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공과대학(EPFL) 행동유전학 연구소 연구진은 불안을 느낀 사람의 반응을 평가하기 위한 VR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환자의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VR티고(VRTIGO)로 개발한 VR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됐다. 가상현실(VR)은 사용자가 마치 실제 환경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컴퓨터로 생성된 인공 3D 환경이다. 사용자는 특수 인터페이스 장치 및 헤드셋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아주 현실적인 장면과 감각을 느낄 수 있다.
VR 화면을 보며 감각 자극까지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VR 도구가 정신건강 치료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수많은 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치료에 VR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에모리대학 의학부 제시카 메이플스-켈러 박사는 '불안 및 기타 정신질환 치료에 VR 기술 사용'이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VRTIGO VR 프로그램
카르멘 샌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어떤 사람이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됐을 때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VR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를 모아 센서와 VR 헤드셋을 착용시킨 뒤 참가자들이 이 도구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그런 다음 헤드셋 디스플레이에 극단적으로 가파르고 높은 산 꼭대기 등 불안을 유발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이 가상 영상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로 높은 곳에 서 있는 것처럼 반응했다. 이들은 신중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손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VRTIGO VR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 연구 도구다. 제네바 국제 영화제에서 해당 시스템이 상세히 공개됐다.
알 수 없는 공간으로 걸어가기
VRTIGO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릭 스튜더와 호아오 로드리게스는 실험 참가자들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할 때 자신들이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 프로그램이 18세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험 도중 시스템은 사용자의 생리 반응에 대한 정보를 추적했다. 또한 사람의 움직임, 방향 및 신체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가속도계가 부착돼 있었다. 참가자의 코르티솔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타액 검사도 진행됐다. 코르티솔 수준을 알아보면 참가자들이 VR 영상을 보고 느낀 스트레스 수준을 알 수 있다.
스튜더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만약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긴장을 느낀다면 잠시 눈을 감거나 헤드셋을 벗어버리면 감각 인식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이런 실험이 필요한 이유
스튜더와 EPFL팀은 똑같은 상황에 노출됐을 떄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즉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VR 실험이 단순한 놀이일 수 있찌만 어떤 사람들의 실험 참가 결과는 과학자나 의료 관계자들이 사람의 불안증에 대해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이 실험 참가 결과는 익명으로 유지되며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참가하겠다고 말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실험 시작 전 자신의 감정 상태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스튜더는 이 테스트가 점차 널리 보급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배경,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내년에 더 확대된 연구 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VR 프로그램 제작진 중 한 명인 스테판 스트로이버는 현재 이 프로젝트가 제네바 국제 영화제의 일환으로 메종 코뮤날 드 플랭팔래의 지하 공간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 노출 요법
한편 간호사의 전문성 개발 및 학습을 지원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간호 조직인 시그마 테타 타우 국제 간호회(Sigma Theta Tau International Society of Nursing)는 VR 노출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예를 들어 폭풍에 대한 두려움, 고소공포증, 비행에 대한 두려움, 다리에 대한 두려움 등을 VR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사용자는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되면서 자신의 불안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런 불안 상황에 점차 익숙해지면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호회 측은 VR 세계가 사람들이 실제로 두려움을 느끼는 환경과 동일한 수준이지만 현실에서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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