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원 AI팀 자율주행 담당 전문 오정익 변호사 인터뷰
“완전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법제도 속속 등장 중”
“가장 중요한 건 교통사고 발생 시 판단기준과 보안”
“기술적 완성보다 全 계층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

[편집자 주] 인공지능(AI)이 우리 사회에 들어올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AI를 언제부터 본격 활용할 수 있을까를 점치는 시대다.

하지만 AI 산업은 아직은 시작단계. 분야별 기술 확산 속도가 크게 차이난다. AI 기반 포털 뉴스 혹은 상품 추천 서비스는 자리잡았지만 병원과 자동차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법제도는 안전장치다. 반면 신기술 도입을 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술이 일상을 만나는 데는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AI와 관련된 법제도에 대해 분야별로 따져 본다. 헬스케어,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AI 적용 분야별 전문가를 만나 관련 핵심 사항과 쟁점들을 점검했다.

법무법인 원에서 AI팀 내 자율주행차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오정익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원 제공).
법무법인 원에서 AI팀 내 자율주행차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오정익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원 제공).

오정익 변호사는 법무법인 원이 내부적으로 신설한 AI팀에서 자율주행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개발 단계는 “곧 완성되겠지만, 상용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협의 과정을 거쳐 자율주행차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택시기사까지 법적 틀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의 대담은 자율주행차 관련 법제도 현황부터 미래 완전자율주행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절차는 무엇인지 등 다양하고 깊이있는 주제가 오갔다. 기술, 윤리, 사회 문제 등 자율주행차 하나가 몰고 올 파장과 이를 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생각을 들어보자.

Q.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머지않았다고 한다. 해외는 차치하고, 현재 국내 자율주행 기술과 상용화를 뒷받침 해주는 법 제도는 어디까지 마련돼있나

사실 법제도란 상용화 단계 직전까지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완전자율주행에 관한 법제도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자율주행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을 마련해주는 법제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안전기준에 관한 자동차 관리법이나 부품 기준법 등이다.

또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운행과 지원 관련 법령이 있다. 말씀드린 것처럼 완전자율주행 단계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나 실험을 위한 특례 설정이 주요 내용이다. 가장 최근에는 자율협력주행 인증 관리 체계 구축과 관련한 ‘자율주행자동차법’이 새로 개정됐다. 이 법은 2022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외에는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정밀 도로 지도 구축도 추진 중이고, 자율주행차 윤리 가이드라인이나 사이버 보안 가이드라인도 발표되고 있다. 모두 법제도 중 인프라와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시면 된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야를 놓고 꾸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Q.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함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게 자율주행차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기술만 믿고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예로 들 수도 있겠다. 이 같은 부분자율주행 기능을 위한 법 제정이 따로 있나

국내 부분자율주행 안전기준은 확실히 마련돼있다. 지난해 부분자율주행 자동차 안전기준법이 신설되기도 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두고 3단계라고 홍보하지만 제가 봤을 때 엄밀히 말해 2단계 수준이다. 3단계가 되려면 운전자 개입 없이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데, 현재 거기까지는 상용화가 아닌 시험단계이지 않나.

부분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가 2단계라고 봤을 때, 이를 정립하는 안전기준 외 법제도는 현재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분자율주행은 여전히 운전자에 상당한 개입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법령을 많이 바꿔야 하는 필요성이 요구되는 수준이 아니란 얘기다. 사고 책임도 현재 법제도 안에서 과실비율을 따져 운전자에게 적절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금 법리로도 충분하다. 일반 자동차 사고와 똑같이 적용된다.

그보다 ‘부분’에서 ‘완전’으로 가기 위한 인프라와 그를 뒷받침 해 줄 법제도에 시간을 더 들이는 중이다. 향후 완전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프레임의 법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오정익 변호사가 자율주행차 법제도 현황과 중요 요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원 제공).
오정익 변호사가 자율주행차 법제도 현황과 중요 요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원 제공).

Q.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법제도 정립 중 가장 최우선으로 따져야할 게 뭘까. 개인 의견은 어떤가

아마 관련자들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통사고 발생 시 판단기준에 관한 부분과 보안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대로 자율주행의 목표는 사람보다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위험 가능성을 절대 배제할 수는 없다. 완전자율주행차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그때 최종 판단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를 조종하는 프로그램 몫일 것이다. 우리는 그때를 대비해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떤 판단을 하게 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소위 ‘트롤리의 딜레마’ 같은 문제다. 여기 한 사람이 있고 반대편에는 다섯 명이 있다. 어떤 경우든 한쪽을 치게 되는 상황에서 과연 자율주행차에게 무엇을 선택하게 할 것인지, 를 학습시켜야 한다. 사람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고 책임을 지지만, 자율주행차는 기계이지 않나. 그 기계에게 일괄적으로 프로그래밍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또 하나는 보안 문제다.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인명피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에 못지않게 프로그램화되면 제일 중요한 문제가 보안이다. 컴퓨터 보안도 중요하지만 이는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러나 자동차는 다르지 않은가. 이 두 개가 앞으로 핵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교통사고는 나라마다 법제도가 다르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Q. 자율주행 관련 법 제정을 위한 조사연구부터 국회서 발의, 통과까지...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체감하기까지 과정을 알고 싶다. 어떠한 단계가 있으며, 시기는 얼마나 걸릴까

완전자율주행에 관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는 통상처럼 진행될 것이다. 관련 부서에서 기초안을 만든 다음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사전 영향 평가가 진행된다. 이후로는 입법 예고와 규제 심사를 시작으로 국회 상임위 심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다음 본회의장에서 의결이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공청회도 열릴 것이다.

다만 자율주행은 인명과 관련된 예민한 부분이 많다. 저는 국내외 어느 제조사든 완전자율주행차를 발표한다면 그 여파는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일 거라고 예상한다. 사람의 손으로 운전을 해야 달리는 차가 아닌, 운전자가 탑승만 하면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는 최초이기 때문에 입법화에 앞서 사회적인 논의과정을 수차례 거쳐야 한다. 이를테면 트롤리 딜레마에 관한 판단기준을 정한다든가 하는 내용이다. 저는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개발 속도보다 사회적 합의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리느냐에 따라 상용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기술 개발 완성은 멀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와 제도는 제대로 된 시작도 못 해 본 단계다.

지난해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퇴출 당한 '타다'. (사진=뉴스1 제공).
지난해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퇴출 당한 '타다'. (사진=뉴스1 제공).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를 하나 들겠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직업군 중 하나는 택시기사일 것이다. 과연 그분들은 자율주행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분들을 위한 향후 문제는 어떻게 대책을 세울 것인가, 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몇 번이고 논의돼야 한다. 지난해 ‘타다’ 사태가 있지 않았나. 작은 호출 서비스와도 엄청난 갈등이 발생했는데, 완전자율주행은 그보다 몇 배 심각한 타격일 것이다.

이렇듯 저는 기술적 문제보다 법제도적으로 사회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 과정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때문에 법 제정 이후 상용화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리고 지난할 거라고 본다. 하지만 꼭 필요한 절차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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