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은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출처=셔터스톡)

다른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직업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데, 간호사가 이런 직업 중의 하나다. 간호사는 부상당하거나 죽어가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자신을 희생해서 남을 돌보는 간호사들은 현대 사회에서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에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진화하는 보건 서비스

이처럼 의료 업계에서 간호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간호사협회(United Nurses Association)는 2022년까지 미국에서 다른 직업보다 간호 직업이 더욱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노동통계청(Bureau of Labor Statistics) 또한 올해 간호사 고용 수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부 테네시주립대학 연구진이 올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부족의 이유 중 하나가 교육자들의 부족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많은 간호사 역시 간호학교를 수료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가상현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벨기에 소재의 제약 회사, '얀센(Janssen)'은 간호사의 경험을 쌓거나 간호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을 도입한 회사 중 하나다. 그들이 사용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은 다발성 골수종 약물을 관리하는 간호사를 교육하고 지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건 전문가와 제약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하는 회사, '아이포파마(eyeforpharma)'가 개최하는 연례 시상식에서 얀센의 가상현실 플랫폼은 '가장 가치 있는 정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상현실 작동 방식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당사자는 가상 세계에서 화학요법 클리닉을 체험하고 실제처럼 실습할 수 있다. 또한, 정맥 주사로 약물을 투여하는 등 가상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

얀센은 "이 기술의 진정한 장점은 환자 치료 시기가 지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간호사들은 이를 통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사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이런 대처는 특히 치료가 시급한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가상현실 플랫폼 체험자들은 "이 기술이 임상 실습에서 도움이 될 것이며, 현장의 동료에게도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상 환자와 관계자

'간호 교육 학생들을 위한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훈련(Virtual Reality Simulation Training for Student Nurse Education)'이라는 제목의 학회 논문을 공동 집필한 영국 울버햄튼 대학의 제임스 엘리먼(James Elliman), 카디프대학의 페르난도 로이지데스(Fernando Loizides), 코벤트리대학의 마이클 로이주(Michael Loizou)는 "간호사로서의 전문적인 경험을 위해 가상현실에 현실적인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흔히 치매라고 불리는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 채워진 병동을 구현하는 것과 같은 실제 환경을 말한다. 여기에는 환자의 가족, 친구, 그리고 병원 직원 등의 사람들도 등장한다.

이들은 논문에 "신규 간호사는 성과 불안을 겪을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기반의 사전 교육을 통해 절차적 기법, 비판적 사고, 의사 결정 등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환자 치료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신체의 특정 부분을 형상화한 마네킹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도 가상현실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인다.

요도관을 삽입하는 가상현실 게임

▲간호사는 가상현실을 활용해 실제 환경처럼 화학 요법 클리닉을 실습할 수 있다(출처=게티이미지)

최근, 의료 업계에서 간호 학생들의 이목을 끈 가상현실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사용자가 환자에게 요도관을 삽입하는 것으로, 간호 학생들은 이를 통해 실습할 수 있다.

해당 게임은 보이시주립대학과 로버트모리스대학이 공동 개발했다. 실제 요도관 삽입은 절차가 까다롭고, 잘못 시행하면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연습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을 제작한 것이다. 간호 학생은 이 절차를 30~50번 정도 수행해야만 실제 환자에게 요도관을 삽입할 수 있다.

게임에서 간호 학생들은 간호실을 탐색해 멸균 요도관 패키지가 저장된 위치를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손을 씻고 깨끗한 장갑을 착용하고 가상 환자에게 다가가 요도관을 삽입해야 한다. 해당 게임은 사용자가 적절한 절차를 따르고 조치했는지를 판단해 잘못된 것이 있을 경우 이를 통보한다.

게임을 체험한 이들은 인체 모형이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같은 절차를 실습한 간호 학생들과 합격률이 같았다. 또한, 가상현실을 체험한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