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반향정위를 사용해 실제 박쥐처럼 환경을 탐색하는 로봇을 개발했다(출처=게티이미지)

로뱃(Robat)이라는 이름의 로봇은 결코 박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작은 로봇은 실제 박쥐와 동일한 방법으로 주변 환경을 탐색한다. 로뱃은 날개가 달린 비행 로봇이 아니라 바퀴가 달린 지상 로봇으로, 땅 위에서 돌아다니며 박쥐처럼 소리를 이용해 주변을 인식한다.

그렇다면 이 로봇의 이름은 왜 ‘로뱃’일까? 그 이유는 이 로봇이 실제 박쥐처럼 반향정위를 사용해 환경을 탐색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 박쥐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내고 그 반향음을 센서로 분석해 주위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 분석으로 얻은 데이터로 로뱃은 주변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로뱃을 만든 연구진 이타마르 엘리아킴, 자히 코헨, 가버 코사, 요시 요벨 등은 로뱃이 실제 박쥐처럼 소리를 이용해 환경을 인식하고 주변을 매핑한 다음 움직이는 독립적인 육지 기반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로뱃은 인공신경망으로 주변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소리를 식별하고 분류한다. 그 결과 상당히 상세한 지도를 얻을 수 있다.

로뱃은 반향정위를 사용해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고 이동한다. 막다른 골목을 인식하거나 앞에 놓인 물체가 식물인지 아닌지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연구진은 "로뱃은 박쥐의 입을 모방한 초음파 스피커와 박쥐의 귀를 모방한 초음파 마이크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PLOS 컴퓨터 생명 공학 저널에 게재됐다.

이 기술을 이용해 로뱃은 생소한 장소에서도 소리만으로 환경을 매핑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진짜 박쥐와 비슷한 점과 다른 점

▲로뱃은 박쥐처럼 날지는 못한다(출처=게티이미지)

이전 연구에서는 로봇에 에어본 소나, 즉 항공기 장착용 수중 음파 탐지기를 부착해 협대역 신호에 의존해 주변을 매핑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그러나 이것은 박쥐와 비슷한 기술이 아니다. 즉, 박쥐가 사용하는 반향정위 기술만큼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 연구진이 만든 로뱃은 상당히 정확한 수준의 매핑이 가능하다.

실제로 박쥐는 광대역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반사체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공간 정보를 얻는다. 연구진은 로뱃이 실제 박쥐처럼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광대역 신호를 사용해 주변 환경에 대한 공간 정보를 수집하도록 구축했다.

물론 로뱃이 실제 박쥐만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로뱃은 아직까지 0.5m 마다 0.5분간 멈춰서 반향을 감지해야 하는데, 현재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결국 로뱃은 높은 정확도로 매핑할 수는 있지만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쨌든 이 로봇은 실제 박쥐만큼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진은 "이 매핑 기술의 유효 정확도는 박쥐가 사용하는 것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상당히 정확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박쥐 로봇

많은 연구진이 박쥐와 비슷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시도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의 연구진은 2017년에 최초로 박쥐처럼 날아다니는 로봇인 ‘뱃봇(Bat Bot)’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100g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박쥐가 날개를 움직이는 모습을 모방해 자율 비행한다.

그러나 박쥐의 비행 방법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뱃봇이 실제 박쥐처럼 날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도전 과제였다. 뱃봇은 9개의 관절만 갖고 움직여야 했는데, 실제 박쥐의 관절은 40개가 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박쥐는 동물들 사이에서 가장 정교한 동력 비행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뱃봇은 반향정위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연구진은 소리를 사용해 환경을 매핑하는 기술을 모방하려고 시도했다. 로뱃을 만든 연구진은 박쥐의 두뇌 움직임을 모방한 컴퓨팅 능력에 의존하는 뱃슬램(BatSLAM)을 알아냈다. 이 기술은 생체를 모사한 소나를 이용해 익숙하지 않은 장소를 매핑하는 기술이다. 뱃슬램 알고리즘으로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위상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전에도 박쥐와 비슷한 로봇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출처=게티이미지)

신시내티대학의 또 다른 연구진은 독특한 음향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위치를 인식하는 접근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연구 팀은 음향 통계를 수집해 다양한 자연 환경을 분류했다. 그리고 박쥐가 사용할 수 있는 음향 해상도의 에코에서 얻은 데이터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때도 정확한 매핑은 불가능했다.

이전의 박쥐 로봇과 달리 로뱃은 사람의 개입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이전 로봇들이 주변 환경을 기준으로 로봇의 위치를 매핑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로뱃은 주변 환경을 2D로 인식해 스스로 움직인다. 로뱃 연구진은 이 로봇 연구 결과가 미래의 로보틱스에서 반향정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