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나가사키 지역(출처=플리커)

최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사건을 재현해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상현실(VR)이 주목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미국 B-29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이 원자폭탄 폭발로 인해 도시의 90%가 파괴되고 총 8만 명이 사망했다. 그 후 수만 명의 히로시마 주민들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사망했다. 이로부터 3일 후에는 나가사키 지역에 또 다른 폭탄이 투하되어 4만 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히로히토 천황은 원자폭탄은 가장 잔인한 폭탄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의 조건 없는 항복을 선언했다.

원폭 사건을 재현한 이유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가상현실(VR)을 이용해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사건을 재현했다. 학생들은 사람들이 VR을 통해 파괴된 도시의 공포를 체험해 봄으로써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폭발 사건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타임스지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총 제작 기간 2년이 소요됐으며 5분간 폭탄이 떨어지기 전, 떨어질 때, 떨어진 후의 과정을 VR로 체험할 수 있다. 히로시마의 풍경뿐만 아니라 소리까지도 VR로 재현해냈다. 원자폭탄 폭발 사건 이후 73년이 지났지만, VR을 통해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체험할 수 있다.

VR 체험의 의미

프로젝트를 진행한 일본 학생 중 한 명인 메이 오카다(Mei Okada)는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때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 체험자들은 폭탄이 떨어지기 전 히로시마의 모토야수 강의 풍경과 주변 건물을 볼 수 있으며 시마 병원의 정원이나 우체국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시마 병원은 현재 원자 폭탄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히로시마 원폭 돔’이라고도 불리며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매년 8월 6일 수천 명의 일본인이 원자폭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다.

히로시마 원폭 사건의 교훈

VR 체험을 개발한 학생들은 후쿠시마 기술고등학교 소속으로 원폭 사건 반세기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이다. 18세 유히 나카가와(Yuhi Nakagawa) 학생은 “처음에는 원폭 사건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사라진 폭탄 투하 전의 건물들을 재현하면서 원자폭탄의 파괴력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러한 경험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원폭 사건의 교훈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VR로 히로시마 원폭 사건을 재현했다(출처=플리커)

경험 토대로 작업한 VR 프로젝트

학생들은 원폭 사건 전의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과거 그림엽서나 사진을 연구했으며, 원폭 사건의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경험을 기록했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빛이나 건물 표면 등 세부적인 것들을 디테일하게 나타냈다. 학생들을 지도한 컴퓨터 교사인 카츠시 하세가와(Katsushi Hasegawa)는 과거 히로시마 풍경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VR로 옛 풍경을 훌륭하게 재현해 냈으며 향수가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원폭 사건 생존자들은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서둘러 완성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언급했다.

개발자 지지자(Developer Advocate)인 피터 오쇼네시(Peter O'Shaughnessy)는 VR은 게임 외에도 활용 방법이 다양하다고 밝혔다. VR 앱을 통해 다른 장소를 체험해 볼 수 있으며 360도 영상을 통해 더욱 실감 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안네 프랑크의 집 박물관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안네가 나치로부터 몸을 숨겨 일기를 썼던 비밀의 별채(Secret Annex)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VR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예비 부모들이 출산을 체험할 수 있는 VR 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