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의 그림이 움직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독자들의 상상은 증강현실 덕분에 현실이 됐다(출처=123RF)

오늘날 축구팬들은 어제 놓친 축구 경기를 생각하며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간신문을 통해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증강현실(AR) 덕분이다.

현대에 이르러 미디어 산업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AR은 프린트미디어(print media)와 뉴미디어(new media)를 가르는 하나의 잣대가 됐다. 신문·잡지 등으로 대변되는 프린트미디어는 정적 콘텐츠다. 독자와 상호작용은 기대하기 어렵고, 독자에게 수동적인 즐거움만 제공한다.

하지만 첨단 기술과 결합한 뉴미디어는 동적 콘텐츠다. 높은 수준의 상호작용과 더불어 독자에게 능동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AR은 강점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간극을 좁힌다는 점이다. 휴전선을 뚫고 남북을 연결한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Bild)’는 지면과 AR을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슈프링어AG(Axel Springer AG)’ 산하의 빌트는 유럽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 빌트는 신문 지면의 그림을 30초 클립으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문 지면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면 그림 속의 대상이 실제로 움직이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기를 신문을 통해 관람할 수 있게 된 것.

빌트의 마티아스 브레젤만 스포츠부 편집장은 "유럽에서 AR을 도입한 신문사는 빌트가 처음"이라며 "신문을 구입한 독자들은 스포츠 영상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레젤만 편집장은 현재 AR을 통해 신문의 매력을 더하고, 디지털 뉴스의 가능성 타진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AR이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기세다. 빌트의 모그룹 악셀슈프링어AG는 AR의 적용 분야를 늘릴 계획이다. 향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전 분야로 AR을 확대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독일 빌트는 신문지면의 그림을 30초 클립으로 변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출처=위키미디아 커먼스)

뉴미디어로의 전환을 꾀하는 기업은 악셀슈프링어AG뿐만이 아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애플 iOS 기반의 AR 시스템을 도입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월 한국에서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독자들에게 AR 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AR 서비스를 제공한다. AR을 통해 세계 전역의 랜드마크나 사건·사고 현장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제레민 길버트 전략기획국장은 "AR 덕분에 스토리의 생생함이 배가 됐다"고 호평했다.

출판계에서 AR이 성공하려면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기술의 특성상 여러 내·외적 요인이 결합해야만 가능하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보급 확대, 다양한 앱스토어 창출, 모바일 판매 채널 확보 등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AR을 통한 경험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짜임새 있는 기사가 밑바탕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