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가는 로봇(출처=게티 이미지)

일반적으로 로봇이라고 한다면, 플라스틱이나 금속, 혹은 이외 다른 단단하고 딱딱한 재료로 이루어진 기계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로봇이 작업 현장에서 인간과 동일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점차 발전하면서, 이런 재질은 같이 일하는 인간에게 자칫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처럼 보다 부드러운 소재로 로봇을 만드는 일이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 관심을 끌고있다.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기계 및 우주공학 박사후연구원인 빅토리아 웹스터-우드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인간이 만든 재료와 천연 재료의 혼합체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과학자들이 이제는 쥐와 닭의 골격근을 사용해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제작하는 추세라는 것.

최근에도 이렇게 탄생한 로봇이 있다. 일본의 유야 모리모토와 히로아키 오노에, 그리고 쇼지 타케우치 연구진들이다. 이들은 살아있는 쥐의 근육을 사용해 새로운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했다. 특히 인공 골격에 실험실에서 배양한 살아있는 근육을 접합시켜 마치 인간 손가락 모양의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가 게재된 사이언스 로보틱스 저널은 이와 관련, 이 하이브리드 로봇의 설계가 인간 손가락의 움직임과 모습을 재현해냈다고 평가했는데, 걷기와 쥐기 등의 행동도 수행이 가능하다.

해당 실험 연구에서 연구팀은 공학적으로 설계된 근육 조직이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시간이 지나면 점차 기능을 잃고 수축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과거에는 높은 수준으로 로봇이 작동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골격근 조직의 길항쌍을 활용하는 개념을 채택했는데, 길항 작용이란 상반되는 2가지 요인을 동시에 작동시켜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의미다. 가령 근육을 펴는 신근과 구부리는 굴근, 심박을 촉진하는 교감 신경과 억제하는 부교감 신경 등이 서로 다른 길항 작용의 대표적 예다. 마치 팔꿈치를 구부릴 때 이두근의 길이가 짧아지고 수축 시 삼두근의 길어져 이완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조 공정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 제작의 가장 첫 단계는 바로 로봇의 골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골격은 근육조직을 위한 앵커와 전기 신호, 관절의 쌍들로 구성된다. 또한, 관절과 앵커 사이를 연결하는 유연한 리본들이 있어, 이 리본들이 당겨지면 관절이 회전하는 등 인간의 근육 골격계를 그대로 모방하는 기능이 수행된다. 그다음으로는 골격 근육 조직의 형성이다. 모리모토를 주도로 한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미성숙한 동물 근육 세포의 작은 부분을 가져와 몇 개의 하이드로 젤 시트 안으로 넣었다. 그곳에서 근육 세포는 액체 수조의 도움으로 성숙하게 성장, 곧 시트는 로봇 뼈대에 부착될 수 있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살아있는 근육을 대립적인 작용의 길항쌍으로 정렬시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타케우치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근육이 구축되는 순간, 인체가 기능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게 로봇은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하는 길항 작용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연

시연의 일부로 연구팀은 로봇이 근육 조직에 전류를 흘려보내 로봇이 근육을 수축시켜 고리를 집고 운반, 다시 반대편 근육을 이완시켜 내려놓는 작업을 수행시켰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개발한 로봇이 기존의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이 실물 움직임을 모방할 때 나타나는 한계를 뛰어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근육 작동 로봇의 향후 버전이 공학자들이 보다 민첩하고 고급스러운 인조 보형물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인간과 비슷한 근육 시스템으로 인해 의학 연구에서 독소와 약물 테스트를 실험할 때 동물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랩탑 보는 로봇(출처=123RF)

장애물

그러나 아직 더 창조하고 개발할 부분이 남아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기계의 접합부가 기능을 생성하고 로봇의 움직임을 다소 뻣뻣하게 만든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다음 단계에서는 생체 적합성 윤활제를 추가해 예측 가능하고 더욱 부드러운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기타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

이번 연구에 앞서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도 해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바로 '메우소이드(medusoid)' 로봇으로, 각 팔이 단백질 선으로 패턴화되어있다. 이는 근육 세포가 해파리 근육과 같은 방식으로 패턴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외에도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팀은 가오리의 움직임을 모방해 생동감 있는 수영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이 로봇에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쥐의 심장 세포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