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 주제 정책포럼
철저한 고증 기반, AI 기술로 안중근 의사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
㈜비빔블, 관객과 실시간 상호 소통 가능한 AI 디지털 휴먼 제작
국내 AI 디지털 휴먼 기술 활용한 역사인물 복원 가능성 열어

1909년 2월 7일 항일동지 11명과 함께 ‘동의단지회’를 결성하고 왼손의 약지를 끊어 피로써 태극기 앞면에 ‘대한독립’이란 글자를 쓰며 항일투쟁의 의지를 다졌던 안중근 의사의 모습. (사진=안중근의사기념관).

 

# 러시아 일반 관리들이 호위하고 오는 중에 맨 앞에 누런 얼굴에 흰 수염을 가진 한 조그마한 늙은이가 이 같이 염치없이 감히 천지 사이를 횡행하고 다니는가. ‘저것이 필시 이등 노적일 것이다’ 하고 곧 단총을 뽑아 들고 그 오른쪽을 향해서 3발을 쏜 다음, 생각해 보니 십분 의아심이 머릿속에서 일어났다. 내가 본시 이토의 모습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만일 한 번 잘못 쏜다면 큰일이 낭패가 되는 것이라, 그래서 다시 뒤쪽을 향해서, 일본인 단체 가운데서 가장 의젓해 보이는, 앞서가는 자를 새로 목표하고 3발을 이어 쏜 뒤에 또 다시 생각하니, 만일 무죄한 사람을 잘못 쏘았다 하면 일은 반드시 불미할 것이라 잠깐 정지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러시아 헌병이 와서 붙잡히니 그때가 바로 1909년 음력 9월 13일 상오 9시 반쯤이었다. 그때 나는 곧 하늘을 향하여 큰 소리로‘ 대한만세’를 세 번 부른 다음, 정거장 헌병 분파소로 붙잡혀 들어갔다.

                                                            - 안중근,「안응칠 역사」 中

(왼쪽) 1909년 10월 26일 9시 30분경,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 응징하는 안중근 의거 장면도(박영선 화백)와 (오른쪽)『도쿄일일신문』에 게재된 의거 직후 안중근 의사가 체포되는 장면을 그린 삽화. (사진=안중근의사기념관).
(왼쪽) 1909년 10월 26일 9시 30분경,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 응징하는 안중근 의거 장면도(박영선 화백)와 (오른쪽)『도쿄일일신문』에 게재된 의거 직후 안중근 의사가 체포되는 장면을 그린 삽화. (사진=안중근의사기념관).

# 올해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2년이 되는 날이다. 교과서 혹은 영화에서나 봐왔던 사건이다. 인공지능(AI)으로 되살아난 안중근 의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역사적 그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이란 주제로 지난 22일 열린 정책포럼에서 안중근 의사 인공지능(AI) 디지털 휴먼이 등장했다. (영상=대한황실문화원).
‘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이란 주제로 지난 22일 열린 정책포럼에서 안중근 의사 인공지능(AI) 디지털 휴먼이 등장했다. (영상=대한황실문화원).

안중근 의사가 인공지능(AI)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지난 22일 대한황실문화원과 지식일자리포럼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 정책포럼에 안중근 의사 AI 디지털 휴먼이 등장한 것.

‘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이란 주제로 개최된 정책포럼에서는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디지털 복원 연구를 위해 공학·인문·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문화재디지털복원 전문가인 박진호 박사는 ‘디지털뉴딜: 조선 왕 어진의 인공지능 디지털 복원 제안’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특히 박 박사는 주제발표에 앞서 ㈜비빔블과 협업해 안중근 의사 AI 콘텐츠를 선보여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포럼 참석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안중근 의사 AI 디지털 휴먼은 관객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칭찬의 말에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질문에 "그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르겠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후손들이 직접 답을 찾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네."라고 답했다.   

이번 안중근 AI 디지털 휴먼을 구현한 '비빔블(Bibimble)'은 융합을 뜻하는 'Bibim'과 가능성을 의미하는 'Able'의 합성어인 회사명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융합하는 메타버스를 만들어가겠다는 비전을 내세운 기업이다. 비빔블의 기술과 결합해 상상을 현실로 바꾸겠다는 포부다. 

(영상=대한황실문화원).

AI 기술을 입힌 안중근 의사 디지털 휴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비빔블은 그동안 디지털 휴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이성민 비빔블 이사는 "광고 등의 분야에서는 콘텐츠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좀 더 의미 있는 소재를 고민한 끝에 역사 기반 인물을 고안하게 됐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이번 안중근 의사 디지털 휴먼은 비빔블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해 구현한 첫 번째 역사인물 AI 디지털 휴먼인 셈이다.  

