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체험을 하고 있다(출처=셔터스톡)

노인은 풍부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명한 조언을 하며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요즘 일부 청년이나 부양자들은 노인들이 짜증을 내거나 광폭하게 행동하고, 샤워나 옷을 갈아입는 것을 싫어한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제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지능력이 저하된 노인과 치매 노인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됐다.

노인 공감 VR 시뮬레이션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노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가상현실(VR)을 활용하고 있다. 신경학자 다니엘 C. 팟츠 박사는 청년이 치매에 걸린 노인과 소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예술을 생명에 가져 오다(Bringing Art to Life)’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시카고 노스사이드 고등학교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청력과 시력 문제가 있는 알프레드라는 이름의 74세 노인과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베아트리스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이 되어보는 체험을 하도록 했다.

알프레드와 베아트리스 체험

알프레드라는 인물이 경험하는 세상을 실시간 영상처럼 보면서 시력 및 청력 감퇴, 인지 장애를 겪는 사람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말기에 걸린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5분간의 영상을 통해 치매로 인한 불안과 혼란을 경험해 볼 수 있다.

VR 트레이닝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감 능력이 향상됐으며 노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와 관련된 직업군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팟츠 박사는 VR 프로그램이 노인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디어의 시발점

팟츠 박사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후 이 VR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질환 연합의 부사장인 베스 칼미에르(Beth Kallmyer)는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에 유용하다”고 밝혔다. 또한 노화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나 기억력 감퇴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모듈이라고 덧붙였다.

러쉬 대학병원 의사인 닐룸 아가왈(Neelum Aggarwal)은 베아트리스 모듈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뇌 작용으로 시각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치매에 걸리면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언급하며 VR 모듈로 직접 치매를 경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가왈 박사는 올해 9월 의약대학 학생 60명과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VR 트레이닝을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VR 모듈 개발자인 캐리 쇼(Carrie Shaw)는 10대부터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펴 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호자들이 치매에 걸린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