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오이드계 약물은 통증 완화에 사용되지만 오남용하면 해로운 결과가 나타난다(출처=플리커)

오피오이드는 통증을 경감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화학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마취제 등의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의사가 처방을 내려 단기간 사용하는 오피오이드는 안전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만약 오피오이드 약물을 오남용한다면 의존증, 중독 등의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만성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인해 뇌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W. 코스텐 박사와 토니 P. 조지 박사는 '오피오이드 의존증의 신경생물학: 치료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논문에서 이런 점을 지적했다.

가상현실 집중 치료

전문가들은 오피오이드에 대한 환자의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HTC 바이브(Vive) 등의 VR 헤드셋을 이용하면 환자가 완벽하게 몰입된 환경을 체험하게 된다. 이 헤드셋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은 3D 배경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감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VR을 치료에 응용하는 경우는 특정 장애, 보통 심리장애를 치료하는 데 사용됐다. 그리고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환자의 오피오이드 의존성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의 TV 방송국인 WGHP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한 환자가 VR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의사들은 VR 치료가 물리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오토바이 사고 환자는 VR 기술을 활용해 오피오이드에 의존하지 않고 회복 중이다.

이 환자는 만성 통증과 골절 부상 등을 치료하느라 약물을 많이 사용했고, 이에 따라 오피오이드 중독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VR 기술을 활용해 신체 움직임 범위를 대폭 향상시키면서 약물 사용을 줄이게 됐다. 아직 부기와 허리 통증은 여전하지만 편두통이나 호흡은 많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이 기술은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브레이크스루 물리치료소(BreakThrough Physical Therapy)가 제공한다.

물리치료의 일부로 사용되는 VR 기술

브레이크스루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헤더웨이는 VR 기술을 통해 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고통을 이해하는 방법과 뇌가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헤더웨이는 VR 기술이 환자의 고통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환자가 능동적인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헤더웨이는 VR 치료 세션이 통상적으로 통증 평가 테스트로 시작해 15~30분 정도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데이터가 해당 환자의 고통에 대한 반응 등을 표시하고 환자는 자신이 행할 VR 가이드 명상 세션을 선택할 수 있다.

그는 인간의 두뇌가 통증에 매우 민감하지만 VR 기술이 환자의 고통 감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자가 VR 영상을 보며 몸을 움직이면 일반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을 때보다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VR 헤드셋을 착용한 환자는 호흡 운동, 마음 챙김 운동, 명상 등을 행할 수 있다.

고통 달래기

유전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 저널리스트 조 마천트는 VR이 오피오이드 중독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 특히 전 세계 오피오이드 공급량의 80%를 소비하는 미국에 이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미국 의사들은 환자들이 겪는 지속적인 통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를 처방해왔다. 이런 통증의 종류로는 관절염, 편두통, 섬유근육통, 사고 후유증 등이 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사용하면 약물의 효과가 떨어질 뿐더러 중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피오이드 남용을 막기 위해 VR 기술이 어느 정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TV 시청이나 색칠하기 등 환자의 주의를 끄는 다른 행동에 비해 VR은 환자가 다른 곳에 더 심도 있게 집중하도록 만든다.

한편 리서치 회사인 PRA 헬스 사이언스(PRA Health Sciences)의 린 웹스터 박사는 급성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VR 기술을 연구했다. 환자들이 흥미진진한 VR 세계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신체 통증을 느끼는 체내 신호를 처리하는 데 관심을 덜 기울인다는 것이다.

웹스터는 마찬가지로 VR 신경 심리 치료(Virtual Reality Neuropsychological Therapy, VRNT)라는 개념을 인용했다. 이 개념은 뇌가 고통 등을 '고의적으로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실리콘 밸리의 회사 코그니피센스(CognifiSense)다. VRNT는 환자에게 경험적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학습 등을 제공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전문가들은 교훈적인 학습, 이론적인 지식을 제공했는데, 현재는 경험 학습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VR은 사람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치료법에 사용된다(출처=펙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