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이미지(출처=셔터스톡)

자율주행 기술의 진보는 도로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큰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동시에 윤리적, 도덕적인 문제를 껴안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가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심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행동 신경과학 저널에 발표됐는데, 운전자의 선택은 대부분 잠재적 피해자의 나이와 관계가 있었다. 운전자는 차를 보도 쪽으로 돌려 사고를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자율주행 차량에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구의 목숨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앞으로 도덕적인 평가가 필요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자동차가 내린 결정에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여러 운전 상황에서 어떤 위험을 무릅쓰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 것이다.

오스나브뤼크대학 인지 연구소의 라세 베르크만과 동료들은 자율주행 차량 및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르게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하고 있지만 이런 차량의 움직임과 판단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려면 윤리적, 도덕적인 토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부상과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향상된 기술로 인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운전 실력이 사람 운전자보다 나아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자율주행 차량이 인간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차량이 도덕적인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를 장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차 앞에 어린아이가 뛰어들었는데, 자율주행 차량이 어린아이를 피하려다가 다른 생명을 희생할 수도 있다. 즉 어떤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차량을 프로그래밍해야 하느냐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향상된 기술로 교통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출처=게티이미지)

인간의 직관과 윤리적 지침

독일 교통부는 자율주행 차량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일련의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판단은 일반인들의 직감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베르크만은 다양한 운전 상황에서 인간 운전자의 직감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상 실험을 설계했다. 이 실험 과정에는 도덕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인식되거나 혹은 인식되지 않는 다양한 조건이 포함됐다.

표준 도덕적 사고 실험에서 테스트 대상은 고정된 두 개의 차선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면 피험자는 도덕적으로 어려운 딜레마를 마주한다. 차선을 바꾸면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이 희생되고, 차선을 바꾸지 않으면 아주 어린 나이의 피해자가 희생되거나 운전자 스스로가 희생해야 한다.

이 실험 결과는 인간의 직감과 윤리적 지침이 종종 어긋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르크만은 독일 윤리위원회가 이런 경우 차량 내에 탄 승객의 생명을 희생하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윤리위원회의 권고 내용과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도로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을 구하는 데 집중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는 어린 사람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베르크만은 따라서 자율주행 차량이 윤리위원회가 제정한 규칙에 따라 프로그래밍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의 결정에 불만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고든 피파는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 차량 연구에 적용될 미래 규칙의 제약 사항과 목표를 정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는 이제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베르크만은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 다양한 딜레마 상황을 살펴보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와 상황을 철저히 조사해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