일반 사람을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할 때와는 달리 역사인물 디지털 휴먼의 경우 고증적 부분에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성민 이사의 설명이다. 지난 2016년 비빔블은 하얼빈 역을 3D로 구성한 후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등 인물 캐릭터를 3D로 디자인해 당시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상황과 장면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앞서 제작한 바 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당시 하얼빈 기차역을 재현한 모습. (사진=비빔블 제작).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당시 하얼빈 기차역을 재현한 모습. (사진=비빔블 제작).

이성민 이사는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취합된 지식‧정보를 토대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의 도움을 받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이뤄지도록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이번 정책포럼에 등장한 안중근 디지털 휴먼의 경우 1단계적인 AI 기술이 적용됐다. 또 안중근 디지털 휴먼은 자연어이해(NLU) 기술과 모션 캡처 기술 등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돼 탄생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비빔블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디지털 휴먼에는 좀 더 종합적인 AI가 접목되어 있다. 비빔블은 향후 역사적 인물 외에도 위인적 가치가 있는 인물 등을 디지털 휴먼화하고 아카이빙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이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이사는 특정 인물뿐 아니라 일반 개인도 자신을 디지털 휴먼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안중근 인공지능(AI) 디지털 휴먼이 실제 박물관에 설치돼 관람객을 맞이하게 된다면 전통적인 박물관 전시가 아닌 메타버스 콘텐츠 전시로 변모되는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관람객은 과거 역사인물이 활동했던 영역으로 들어가는 디지털 타임머신형 콘텐츠를 만끽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 

최근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기일이 내년 5월로 잠정 결정됐다. 하지만 실제 지정된 기일에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피고인 일본 정부가 1심과 마찬가지로 재판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해 소송 서류 송달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선고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 나라의 주권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인 ‘국가면제’를 인정해 청구를 각하했다. 이는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1차 소송과는 정반대되는 판결인 셈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 간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못한 가운데 올바른 역사의식 확립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독립운동사. 우리의 역사를 독립운동가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역사적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머릿속뿐만 아니라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잊히지 않고 오래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 정책포럼 ‘말말말’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 정책포럼이 지난 22일 대한황실문화원과 지식일자리포럼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 제공).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 정책포럼이 지난 22일 대한황실문화원과 지식일자리포럼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 제공).
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정책포럼은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디지털 복원 연구를 위해 공학·인문·법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여야 간사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의 환영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축사로 진행됐다. (사진=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 제공).
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정책포럼은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디지털 복원 연구를 위해 공학·인문·법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여야 간사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의 환영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축사로 진행됐다. (사진=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 제공).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대한황실문화의 관리 및 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이 자리가 더욱 뜻깊다.”

- 박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디지털 뉴딜 : 조선 왕 어진의 인공지능 디지털 복원 제안 사례 제시를 통한 황실전통문화유산의 현대적 재해석과 디지털복원·보존을 통한 경제적·역사적 가치와 의미 창출 및 국가정체성 회복 그리고 국민대통합 모색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이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디지털 전환시대를 맞아 글로벌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이 중요하다.”

- 이원 (사)대한황실문화원 총재

“우리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형성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세계 디지털 경제를 우리나라가 선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과 같은 전략의 추진도 고려해볼 수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외교통일위원회 위원)

“역사·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대한황실문화의 관리·지원과 디지털 복원 방안이라는 주제로 이번 정책포럼을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다양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前국회의장, 前국무총리)

“디지털 전환을 맞아 우리의 삶과 일자리는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데이터와 AI를 주축으로 하는 경제혁명과 더불어 디지털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조선 역대 왕 어진 디지털 복원 제안을 통해 MZ세대가 시대를 넘어 조선의 왕들과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길 기원한다.”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번 정책포럼이 지식재산의 활용과 디지털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며,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한양도성 안 대한황실 전통문화유산(4대궁, 고궁박물관, 왕릉 등)의 전반적인 관리운영실태 점검과 이에 따른 개선 및 지원방안 모색을 통해 국가 발전에도 이바지되기를 기대한다.”

- 손승우 (사)지식일자리포럼 회장(중앙대 교수)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AI 메타버스 타임머신 타고 역사 속 인물 만난다" (上)

[관련기사] "AI 메타버스 타임머신 타고 역사 속 인물 만난다" (下)

취재노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죠.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기술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단단해진 뿌리 위에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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