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핑 로봇 개발에 이용되고 있는 거미(출처=셔터스톡)

맨체스터대학 연구진이 점핑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제왕깡충거미(Phidippus regius)를 연구 중이다. 연구진은 뛰어오를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위해 제왕깡충거미가 점프하는 모습을 고속 비디오로 녹화했다.

제왕깡충거미 킴

고속 비디오에는 손가락만 한 크기의 암컷 제왕깡충거미 킴의 모습이 찍혀있다. 킴은 자신의 몸길이의 6배가 넘는 높이를 점프해서 이동한다. 인간의 측면에서 보자면 약 9m를 점프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킴이 점프하는 모습을 15차례 녹화한 뒤 3D CT 스캔 등을 분석해 각 점프의 궤적과 점프하는 데 사용된 힘을 분석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깡충거미의 생체 역학이 로봇에서 재현될 때 로봇의 생체 역학적 한계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경량이지만 강력한 힘으로 공중에서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러셀 가우드는 킴의 짧은 점프가 낮은 각도의 궤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3cm 미만의 낮은 점프는 다른 요소보다 속도와 정확성을 우선시한다. 반면 6cm 이상의 높은 점프는 더 가파른 궤도를 보인다.

연구진은 현지의 애완동물 상점에서 4마리의 깡충거미를 구입했지만 그중에서 점프 연구에 가장 소질이 있었던 것은 150mg의 몸무게에 15mm의 몸길이를 가진 킴이었다. 킴의 점프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먹이를 이용해 킴이 점프하도록 유도하지 않고 킴을 관찰했다. 그래서 킴의 점프 연구에는 1주일이 소요됐다.

대신에 연구진인 킴이 한 플랫폼에서 근처의 다른 플랫폼으로 점프해서 이동하도록 만들었다. 연구진은 킴이 점프해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까지 플랫폼을 이동시켰다.

깡충거미의 생체역학

연구진은 킴이 마치 투석기를 던질 때의 근육 움직임과 비슷하게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급격하게 근육을 수축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거미는 한 쌍의 다리만을 사용해 점프하는 다른 곤충과 달리 두 쌍의 다리를 이용해 점프했다.

연구진은 거미가 점프할 때 수압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밝히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앞으로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왕깡충거미는 상당한 점프력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절지동물에 비해 최대 점프 거리가 짧다. 이것은 제왕깡충거미가 먹잇감을 정확하게 잡아먹기 위해 점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곤충들은 포식자로부터 도망가야 하기 때문에 점프 거리가 길다.

킴의 공중 동작 및 착륙 자세에서 목표물의 성격에 따라 다리 위치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것은 시야가 불충분하거나 가속도가 높은 상태에서 움직임을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깡충거미(출처=픽사베이)

깡충거미는 얼굴에 4개의 큰 눈이 있고 머리 위에 4개의 작은 눈이 있어 시야 확보를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점프를 하는 데 필요한 거리, 각도, 적절한 타이밍 등을 잘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이 많다고 해서 시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깡충거미는 매우 가까이 있는 물체만 볼 수 있기 때문에 60mm이상 점프하지 않는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간단한 점핑 로봇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들은 거미의 다리가 어떻게 대량의 에너지를 신속하게 전달하는지 추가 연구를 계획 중이다. 연구진은 점핑 로봇이 작물을 먹어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살충제 없이 통제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실제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거미의 생체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