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위 AI-IP 특위 위원장 지낸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
저작권법 개정안 내 AI 학습용 데이터 사용 확산 조항 마련
AI 기반 창작물 저작권은 사람에게...보상책 마련해야 지속가능

이상직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인공지능(AI)부터 블록체인, 메타버스까지. 이들 최신기술도 익숙해진 기술처럼 '차세대 스마트폰'의 주역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법은, 제도는 그렇게 스마트하지 않다. 아니 스마트하면 안된다고들 한다. 세상은 기술과 법이 엉켜돌아가는 법이다.

일상 속 필수품 지위를 무엇보다도 빠르게 쟁취한 스마트폰. 성공적인 신기술 정착 사례로 꼽히는 스마트폰이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비결은 기술과 제품 장점에만 있지 않다. 서비스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법·제도 또한 잘 보이지 않지만, 필수적이다.

이상직 태평양 법무법인 변호사는 국내 아이폰 공급을 실현한 주역 중 하나다. KT에서 일하던 시절 이 변호사는 미국 애플 본사에 직접 가서 당시 최고 운영 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였던 팀 쿡과 만나 협의를 이끌어냈다. 한국 진출을 원했으나 현지 법제도에 맞추는데 곤란을 겪던 애플은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 시장에 아이폰을 선보일 수 있었다.

아이폰을 들여오는데 성공한 이 변호사는 이제 AI가 우리 사회에 녹아들기 위한 법제도 기반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D.N.A(Data.Network.AI)가 서로 연결되듯 데이터, 네트워크 전문 변호사인 그가 AI 법 자문에 뛰어든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지재위 AI-IP 특위 1기 위원장...AI 학습용 데이터 사용 확산책 마련

AI 법제도와 관련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과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 AI-IP 특별전문위원회 출범과 활동이다. 이상직 변호사는 2020년 1월 신규 출범한 1기 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1년 6개월이 지난 6월 임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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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가 말하는 위원회 핵심 역할은 AI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서 각기 발의한 법안들이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일.

그는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기본법을, 국회에서는 다수 AI 육성법을 개별 발의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만 해도 각 부처가 따로 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으니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것이 특위 역할”이라고 말했다.

보다 세부적인 결과물로는 문체부 저작권법 개정안 내에 AI 학습이 목적일 경우 데이터 사용을 확대 허용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상직 변호사는 “기존에는 저작권법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활용한 추가 창작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최소한의 활용책이 만들어진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 저작권, 특허권 관련 제약이 있는 데이터, 기술에도 쉽게 AI 분석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하려 한다. 연구저작물의 경우에도 교수 동의 없이 쓸 수 없는데 이런 것들을 우선 활용 가능하게 하고 사후적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양질의 데이터 사용이 질 좋은 AI를 만드는 만큼 데이터 평가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평가 체계가 있어야 데이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

이 변호사는 “30대 남성의 온라인 쇼핑 구매 내역과 같은 데이터가 보통 많은데 이런 데이터들을 모아보면 얼마정도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없다. 데이터 소유자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겠지만 어떤 이용자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데이터 수요와 공급 요소를 모두 맞추는 가치평가체계가 필요한 이유”라며 데이터 평가 시스템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에서, 특히 금융 쪽에서 데이터 거래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가 제대로 거래되려면 평가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기에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중인 이상직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인터뷰 중인 이상직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AI 시대 지식재산은 데이터...AI 창작물에 대한 보상책 시급

“지식재산이라고 하면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 권리만 생각한다. 지식재산 범위를 보다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지재위에서 나온 특위인 만큼 지식재산을 활동 주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변호사는 AI 시대에서는 지식재산 범위도 달라진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산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이 데이터가 모두 다 국가 지식재산에 해당된다. 이 데이터들을 우리나라 산업을 지킬 수 있는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목적에서 국가지식재산체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 권리 맥락에서 AI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지도 중요한 주제다. 특히 AI 창작물, 발명품에 어떻게 저작권을 부여할지는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AI 기술이 아직 AGI(범인공지능) 단계에 이르지 않은 만큼 AI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아직 논의하기에 이르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이상직 변호사에 따르면 AI 창작·발명물에 대한 저작권 마련은 생각보다 시급하다.

전세계 현행법에서는 AI를 창작과 발명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창작, 발명 사례는 이미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AI 기반 창작, 발명이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

이상직 변호사는 “현재까지 정확히 합의된 사안은 발명과 창작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AI 자체에 권리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논의가 필요한 주제는 AI 기반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보상, 지원할 것인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이용해 작곡했을 경우에 데이터 수집, 배열, 분류, 알고리즘에 투입 이 전체 과정에서 사람이 어떤 주도적인 역할을 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기여도를 인정할 수 있으면 사람한테 권리를 주자는 쪽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활용하더라도 저작, 창작 과정에 사람의 기여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인정해줘야 AI를 활용한 여러 창작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장치 보유자만이 우위를 선점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AI 창작 시스템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 변호사는 “AI 장치가 있는 사람들만 시장을 점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AI 시스템을 갖지 못한 사람도 해당 기술을 활용해 창작할 수 있도록 액세스권을 주자고 제안했다. AI 장치 소유자와 운영자에게도 어느 정도 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직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편향이라는 개념 명확하게 정의해야...AI가 정치·사회·문화 전반 바꿀 것

편향성은 AI 한계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다. 우리 사회에 AI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켜 준 AI 챗봇 이루다가 여성, 장애인, 흑인 등 소수자 차별 발언을 한 것도 전형적인 편향 문제다.

AI 편향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는 설명가능 AI와 같이 기술 한계를 극복하거나, 포털 알고리즘 공개 의무화처럼 제도적인 방법이 자주 언급된다.

이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편향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편향성은 꼭 도덕성이라 할 수 없다. 기업이 알고리즘 개발을 타깃에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편향은 시장에서 허용하는 편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향 개념을 명확하게 가져가야 혼란이 안 생긴다. 현행법에 위반되는 결과물이 문제가 되는 편향이다.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면 입법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직 변호사가 보는 AI는 산업 혹은 기업 발전 도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사회·문화 전반을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본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그를 비롯한 변호사들의 역할이다.

이 변호사는 “AI 시대에는 기존과 다른 규범과 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앞 차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중앙선을 넘는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쉽다. 반면 자율주행시스템이 이를 수행하려면 위기 상황 발생 시 법을 위반하라는 알고리즘을 넣어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모빌리티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면 새로운 택시 요금제를 만들 수 있다. 교통체증이 있는 시간대에는 더 많은 요금을, 한가한 시간에는 낮은 요금을 책정하면 사용자와 택시기사 모두에게 효율적일 것이다. 드론의 사생활 침해를 막으려면 주거침입도 사람 이외 대상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시대 새로운 법조항을 만드는 것은 물론, 적용 대상을 판단하는 것도 법조인 역할이다. 시장을 창출하고 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법 전문가들이 직접 뛰어들어 공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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