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제, 실제 치료 효과 속속 입증
외출 힘든 광장공포증 환자, 일상생활 재구성한 VR에서 극복
실제 사고와 유사한 가상체험 통해 교통사고 트라우마도 완화
심리 치료 등 최근 실제 의료현장서 VR 활용 움직임 늘어나

최근 가상현실(VR)을 통한 치료가 정신 건강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증상 개선·완화에 도움을 주면서 치료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VR 기술의 활용 영역이 의료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사진=셔터스톡).
최근 가상현실(VR)을 통한 치료가 정신 건강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증상 개선·완화에 도움을 주면서 치료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VR 기술의 활용 영역이 의료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사진=셔터스톡).

심리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가벼운 증상을 앓고 이겨내는 사람도 있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만큼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특히 정신과를 가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느껴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심리치료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이제 주위 시선에 신경쓸 필요 없이 자유롭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VR 기술은 주로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VR을 통한 치료가 정신 건강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증상 개선·완화에 도움을 주며 어느 정도 치료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VR 기술의 활용 영역이 의료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다양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밖이 무서웠던 광장공포증 환자, 이제 혼자서 버스 타고 외출 

#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20대 A씨. 사람이 많은 거리에 갈 때면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불안해진다. 버스를 타거나 영화관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들 속에 섞여 혼자 있으면 호흡 곤란과 식은땀, 손발 떨림 등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며 공항장애를 겪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낯선 장소는 되도록 가는 것을 피하고 있다.  

다니엘 프리먼 영국 옥스퍼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광장공포증을 완화할 수 있는 '게임체인지(gameChange)' 가상현실(VR) 시스템을 선보였다.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다니엘 프리먼 영국 옥스퍼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광장공포증을 완화할 수 있는 '게임체인지(gameChange)' 가상현실(VR) 시스템을 선보였다.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광장공포증은 넓게 트인 장소나 공공장소,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다. 광장공포증 환자의 약 2/3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광장공포증을 완화할 수 있는 VR 기술이 영국 연구진 손에서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다니엘 프리먼 영국 옥스퍼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게임체인지(gameChange)'라는 VR 시스템을 선보였다.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환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참가자는 가상 치료사 사무실에 입장해 안내를 받는다.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면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도로 위 버스 안과 카페, 거리 등 실생활과 유사한 VR 시뮬레이션 속에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가상세계에 들어온 사용자는 실제 상황처럼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서 가상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등 특정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게임체인지(gameChange)'는 카페와 거리, 버스 등 실생활과 유사한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속에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자연스럽게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게임체인지(gameChange)'는 카페와 거리, 버스 등 실생활과 유사한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속에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자연스럽게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게임체인지(gameChange)' 시연 모습.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게임체인지(gameChange)' 시연 모습.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게임체인지(gameChange)' 시연 모습.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게임체인지(gameChange)' 시연 모습. (영상=Daniel Freeman 유튜브 채널).

연구진은 광장공포증 환자 346명을 모집해 174명은 일상적인 치료와 게임체인지 VR 치료를 병행하고 172명에게는 일반 치료만 받게 한 뒤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게임체인지를 이용한 환자들은 6주 동안 6가지 VR 시나리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각 시나리오에 참가한 뒤 다른 참가자와 협력하는 과제도 수행하게 했다.

실험 결과 6주 후 게임체인지를 활용한 그룹은 일반 치료만 받은 그룹에 비해 광장공포증이 크게 줄어들고 불안장애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가상세계에서 극복했던 경험이 현실세계로 이어져 광장공포증 개선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유의미한 성과인 셈이다.

(영상=옥스퍼드대학 정신의학과 유튜브 채널).

'그날의 악몽' 가상체험 통해 교통사고 트라우마 극복

# 30대 B씨는 지난 여름 여행을 떠났다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에 함께 탔던 여자친구는 목숨을 잃었고 B씨만 살아남았다. 이후 B씨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물론 버스 등 대중교통도 타기가 어려워졌다. 차만 타면 사고 당시가 떠올라 두려움과 불안감이 몰려오면서 두통·근육통·현기증 등을 느꼈다. 병원을 찾은 B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교통사고 경험자 중 60%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국내 AI 기업 '메가웍스'는 이 같은 교통사고에 따른 PTSD를 완화할 수 있는 VR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를 선보였다. 메가웍스는 디지털 치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남대병원과의 기술 협력·투자를 기반으로 지난 2019년 설립됐다. 메가웍스는 VR 기반 콘텐츠를 통해 교통사고 후 PTSD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메가웍스는 한국교통안전공단·전남대병원과 연계해 교통사고 PTSD VR 노출치료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기 위한 실증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북미와 유럽 등 해외시장 진입을 위해 관련 핵심 기술을 해외에도 출원했다. 통상 PTSD 환자 대다수가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이 같은 VR 디지털 치료기기는 PTSD를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2021국제광융합산업전시회'에 참여한 메가웍스의 디지털 치료제 관련 홍보 영상. (사진=AI타임스).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2021국제광융합산업전시회'에 참여한 메가웍스의 디지털 치료제 관련 홍보 영상. (사진=AI타임스).

또 지난해 교통사고 PTSD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가 광주지역에서 첫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VR 콘텐츠 전문기업 '스튜디오코인'은 VR 기반 교통사고 PTSD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전남대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가상현실 기술을 융합한 심리케어 콘텐츠로 지역 대학병원과의 실증사업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스튜디오코인은 해당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해 오는 2023년 의료기기 승인을 받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VR 기기를 착용한 사용자는 마치 실제 운전석에 앉은 것처럼 느낀다. 차량의 종류를 비롯해 도로 혼잡도와 사고 시간·날씨 등의 항목을 선택하면 환자가 실제 겪은 사고 당시와 유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회사 측은 다양한 사고 상황과 유형을 토대로 개발된 디지털 치료제가 상용화될 경우 기존 상담 치료와 병행하면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이고 PTSD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필엽 스튜디오코인 기술이사는 앞서 AI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VR 치료를 통해 교통사고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남대학교병원 임상심리실험실에서 교통사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위한  VR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성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스튜디오코인 윤필중 과장(왼쪽)과 김주완 전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오른쪽). (사진=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전남대학교병원 임상심리실험실에서 교통사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위한 VR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성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스튜디오코인 윤필중 과장(왼쪽)과 김주완 전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오른쪽). (사진=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전남대학교병원 임상심리실험실에서 교통사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위한 VR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성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전남대학교병원 임상심리실험실에서 교통사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위한 VR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성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인터뷰] “VR로 교통사고 트라우마 치유하는 날 곧 온다” 스튜디오코인 윤필엽 기술이사

[관련기사] AI 기술 꽃피우는 ‘전남대병원 개방형실험실’ (下)

키워드 관련기사
  • 다양한 헬스케어 기술...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 'AI 도시' 광주서 개발 중인 'ADHD' 디지털 치료제 관심
  • "미래 교통사고 트라우마 VR로 치료한다"…광주서 첫 디지털치료제 임상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