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노이즈...자발적인 문화 형성

구루미 캠스터디 플랫폼 관련 화면 (사진=구루미)
구루미 캠스터디 플랫폼 관련 화면 (사진=구루미)

누군가 보고 있어야 공부가 잘 된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일 때 학교 교육을 비대면으로 실시했다. 각급 학교에 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화상통화 솔루션을 이용해 집에서 수업을 듣도록 했다.

그런데. 이런 비대면 교육이 끝난 지금도 남아있는 유행이 있다. '온라인 독서실'이라는 명칭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캠스터디'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눈길이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공부가 잘된다는 젊은층의 습관(?)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캠스터디 플랫폼은 아주 단순하다. 이용자가 자신이 공부하는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으로 송출한 것을 서로 볼 수 있도록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 전부다.

영상에는 여러 명이 한 곳에 모여 공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단지 영상만 모여있을 따름이다. 서로 간단한 인사조차 건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남들이 지켜보게 해 스스로를 속박할 뿐이다. 그 외의 활동은 모두 '노이즈'로 취급한다.

캠스터디는 여러 매체에서 '열풍'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했다. 캠스터디 전용 플랫폼도 많이 생겼다. 초창기에는 유튜브의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기능이나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을 이용했으나, 지금은 전용 플랫폼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각종 캠스터디 플랫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열정을 품은 타이머(열품타)' '잇올' '알파온' '구루미' '웨일온' 관련 이미지
각종 캠스터디 플랫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열정을 품은 타이머(열품타)' '잇올' '알파온' '구루미' '웨일온' 관련 이미지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아 일정 시간에 캠스터디방을 여는 형태도 많다.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달 카카오톡 오픈채팅 카테고리에서 '캠스터디'로 검색한 결과 무려 440개에 달하는 스터디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게는 10명 내외가 모여있지만 1000명 이상 모인 방도 보였다. 

각 방에는 '구루미' '열정을 품은 타이머(열품타)' '줌' '웨일온스터디' '잇올 캠스터디' 등 다양한 캠스터디 플랫폼 이름과 함께 스터디 목적을 담은 방 제목이 붙어 있다. 제목은 대부분 '같이 공부할 사람'이다.

카카오 오픈채팅에 캠스터디 방 검색 과정 및 결과
카카오 오픈채팅에 캠스터디 방 검색 과정 및 결과

이렇게 함께 공부하는 그룹을 예전에는 '스터디 그룹'이라고 불렀다. 참여자들은 공부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거나 발표했다. 그러나 캠스터디에서는 더이상 같이 공부하는 의미가 아니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캠스터디 플랫폼 운영사 가운데 하나가 구르미다. 구루미 담당자는 "캠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 모여 있지만 거의 소통하지 않는다"면서 "캠스터디 공부방에서는 스터디그룹과 달리 소통하지 않는다는 게 '국룰'"이라고 설명했다.

구루미는 지난 2017년 비대면 화상회의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다. 당시 구르미는 100명 이상이 안정적으로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무료로 오픈했다.

"처음에는 사업화할 방법을 몰라 수년간 무료로 운영했는데 시간이 몇 년 흐르자 젊은층 사이에 캠스터디가 비대면 문화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았어요."

구르미를 창업한 이랑혁 대표는 그동안의 과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젊은층들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시대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트렌드라는 얘기다.

SW 마에스트로 과정을 통해 비대면 스터디 플랫폼을 제작한 (왼쪽에서 순서대로)황재원, 김윤재, 최승표씨 (사진=김윤재)
SW 마에스트로 과정을 통해 비대면 스터디 플랫폼을 제작한 (왼쪽에서 순서대로)황재원, 김윤재, 최승표씨 (사진=김윤재)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모인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문화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사업 'SW마에스트로 과정'을 통해 새로운 비대면 스터디 플랫폼 ‘포커스50’을 만든 대학생 3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연수 교육 및 프로젝트 사업화 교육을 받은데 이어 법인 설립 예정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포커스50 홍보 이미지와 사용자 화면 이미지 (사진=포커스50)
포커스50 홍보 이미지와 사용자 화면 이미지 (사진=포커스50)

"같이 공부한다는 것은 서로를 본다는 의미와 같다" "스스로의 의지로는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금방 나태해지는데 누군가 보고 있으면 그러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 캠스터디다" "스터디카페나 오프라인 독서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비대면 스터디가 좋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다.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 가는 전혀 새로운 문화 형태로 보인다. 이처럼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캠스터디 열풍은 또 다른 의미의 메타버스로 해석할 수도 있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방을 가상의 독서실로 설정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가상의 룰 안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관 기자 busylife12@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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