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작업에 앞서 장비를 점검하는 미국 해군 잠수부(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얼마 전, 태국 동굴에 17일간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 13명이 전원 무사히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나 전 세계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미국의 베테랑 잠수부들과 의료진이 합심, 그야말로 ‘다국적 구조대’가 일궈낸 쾌거였다.

구조 과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구조 작업으로 손꼽힐 만큼 난해하고 위험했다. 동굴 내부가 좁고 미로처럼 복잡한 데다 폭우로 내부의 물이 급격하게 불어나, 구조대는 목숨을 담보로 구조 작업을 펼쳐야 했다. 실제로 전직 태국 해군 네이비실 대원이었던 잠수부가 잠수 도중에 산소 부족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번 구조 작업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무엇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의연했던 소년들과 코치, 자신의 목숨 따위 아랑곳없이 물속으로 뛰어든 구조대가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동원해 구조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 전 세계인들의 격려와 관심을 끌어낸 언론 매체도 빼놓을 수 없다.

“동굴 내부를 시뮬레이션, AR과 VR 활용해 구조 작업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AR과 VR로 태국 동굴 소년 구조 작업 보도

AR과 VR을 활용한 구조 보도

미국의 언론 매체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활용해 태국 동굴 소년 구조 작업을 중계했다. 사람이 직접 촬영할 수 없는 여건상 부득이하게 동굴 내부를 시뮬레이션해 방송할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구조의 어려움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미국 뉴스 전문 방송 네트워크 CNN은 VR로 복잡한 동굴 내부를 중계했다. 비록 시뮬레이션이지만 태국 유소년 축구단이 동굴 탐험을 떠나 동굴에 갇히기까지의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AR 기술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구조 현장을 전달했다. 뉴욕타임즈는 온라인판에서 AR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구조 과정을 전달,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을 끌어냈다. 뉴욕타임즈의 경우 AR이나 VR을 이용한 뉴스 전달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부터 ‘NYT VR’이라는 앱을 선보이며 VR 보도에 뛰어들었다. 당시 독자들에게 골판지를 접어 만드는 VR 헤드셋 ‘구글 카드보드’를 무료로 배포했으며, 이후에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VR 콘텐츠를 자체 생산한 바 있다.

AR과 VR을 발 빠르게 도입하는 미디어

▲가판대에 진열된 태국 신문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언론 매체들이 AR과 VR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청중 밀착형 보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태국 동굴 소년 구조 작업을 보도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시청자 및 독자들에게 실제로 가보지 못한 장소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에 AR과 VR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더불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입은 지면 매체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지면 매체 대부분 각자의 온라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AR과 VR을 영리하게 활용한다면 구독층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