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도메인을 사용한 기존 소재 (오른쪽) 도메인을 사용하지 않은 HfO₂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집적도를 1000배 이상 올릴 수 있는 이론을 찾았다. 소형 메모리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향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는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UNISTㆍ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산화하프늄(HfO₂)을 이용해 메모리 소자 집적도를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10나노미터(nm) 수준에 멈춰있는 메모리 소자 단위셀 크기 한계를 0.5nm까지 축소할 수 있는 메모리 소재 원리를 발견한 성과로 평가된다. 초소형 및 초집적ㆍ초저절전 인공지능(AI) 반도체 구현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3일자 사이언스지(Science, IF 43.655)에 이준희 교수팀 단독 교신으로 발표했다.

(위) 자연 차폐막이 원자 간 상호작용을 소멸시켜 개별 산소 원자 4개 묶음이 독립적으로 움직여 1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아래)기존 메모리는 수천 개 원자가 탄성으로 연결돼 있어 이를 통째로 1비트 저장에 사용한다. 개별 원자에 비트 저장이 불가능하다.

연구계에는 원자 사이의 강한 탄성 상호작용으로 인해 원자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도체 공정이 수십 나노 공정 이하로 내려갈 경우 모든 반도체가 '스케일 현상'을 피할 수 없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스케일 현상은 정보 저장 및 처리 능력을 가진 물질에서 나타난다. 물질 크기가 작아지면서 능력이 약해지고 수십 나노미터 영역 이하로 작아지면 아예 사라지는 현상이다.

이에 이 교수 연구팀은 산화하프늄 반도체를 이용,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했다. 이 반도체에 특정 전압을 가해 원자를 스프링처럼 강하게 묶던 상호작용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개별 원자 제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후 상호작용이 끊겨 마치 진공에 있는 것처럼 존재하는 산소 원자를 4개씩 개별적으로 스위칭해 메모리 소재로 응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정보 저장에 도메인이 필요하다는 기존 이론도 뒤집었다.

도메인은 1비트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 내 최소 크기 영역이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정보 저장을 위해 원자 수천 개 이상이 모여 만든 수십nm 크기의 도메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메인 없이 0.5nm에 불과한 개별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 일반 반도체에서도 단일원자 수준 메모리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단일 원자 수준 메모리 응용 예시

연구팀은 산화하프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원자 이론의 상업화 적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향후 초집적 반도체 분야 경쟁력 확보에 중요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이다"라고 설명하며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 저장 기술일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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