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서 물체를 만지는 것은 현실에서 만지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내지 못한다(사진=ⓒ게티이미지)

대부분 가상현실(VR) 시스템의 핵심 개념은 가상 세계에서의 사용자 움직임을 동시에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손 동작에서 100밀리초의 오차만으로도 사용자는 신체적으로 움직임이 느려질 수 있으며 이미지 렌더링과 머리 움직임의 불일치로 멀미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MIT 미디어랩과 모델링 그룹의 연구진은 사용자가 가상현실에서의 움직임과 실제 신체 동작을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VR 모션 컨트롤러를 개발했다. 그러나 가상 세계에서 물체를 만지는 것은 실생활에서의 동작과 항상 동일하게 유지되지 않았다.

VR용 경량 장갑

세계 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은 사용자들이 가상의 물체를 조작하고 잡으며 만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모션 컨트롤러를 통해 현실화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취리히공과대학(ETH)과 스위스 로잔공과대학(EPFL)의 연구팀이 ‘극도의 현실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촉각 글러브를 개발해 목표에 한 단계 접근했다. 합동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글러브는 8그램 이하의 초경량을 자랑하고 있다. 사용자는 덱스터ES(DextrES)라는 이름의 이 글러브를 착용하고 마치 실생활에서 물건을 잡는 것처럼 가상의 물체를 조작하고 느낄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글러브의 손가락은 200볼트의 전력과 심지어 최소 밀리와트의 전력만을 사용해 40뉴턴의 힘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소형 배터리만으로도 구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초경량 글러브를 통해 이전에 개발된 유사한 제품이 달성할 수 없었던 자유도와 정밀함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PFL의 소프트변환기실험실(Soft Transducers Laboratory)의 허버트 시아 박사에 따르면, 합동 연구팀은 두꺼운 케이블과 펌프, 또는 대형 외골격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량의 기기를 개발해 가상현실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 결과, 초경량의 VR 글러브가 탄생한 것이다.

덱스터ES를 특별하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요인

이 글러브는 나일론으로 제작한 후 손가락을 금속 띠로 감았다. 이 금속 띠는 신축성이 있으며 얇고 절연재로 구분을 지었다. 사용자가 장갑을 착용하고 가상의 물체를 만지게 되면 컨트롤러는 금속 띠 사이에 전압을 가하게 되고 정전기 인력 때문에 손가락이 붙게 된다. 그 후, 정전기 인력은 손가락 움직임을 차단하는 제동력을 발휘한다. 전압이 사라지는 순간 금속 띠는 다시 부드럽게 미끄러져 사용자는 손가락을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원리다.

왜 움직임을 차단하고 만들어내는가

손가락 움직임이 차단되면 글러브는 가상 물체를 이미 손에 쥔 것처럼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 후, 가상 물체를 놓으면 전압이 사라지고 새로운 동작을 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글러브의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미세한 운동 능력과 관련된 VR 움직임 실험을 위한 피험자를 모집했다. 피험자들은 모든 행동 실험 후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른 시스템과 달리 가상 세계에서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섬세한 덱스터ES를 극찬했다.

▲사용자는 덱스터ES를 사용해 가상 물제를 실제처럼 조작하고 느낄 수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ETH의 오트마 힐리게스 박사는 인간 감각체계는 매우 복잡하게 개발돼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손가락 관절과 피부에는 고밀도의 다양한 종류의 수용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가상 현실에서 물체를 만질 때 현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현재까지도 풀지 못한 숙제와 같다고 밝혔다. 힐리게스 박사는 합동 연구팀이 개발한 VR 글러브가 한 단계 성장한 기술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기술의 적용

힐리게스 박사는 EPFL 실험실과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VR에서의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술의 범위를 확장해 사용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패브릭을 사용해 인체의 다른 부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힐리게스 박사는 이번 개발품의 잠재적 시장이 VR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의료 분야처럼 다른 부문의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외과의사가 이번 기술을 사용해 실제 수술 전 훈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증강현실에서도 사용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VR 글러브는 NASA의 교육용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우주비행사가 가상 현실에서 유영하고 셔틀 암 조작법을 익히며 수리를 하거나 무중력 상태에서의 업무를 할 때 덱스터ES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