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case 1. 스포츠 분석가인 민호는 내일 있을 테니스 선수와의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수집한 경기 자료로 선수의 체력과 버릇, 장ㆍ단점을 파악해 시각화 자료를 만들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선수에게 훈련법을 코칭할 예정이다.

#case 2. 철수는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갑자기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AI 기술을 활용한 야구 콘텐츠 서비스 'PAIGE'에서 좋아하는 야구팀 경기 일정을 알린 것. PAIGE가 분석한 오늘 경기 관람 포인트와 키플레이어를 살피던 철수는 키플레이어의 최근 성적이 궁금해졌다. AI 챗봇 ‘페이지톡’에 질문을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날아온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은 6승 1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독일 축구팀은 데이터 처리 시스템 솔루션 기업 SAP의 축구용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SAP Match Insight'에게 실시간 경기 영상과 선수 분석 자료를 제공 받아 훈련에 활용했다. 현재 SAP Match Insight는 'SAP Sports One'으로 한단계 진보해 팀 관리와 훈련 계획, 부상 이력과 치료 및 성적 진단 내역 등 데이터를 제공한다.

스포츠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AI는 그동안 스포츠 분석에 일부 활용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AI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팬들이 쉽게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제작으로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방대한 스포츠 데이터 시각화해 선수 경기력 높인다

최형준 아시아-퍼시픽스포츠경기분석학회 사무총장(단국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은 AI를 활용해 지난 2005년도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 결과 예측 연구를 수행하며 AI에 흥미를 느꼈다. 이후 그는 AI 자료 처리 및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스포츠 공식 자료를 시각화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그는 "한 선수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경기에서 나타나는 일관된 행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한다"며 "AI 기술을 활용하면 그 특성을 알아내기 더 수월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페인의 한 연구자는 농구 선수의 움직임을 활용해 팀 전술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최근 선수 영입을 위한 기초 자료 분석에 AI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포츠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회사 스탯 퍼폼은 선수의 경기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여러 지표 개발 및 검증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MLS), 16개 유럽리그 등과 데이터 파트너십을 확대해 관련 자료를 제공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용 중인 '스탯캐스트' (사진: 유튜브 MLB 캡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용 중인 '스탯캐스트' (사진: 유튜브 MLB 캡처)

대표적인 데이터 스포츠인 야구가 AI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클라우디오 실바 뉴욕대학교 교수는 MLB Advanced Media와 함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용하고 있는 스탯캐스트 매트릭스 엔진을 공동 개발했다.

스탯캐스트는 세이버매트릭스의 2차 발전 형태로 추적 시스템을 야구에 활용해 경기 기록을 중계화면에서 시각적 형태로 실시간 제공하는 기록이다.

스탯캐스트는 야구장 곳곳에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와 실시간으로 시각화 자료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 모든 플레이를 실시간 분석하기 때문에 팬은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바탕으로 경기를 볼 수 있으며, 코치는 선수의 세부적 움직임이나 경기 패턴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또 경기 중계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시각화해 제공하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아직은 한계도 있다. 스포츠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경기 당일 선수 컨디션이나 경기장 상태, 날씨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단순한 패턴 분석처럼 기존 AI 기술만으로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어렵다"며 "AI 기술에 대한 기초적 연구가 활발해지고, 관련 AI 기술을 스포츠에 도입하면 스포츠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포츠 관람부터 컨텐츠 제공까지…AI로 팬을 즐겁게 하라

'PAIGE' 경기결과 화면
'PAIGE' 경기결과 화면

지난해 4월 NC소프트(대표 김택진)는 AI가 축적한 지식을 활용해 야구 관련 콘텐츠를 생성하고 사용자 반응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 ‘페이지(PAIGE 2.0)’를 발표했다.

페이지의 콘셉트는 '나를 위한 AI 야구 친구'다. 친구가 내게 야구 소식을 알려주듯이, AI가 친근함을 더해 사용자에게 야구 소식을 전해준다는 의미다.

이 앱은 개별 사용자의 선호도를 분석해 선별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야구 뉴스를 요약해 최신 경기 및 선수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기 프리뷰와 관전 포인트도 요약해준다. 또 선수 평균 능력치와 개인 기록 등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선수의 최근 성적이나 천적관계, 한 줄 요약 스카우팅 리포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 추천질문ㆍ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실시간 AI Q&A 챗봇 서비스 '페이지톡'과 경기 기록 및 뉴스 기사를 데이터로 활용한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 'PAIGE AI 퀴즈'도 제공한다.

스포츠 제작 솔루션 기업 픽셀롯은 AI 자동 방송 중계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해 축구와 농구, 하키, 핸드볼 등 약 22만 개의 라이브 매치를 제작했고 중계 촬영은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이 수행한다. 경기장에 곳곳에 물체를 감지하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선수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따라가 촬영한다.

픽셀롯은 촬영한 경기 영상으로 실시간 및 맞춤형 하이라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팬이 경기 주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사용자가 모바일 장치를 활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화면을 움직일 수 있어 현장의 모든 부분을 볼 수 있다. 최근 픽셀롯은 촬영한 경기 영상에서 AI가 판단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선별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최형준 교수는 AI를 스포츠 컨텐츠 제작에 활용하면 팬 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기 내용을 문자 중계하는 서비스가 오래전부터 시행 중이며, 최근에는 팬을 위해 편파 중계까지 가능하도록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앞선 두 사례처럼 AI를 스포츠에 적용하면 향후 문자 중계로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 프로 스포츠는 팬이 있기에 존재…선수와 팬 간 소통 돕기 위한 기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연기된 2020 한국 프로야구(KBO)가 5일 무관중 으로 개 막했다. 각 구단은 개막 전부터 구단 청백 전 경기를 중계하거나 선  의 홈트레이닝 영상을 공개하는 등 팬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개막전 경기에 LG와 KT는 각각 영상 및 비접촉 시구 이벤트를 진행해 팬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처럼 프로구단이 팬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팬이  있어야 프로 스포츠도 존재한다는 것. 

최 교수는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와 팬 간 소통을 활 발히 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 스포츠는 팬이 있기에 존재하며 선수와 팬의 상호관계가 클수록 더 발전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무관중 프로 스포츠 시대를 대비하고, 선수와 팬 사이 긴밀한 소통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MS, NBA와 AI 기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추진

[관련기사] 인공지능(AI)이 바꿔 놓은 축구 관람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