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기술은 정신건강 치료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출처=123RF)

스위스 로잔공과대학(EPFL) 행동유전학 연구소 연구진은 불안을 느낀 사람의 반응을 평가하기 위한 VR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환자의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VR티고(VRTIGO)로 개발한 VR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됐다. 가상현실(VR)은 사용자가 마치 실제 환경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컴퓨터로 생성된 인공 3D 환경이다. 사용자는 특수 인터페이스 장치 및 헤드셋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아주 현실적인 장면과 감각을 느낄 수 있다.

VR 화면을 보며 감각 자극까지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VR 도구가 정신건강 치료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수많은 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치료에 VR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에모리대학 의학부 제시카 메이플스-켈러 박사는 '불안 및 기타 정신질환 치료에 VR 기술 사용'이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VRTIGO VR 프로그램

카르멘 샌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어떤 사람이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됐을 때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VR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를 모아 센서와 VR 헤드셋을 착용시킨 뒤 참가자들이 이 도구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그런 다음 헤드셋 디스플레이에 극단적으로 가파르고 높은 산 꼭대기 등 불안을 유발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이 가상 영상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로 높은 곳에 서 있는 것처럼 반응했다. 이들은 신중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손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VRTIGO VR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 연구 도구다. 제네바 국제 영화제에서 해당 시스템이 상세히 공개됐다.

알 수 없는 공간으로 걸어가기

VRTIGO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릭 스튜더와 호아오 로드리게스는 실험 참가자들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할 때 자신들이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 프로그램이 18세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험 도중 시스템은 사용자의 생리 반응에 대한 정보를 추적했다. 또한 사람의 움직임, 방향 및 신체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가속도계가 부착돼 있었다. 참가자의 코르티솔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타액 검사도 진행됐다. 코르티솔 수준을 알아보면 참가자들이 VR 영상을 보고 느낀 스트레스 수준을 알 수 있다.

스튜더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만약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긴장을 느낀다면 잠시 눈을 감거나 헤드셋을 벗어버리면 감각 인식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이런 실험이 필요한 이유

▲VR은 스트레스, 공포증, 불안증 등을 느끼는 사용자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출처=123RF)

스튜더와 EPFL팀은 똑같은 상황에 노출됐을 떄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즉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VR 실험이 단순한 놀이일 수 있찌만 어떤 사람들의 실험 참가 결과는 과학자나 의료 관계자들이 사람의 불안증에 대해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이 실험 참가 결과는 익명으로 유지되며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참가하겠다고 말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실험 시작 전 자신의 감정 상태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스튜더는 이 테스트가 점차 널리 보급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배경,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내년에 더 확대된 연구 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VR 프로그램 제작진 중 한 명인 스테판 스트로이버는 현재 이 프로젝트가 제네바 국제 영화제의 일환으로 메종 코뮤날 드 플랭팔래의 지하 공간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 노출 요법

한편 간호사의 전문성 개발 및 학습을 지원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간호 조직인 시그마 테타 타우 국제 간호회(Sigma Theta Tau International Society of Nursing)는 VR 노출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예를 들어 폭풍에 대한 두려움, 고소공포증, 비행에 대한 두려움, 다리에 대한 두려움 등을 VR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사용자는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되면서 자신의 불안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런 불안 상황에 점차 익숙해지면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호회 측은 VR 세계가 사람들이 실제로 두려움을 느끼는 환경과 동일한 수준이지만 현실에서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