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출처=위키미디아 커먼스)

제약 업계는 수십 년 동안 약물의 효능과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시험하기 위해 동일한 방법을 사용해 왔다. 바로 동물 실험이다. 그렇지만 동물이 인간 편의를 위해 이용된 것은 비단 현대 제약 업계에서만은 아니다.

심지어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도 동물 실험이 있었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그리스 시대 과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나 이라시스트라토스(304?258 BC) 조차 실험 및 약물 테스트 목적으로 동물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의약품이나 과학 실험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동물 실험' 대체할 데이터 애널리틱스

존스홉킨스대학 공중보건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화학 물질의 유독성을 검사하는 것이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것보다 더 정확도가 높은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알려진 화학물질을 데이터베이스화 및 분석해 각종 화학 구조 유독성을 구조화했다. 그 결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욱 정확한 유독성 측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80만건 독물학 실험과 1만여 가지 화학 혼합물의 구조와 성격에 대한 자료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했다. 이들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버 시스템의 컴퓨팅 파워를 빌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또한 이를 통해 알려진 화학물의 구조와 연관된 유독 성질을 구조화했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독성 측정은 87%의 예측 정확도를 보여, 평균 81%의 정확도를 지닌 동물 실험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분석이 동물 실험 외에도 제약회사들에서 사용하는 다른 화학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물론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모든 화학 물질을 다 테스트해 볼 수는 없었다. 추후 충분한 자원이 확보되고,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 더 많은 화학 물질에 대한 실험이 재개될 예정이다.

예측 동물 실험에 관한 연구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 외에도 정보 및 애널리틱스 기업 엘스비어 역시 거대 제약업체 베이어와 함께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합동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예측 동물 실험이 인간 연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냈다.

합동 연구팀은 160만 건 이상 중요 이벤트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데이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인간 및 실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다섯 가지 동물군에 관한 정보다. 그 결과 모든 동물 실험이 인간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위 연구는 사상 최대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기 때문에 빅 데이터 연구 분야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졌다.

엘스비어 과학 서비스 디렉터 매튜 클라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빅 데이터 연구 분야의 커다란 도약”이라며 “인간과 동물이 동일한 의약품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긴 하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로 일치된 반응을 보이는가를 이 정도 스케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윤리적 실험 방식 추구하는 제약 업체들

엘스비어와 베이어 합동 연구팀은 빅 데이터 연구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즉, 동물을 대상으로 실제 실험을 진행하지 않고도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생물 종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약품의 효능 및 안정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 방식이 제약 회사에 도입된다면 확실히 동물 실험과 관련한 윤리적 논란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물 실험 외에도 다양한 실험 방식의 선택지가 생겨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쥐, 원숭이, 그리고 토끼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동물 실험에 제약 업계 및 의료계가 지출하는 돈은 해마다 35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동물 실험의 방법 및 절차가 안전 및 윤리 기준을 충족하도록 감시하는 기관을 두고 있다.

이는 과학자들이 테스트 절차나 약품 연구, 개발 과정 및 방법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자신들이 적법적이고 필요한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가정 하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빠른 연구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많은 회사들이 필요한 법적 규제를 따르지 않거나, 규제 이행 감시에 요구되는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 실험을 줄일 목적으로 ▲미국 국립보건원과 환경보건국 ▲국립보건원 산하 독성물질관리프로그램 ▲식품의약청은 ‘Tox21’이라는 프로그램을 창설했다. 동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정확도와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의약품 실험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는 유럽 연합이 지난 2013년 처음으로 동물 실험에 대한 문제늘 제기하자 촉발된 움직임이다. 유럽 연합 국가들은 화장품 실험에 동물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유럽화합물질청에서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 실험 방식을 찾을 것을 유럽 내 기업 및 의료 연구 기관들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