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공지능 법과 제도 관한 공개 토론 개최
오는 12월까지 주제별 연구과제 세미나 열 예정
첫 세션 주제... 'AI 법률적 지위와 책임'

23일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주최로 열린 'AI 법적 지위' 관련 토론회 모습.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23일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주최로 열린 'AI 법적 지위' 관련 토론회 모습.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23일 ‘인공지능 법제정비단’이라는 이름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으로 4개월 동안 AI 법 제정과 기술 기준 정립을 위한 다양한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23일 열린 첫 번째 세미나 주제는 ‘인공지능의 법률적 지위와 책임’에 관해서였다. 인공지능(AI)에게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할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법적’ 의미는 AI에게 인간과 같은 권리와 의무의 주체능력을 주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상 이러한 ‘법인격’은 자연인(사람)이나 법인만이 갖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로봇, 로지와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AI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법적 권리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관련 토론은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시작에 앞서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인공지능 법인격 동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가졌다. 먼저 김 교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해외 AI 규정안과 입법 현황을 소개했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김 교수는 이어 “현행법은 인간 중심의 아날로그 사회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AI로 대두되는 ‘전자인(디지털 휴먼)’에게도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자인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인간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아서는 안 되며, 현행법에서 다루지 못하는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해 필요한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기업을 대표해 김대원 카카오 정책담당 이사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태욱 이사, 송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자리했다. 이들은 현재 광고계를 휩쓸고 있는 신한은행의 3D 모델 로지를 주제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AI에게 인격을 부여한다면 어떠한 방식이 적절한지, 그에 따른 파장에 대해 논의했다.

로지, 모델 계약은 어떻게 하나

광고계를 휩쓸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광고계를 휩쓸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강태욱 변호사는 “로지는 기존의 규율대로라면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며 “대외적으로는 카카오의 라이언과 같은 캐릭터의 형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물건도 법적 인격을 가질 수 있다”며 재단법인을 예로 들었다.

김대원 이사는 “로지도 현재 라이언처럼 후견인, 즉 로지를 개발하고 배포한 신한은행 측이 계약을 담당할 것”이라며 로지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고 이를 돕는 물리적 장치가 마련되는 단계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로지가 권리능력을 인정받는다면 수입을 얻었을 때 재산권 귀속문제는 어떻게 변할까. 이에 대해 김진우 교수는 “지금과 달리 로지가 고도화되면서 자율성이 강화될 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로지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만큼 발전했을 때, 본래의 운용자와 차이나는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그에 따른 책임 소재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이렇게 알고리즘에 의해 독자적 의사결정을 하는 AI가 위험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지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할까

AI 로봇이 책임의 주체가 되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김진우 교수는 “권리 능력이 인정된다면 소송능력도 그처럼 인간이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법상 법인도 인격권이 인정되므로 향후 로지가 인격권이 생긴다면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고, 소송제기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그러나 김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법인격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라는 강력한 위험책임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익숙한 법을 뒤로 하고 자동차에 대해 법인격을 별도로 부여한다면, 생각지 못한 보호의 흠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자동차만큼은 기존 보장법을 유지하고, 드론 같은 AI 기반 물체에 법인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송호영 교수는 “법인격을 인정하게 된다면, AI 자체에 대해서도 재산적 손해와 초상권, 명예권 등 배상소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사람의 경우, 정신적 고통을 보상받는 위자료가 있지만 AI는 그 부분 만큼은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이 또한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향후 유연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송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화면캡처=박혜섭 기자).

AI와 책임보험제도, 어떻게 정립되나

강태욱 변호사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보험제도 논의는 오랫동안 있어왔다”고 말했다. 주로 자율주행차를 주제로 기존 도로교통법과 보행자·운전자 개념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졌다. 강 변호사는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가 났을 때 책임보호제도를 활용함으로써 책임 객체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책임 주체가 AI가 될 수도, 보조 역할의 인간 운전자나 제조업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병철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책임보험제도와 로봇을 대상으로 한 보험제도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4족 보행 로봇과 바퀴가 달린 자동차 보험은 활용도에 맞춰 다르게 구축돼야 할 것”이라면서 “빠른 시기에 다양하고 세밀한 제도를 통해 정립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는 참석인원을 49인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과기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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