없이, 기본 방향만 지시하면 AI가 알아서 처리한다. 

바로 라이너의 AI 워크스페이스는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검색용 자율 AI 에이전트'다.

사용자가 복잡한 명령을 내려도 AI가 자체 판단을 통해 요청을 여러 문제로 나누고 해결한 뒤 최종 결론을 내놓는다. 기존 챗봇처럼 1차원적인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요청 사항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나올 수 있는 답을 추려낸 뒤 사용자 의도에 맞춰 출처까지 덧붙여 답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챗GPT의 경우는 '국내 대형언어모델(LLM)의 사례와 발전 동향에 대해 조사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은 어떤 전략을 구상하면 좋을지 설명해 줘'라는 질문에 일반적인 사실 중심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AI 워크스페이스는 같은 질문을 '사례'와 '동향', '전략' 등 3가지 측면으로 분리해 각 정보를 취합하고 올바른 내용인지 검증하며 논리 구조를 정리해 종합해 답변하는 식이다.

자비스처럼 늘 나를 따라다니며 학습하기 위해 모바일 앱은 물론 PC용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브라우저 확장 기능인 '라이너 AI 코파일럿'이다.

역시 GPT-4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너AI 코파일럿은 웹 브라우저에 확장 프로그램으로 깔면 된다. 별도 프로그램 실행 필요 없이, 구글에서 검색하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든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물어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 대신 라이너 AI 코파일럿을 모바일 첫 AI 검색 서비스로 선택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사용자가 웹 어디에 있든 항상 따라다니면서 사용자가 궁금한 게 있으면 궁금증을 즉시 해결할 수도 있고 이해를 못 하는 문장이 있으면 쉽게 풀어주기도 하고 요약해 주기도 하는 서비스가 코파일럿”이라며 “사용자를 따라다닌다는 차원에서 사용자의 현재 관심사나 맥락을 파악하기 이보다 좋은 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앱 형태로 출시한 것이 AI 워크스페이스”라고 말했다. AI 워크스페이스는 앱과 웹 형태로 동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아직 상용화한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국내 스타트업이 이런 결과를 내기까지는 당연히 그만한 노력이 뒤따랐다. 최근 몇개월간 라이너의 행보는 늘 '국내 최초'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지난 2월에는 AI 기반 검색 서비스 ‘라이너AI’를 론칭했다. 두달 뒤에는 156개 언어를 지원 검색 챗봇 '라이너 챗'을 공개했다. 

또 두달 뒤인 6월에는 국내 최초로 '생성 AI 웹 검색'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빙 검색'을 전면 공개한 지 한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구글은 아직도 생성 AI 검색을 테스트 중이다.

7월에는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의 확장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너 코파일럿’을 출시했으며, 결국 8월에는 AI 워크스페이스를 출시했다. 올 초부터 2개월마다 한 번씩 빅테크 수준의 굵직한 검색 관련 기술을 도입한 셈이다. 지금도 준비 중인 것이  많다고 했다. 해외 모니터링 노력도 대단하다.  

하지만 단순히 '따라 하기'에 나선 것은 아니다. 라이너에는 두가지 차별점이 있다.

첫번째는 지난 8년간 구축해 온 검색 방식과 유저 기반 정보다. 2015년 라이너는 형광펜으로 책에 밑줄 긋듯 온라인에 형광펜 기능을 도입한 서비스로 시작했다. 구글에서 검색한 정보 중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 저장할 수 있는 툴이다. 단순하게 사용자가 어떤 웹 페이지에 방문했는지를 넘어서, 그 웹 페이지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질문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자율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려면 이용자 요청에 대한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이에 맞게 해결해야 하는데, 라이너가 8년 동안 약 1000만명에 달하는 유저 데이터를 축적해 온 것이 주효했다.

라이너 기술을 총괄하는 허훈 테크니컬 리더는 “우리 강점은 고품질 문서과 개인화”라며 “하이라이터 서비스 기반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서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과, 사람에 따른 관심도 파악이 가능해 개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하더라고 이 사람한테 딱 알맞은 답변을 해주는 것이 개인화이고, 라이너는 고품질 개인화를 계속해서 차별점으로 가져가고 또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오른쪽)와 허훈 테크 리더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라이너)  
김진우 라이너 대표(오른쪽)와 허훈 테크 리더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라이너)  

두번째는 '사용자 중심 마인드'다. 김진우 대표는 “우리는 기술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UX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좋으니까 사람들이 쓸 거야'라는 마인드가 아니라, '이 기술을 대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쓸 수 있을까'라고 항상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회사를 만든 계기도 자신의 수요 때문이었다. 연세대 재학 시 검색 결과 중 자신이 진짜 의도한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번거로워, 형광펜 서비스를 떠올렸다. 그는 기술 이야기보다 "검색을 혁신해 사람들을 돕겠다"는 말을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서비스도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GPT4가 대답할 수 없는 부분들도, 라이너에서는 된다. 더 복잡한 것들을 잘할 수 있으니, 당연히 지불 의사가 많아진 것 같다"며 유료(프로 버전) 구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한다고 전했다.

개발 방향도 밝혔다. “결국 AI 워크스페이스는 오토 AI 에이전트를 접목한 일종의 검색창”이라며 "지금은 검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정보를 찾고 최종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능을 붙여서 사람이 하고 싶었던 일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자비스가 하는 일 그대로다.

김 대표의 목표는 "전 세계인이 라이너의 AI 에이전트를 쓰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도 간단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더 적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8년전 무명의 스타트업이 네이버와 구글이 버틴 검색 분야에 뛰어들 때만 해도, 주변 상당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라이너는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기능을 꾸준하게 고도화, 그 결과 글로벌 160개국의 1000만명의 전문가 유저를 보유한 검색 서비스로 성장했다.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링크드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것은 물론 비즈 스톤 트위터 창업자와 로셰를 킹 넷플릭스 부사장 등이 라이너 서비스를 애용한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아직은 멀게 느껴질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서비스' 역시 언젠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가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라이너는 8년째 한길을 걷고 있다.

이주영 기자 juyoung0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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