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정보 키워드로 입력하면 AI가 카메라에 촬영되는 해당 차량 탐지
자연어와 이미지 결합 기술로 의미 있는 결과 돌출
인문대 졸업 후 머신러닝 연구성과 관심 갖고 AI 공부
모두의연구소에서 AI 배우고 랩에서 연구 진행

이상록 연구원. (사진=김동원 기자)
이상록 연구원. (사진=김동원 기자)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 중 특정 차량을 키워드로 찾아내는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이뤄졌다. '빨간색 승용차', '검은색 SUV'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도로 위 카메라에 촬영된 자동차 중 해당 차량을 인공지능(AI)이 찾아내는 방식이다.

해당 연구가 담긴 논문은 3대 컴퓨터비전 분야 국제 학술대회로 꼽히는 CVPR(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회, 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B넷: 자연어로 차량 탐지를 위한 분할 기반 네트워크(SBNet: Segmentation-based Network for Natural Language-based Vehicle Search)'.

해당 연구는 추후 범죄 차량 등을 찾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고를 받은 차량의 색상, 모델 등을 키워드를 입력해 범죄 차량을 추격하는 방식이다. AI가 실시간으로 해당 반경에 있는 차량을 검출해 추격 반경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상록 연구원은 "이 논문은 자연어와 이미지를 어떻게 결합해 차량 검출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추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범죄 차량 검출 등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이 CVPR에 논문을 게재한 건 지난해에 이번이 두 번째다. 2020년에는 특정 차량 이미지와 동일한 차량을 대량의 이미지셋에서 찾아내는 과제를 수행해 논문(StRDAN: Synthetic-to-real domain adaptation network for vehicle re-identification)을 게재한 바 있다. 

AI 관련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공과대학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을 전공한 보통 AI 개발자와 달리, 인문대에서 독일어를 전공했다. 고등학교도 인문고를 나왔다. 이번 논문도 특별한 목표를 갖고 진행한 것이 아니다. 여가시간에 하고 싶은 AI 연구를 하고 싶어 진행한 연구가 성과로 이어졌다. 

그는 "업무 외에 재미가 있으면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 모두의연구소 랩(Lab)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모여 연구를 해왔다"면서 "이번 논문도 랩에 있는 팀원들과 CVPR 학회에서 하는 대회에 참가해 연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I 열풍이 불면서 많은 기업에서는 'AI 개발자 모시기'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AI 전공자가 아닌 인문대 출신이어도 모집에 제한이 없다고 공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머신러닝이나 AI 개발의 기본이 되는 수학에 친숙하지 않으면서 AI 개발자에 도전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원은 어떻게 AI 개발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그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상록 연구원은 "2~3년 안에 AI 메인 컨퍼런스에 1저자로 논문을 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이상록 연구원은 "2~3년 안에 AI 메인 컨퍼런스에 1저자로 논문을 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Q. 인문대를 전공한 후 AI 개발자가 되었다. 지금도 개발자로 근무 중인가?

그렇다. 얼마 전까지 대기업에서 AI 개발자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금융 AI 스타트업 데이터노우즈에서 AI 관련 일을 하고 있다.

Q. 대기업에서 왜 스타트업으로 직장을 옮겼나.

대기업에서 일할 때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고 많은 것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보다 젊었을 때 많은 것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Q. AI는 대학교를 전공한 후 별도로 공부한 것인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어 대학교를 진학한 20살에 공부를 했다. 머신러닝을 공부한 시기는 2017년쯤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AI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고 관련 대학원도 많지 않았다. 우연히 2018년 모두의연구소에서 진행하는 'AI 칼리지'를 알게 돼서 이 곳에서 관련 공부를 할 수 있었다.

Q. 모두의연구소에서 하는 AI 칼리지는 무엇인가.

지금의 아이펠이다. 아이펠은 AI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교육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이펠이 6개월 프로그램이라면 당시 AI 칼리지는 1년 코스였다. 1년 동안 AI 관련 공부를 할 수 있었다.

Q. AI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당시만 해도 AI로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AI 개발자가 될지도 몰랐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다가 머신러닝이 보여준 결과물이 멋있다고 느꼈다. 지금은 별거 아닐 수 있어도 문자인식 등 인식 기술이 보여주는 결과물이 재밌었다. 나도 이런 것을 할 수 있으면 나중에 더 재밌는 것을 많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AI 공부를 시작했다.

Q. 전공도 다르고 새로운 분야라 어려운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사실 새로 무언가를 배우는 건 모두 어렵다고 생각한다. 머신러닝을 배우면서 '과연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게 했다. 하지만 코딩하는 걸 좋아했고, 시간이 남는데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공부했다.

Q. CVPR 논문은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되었나.

CVPR 학회에서 진행하는 대회와 관련된 논문이다. CVPR에서는 자동차 비전과 관련된 대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자연어 처리를 주제로 대회가 열렸다. 자연어로 자동차를 탐지하는 기술이 생소해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했다.

Q. 이번 논문은 '바이탈(VITAL)'이라는 팀으로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바이탈 팀에 대해 소개해 달라.

바이탈 팀은 모두의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랩 이름이다. 모두의연구소는 공통된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끼리 랩을 만들어 연구한다. 성과와 프로젝트 압박도 없고, 지도교수도 없이 정말 하고 싶은 사람끼리 모여 취미로 연구를 하는 곳이다. 바이탈은 이런 랩 중 하나다. 총 3명의 연구원이 있다.

Q. 논문에 참가한 사람들은 바이탈 랩 팀원인가. 팀원에 대해 소개해 달라.

맞다. 우리 랩은 저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한 명 있고, 다른 한 명은 교수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3명이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 직장인 분은 함께 모두의연구소에서 AI칼리지를 졸업한 분이고, 교수님은 모두의연구소 랩에서 만났다.

Q. 93년생으로 알고 있다. 교수님도 계신 데 팀장이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것이 모두의연구소의 장점이다. 모두의연구소는 직책과 직위, 나이 등이 상관없다. 교수님이 계시더라도 내 지도교수님이 아니고, 교수님 입장에서도 내가 지도학생이 아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정말 하고 싶은 연구를 한다. 물론 배우는 것도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Q. AI를 배운 곳도 모두의연구소고, 연구를 한 곳도 모두의연구소다.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처음 AI를 접할 때 앤드류 응(Andrew Ng) 코세라 의장의 이야기 등을 통해 배웠다.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에서 통계학 등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오픈된 강의를 공부하기도 했다. AI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었는데 모두의연구소를 알게 되어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지금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곳이 많아지면 AI 문턱이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현재 AI 개발자로 근무하면서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2~3년 안에 AI 메인 컨퍼런스에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내고 싶다. 연구를 주도하고 완결까지 지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분야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관련된 금융 AI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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