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현실의 목적은 기술과 실제 환경의 결합이다(출처=123rf)

가상현실은 '개인이 탐험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3차원의 컴퓨터 생성 환경'으로 정의된다. 이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은 사물을 조작하거나 특정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가상현실은 실제 인간의 경험을 토대로 구성되며, 그만큼 실제와 가깝다. 인간은 촉각, 미각, 후각, 시각, 청각의 오감을 통해 현실을 인지한다. 이는 인간의 현실 경험은 인간의 뇌가 처리하는 감각의 정보 조합에 기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상현실 내에서도 뇌의 자극을 통해 모든 감각이 실제처럼 나타날 수 있다.

영국 IT 매체, '가상현실 사회(Virtual Reality Society)'는 헤드셋, 러닝 머신, 장갑 등 현실적인 환상을 창조하기 위해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도구를 사용해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다고 전한다.

가상현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감각적 동시성(sensory synchronicity)'의 결합을 통해 특정 환경에서 이용자가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가상의 환경은 다양한 시나리오와 요청에 적절한 응답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인에게 실제 환경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이처럼 가상현실의 주된 목표는 자유로운 흐름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과 실제 환경을 원활히 결합하는 것이다.

가상현실과 공감

공감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타적 행동을 조장한다.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공감을 가르치는 연구도 이뤄지고있다.

'플로스 원(PLOS ONE)' 저널에 실린 스탠포드대학 페르난다 에레라(Fernanda Herrera)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상현실은 소외된 집단에 대한 공감, 도움을 주는 행동, 긍정적인 인식을 장려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에레라 교수와 연구진은 500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한 무리의 참가자들에게 노숙자에 관한 이야기를 활자로 읽게 했으며, 다른 무리의 참가자들에게는 가상현실을 통해 노숙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공감'이라 한다. (출처=Dmitriy Shironosov)

연구진은 두 집단을 통해 노숙자에 대한 공감도의 차이를 찾고자 했으며, 실제로 가상현실을 통해 이야기를 접한 이들의 공감도가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참가자들 전원에게 노숙자 지원을 위한 청원서에 서명하도록 요청했을 때도 가상현실 참가자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서명할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실험이 끝난 8주가 지나서도 이 공감 능력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밝혀냈다.

다만, 연구진은 자신들의 연구에 몇 가지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첫째, 이전에는 가상현실을 경험한 적이 없던 참가자들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혼란을 겪었을 수 있다. 둘째, 노숙자에 대한 참가자들의 태도는 실험 전에 미리 고려되지 않았다.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가상현실이 공감을 증진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결론냈다.

기타 가상현실 실험

'와이어드(Wired)' 잡지는 '비 어나더 랩(Be Another Lab)'이라는 국제 예술 집단을 소개했다. 이 집단에 속한 8명 예술가 중 한 명인 필립 버트랜드(Philippe Bertrand)는 수개월을 투자해 가상현실을 통해 예술가와 관객 간의 효과적인 소통과 경험을 전해주는 '머신 투 비 어나더'를 제작했다.

가상현실 장비인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를 착용한 관객은 객석에 앉아 마이크와 광각 웹카메라를 통해 연주자와 다양한 지각을 교환한다. 이를 통해 연주자는 관객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할 수 있으며, 관객은 자신의 눈으로 다른 이의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다른 사람과 친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탠포드 대학의 가상 인간 상호작용 연구소장, 제레미 배일린슨(Jeremy Bailenson)은 "가상현실은 이전에는 연구되지 않았던 전례 없는 영역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이 인간의 행동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연구 분야"라고 주장한다.

배일린슨과 그의 연구진은 공감 능력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감 척도(Empathy at Scale)'라 불리는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설계, 테스트 및 배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 실험 중 하나는 색맹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으로, 이들의 고충과 감정을 공감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수행되는 일련의 실험들은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은 심오한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확연히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