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AI 카메라 장착해 배변활동 데이터 전송
AWS IoT·클라우드에 색·횟수 등 항목별로 구조화
만성 장 질환자부터 대장암 수술 환자까지 원격 관리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화장실에서의 용변활동은 지극히 사적인 행위다. 때문에 관련 만성 질환을 앓아도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렇게 더 큰 병을 키우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변기에 AI 카메라를 장착해 배변을 체크해주는 스마트 토일렛이 개발됐다. (사진=셔터스톡).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화장실에서의 용변활동은 지극히 사적인 행위다. 때문에 관련 만성 질환을 앓아도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렇게 더 큰 병을 키우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변기에 AI 카메라를 장착해 배변을 체크해주는 스마트 토일렛이 개발됐다. (사진=셔터스톡).

AI와 IoT를 접목해 사람의 가장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화장실 용변상태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한 이들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강사로 재직 중인 박승민 박사와 서울송도병원의 원대연 골반저센터장이다. 이 둘은 원 센터장이 AI에 관심을 갖게 될 무렵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만나 ‘스마트 토일렛’을 함께 개발했다. 앞으로 이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의 주역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들을 이끌며 스마트 토일렛 개발을 구상하고 주도한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 샘 갬비어 학과장은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갬비어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밀건강이 미래 의료계 핵심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온 인물. 안타깝게도 스마트 토일렛 개발 완성 직후 작고하며 상용화가 되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두 사람 몫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화장실 카메라’ 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거부반응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이들에게 스마트 토일렛의 개발 과정부터 효과, 강점, 이를 통해 그들이 바라는 미래 헬스케어 모습을 차례대로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먼저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박승민 박사: 한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며 학사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최종 박사학위는 코넬대에서 응용물리학으로 취득했다. 이후 UC버클리에 생명공학과 박사 후 과정으로 가게 됐다. 그때부터 스탠퍼드대와 여러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을 계기로 2014년부터 강사로 재직 중이다.

원대연 센터장: 저는 흔히 말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다. 대장부터 소장, 항문을 아우르는 외과 수술을 집도하고 질병을 치료한다. 현재 제가 있는 서울송도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최대 규모의 대장항문외과 전문병원이기도 하다.

Q. 두 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원대연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장.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사진=원대연 센터장 제공).  
원대연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장.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사진=원대연 센터장 제공).  

원대연 센터장: 박승민 박사님은 제가 2017년 미국으로 연수를 갔을 때 처음 만났다. 개인적으로 AI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저와 박사님을 각각 알고 계신 어느 교수님께서 “둘이 잘 맞을 것 같다”며 소개를 시켜주셨다. 실제로 박사님과 갬비어 교수님을 만나 스마트 토일렛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눌 때 ‘사용자를 위한 임상 데이터 분석은 의사인 내가 맡고, 기술적인 부분은 이분들이 담당하면서 협력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갬비어 교수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신 이후에도 박승민 박사님이 스마트 토일렛 개발을 책임지고 역량을 발휘하셨다. 덕분에 올해 프로토타입이 나올 수 있었고, 지난 해에 이어 네이처에도 다시 한번 소개됐다.

Q. 연구개발을 주도한 샘 갬비어 교수님은 어떤 분인가

스마트 토일렛 개발을 주도한 샘 갬비어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 학과장. 지난해 스마트 토일렛 프로젝트 도중 갑작스레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박승민 박사 제공). 
스마트 토일렛 개발을 주도한 샘 갬비어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 학과장. 지난해 스마트 토일렛 프로젝트 도중 갑작스레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박승민 박사 제공). 

박승민 박사: 스마트 토일렛은 갬비어 교수님이 2000년대 초반부터 구상하신 ‘미래 헬스케어’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님은 양전자단층촬영(차세대 PET)을 최초로 만들고 대중화시킨 분이다. 오래 전부터 미래에는 의료산업이 정밀건강에 초점을 맞춰 변하리라 예측하셨다.

정밀건강은 2016년 오바마 정부가 발표한 정밀의학추진계획보다 앞선 개념이다.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그에 맞춰 적절하고 빠른 예방을 원칙으로 삼는다.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 워치나 휴대용 심박수 측정기가 한 예다.

그러나 이 같은 기기는 건강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만 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갬비어 교수님은 모두가 자유롭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밀건강 기기에 대해 고민하다 ‘변기’를 생각해냈다. 화장실 사용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모두가 하루에 한 번 이상 하는 중요 루틴이지 않나.

Q. 그렇다면 스마트 토일렛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박승민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박사. (사진=박승민 박사 제공). 
박승민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박사. (사진=박승민 박사 제공). 

박승민 박사: 2016년부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듬해 네이처지에 핸드폰 카메라로 신체에 있는 점을 찍으면 암 발병 여부를 알려주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저자를 보니 우리 학교 전기공학과에 안드레 에스테바(Andre Esteva)였다. 그가 실험한 내용을 스마트 토일렛에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연락을 취했다.

에스테바 연구원은 다행히 승낙했다. 그의 논문에 나와 있는 대로 설계하고, 코딩을 짜 2주 만에 스마트 토일렛을 완성했다. 사실 AI라는 게 핵심설계(코어)를 하려면 상당히 힘든 것에 비해 이미 나와 있는 알고리즘을 접목해 개발하는 건 간단하다. 깃허브나 구글만 검색해도 오픈소스로 다 공개돼있는 세상이니까. 에스테바는 학교를 졸업하고 세일즈포스 메디컬AI 책임으로 있는 지금도 꾸준히 자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올해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도 네 번째 저자로 이름이 올라있다.

또 우리가 개발한 ‘랩온어칩(lab-on-a-chip)’은 현존 유일한 항문인식 카메라다. 원대연 교수님은 잘 아시겠지만 사람의 항문은 지문처럼 각기 다른 모양과 주름을 갖고 있다. 갬비어 교수님은 살아생전 이에 대해 항상 강조하셨다. 사람마다 다른 항문부터 분석하며 질병 가능성을 조기 진단한다. 

Q. AI 개발보다 더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박승민 박사: 기술 개발은 2주 걸렸는데, 실질적 실험 과정은 6~7개월이 걸렸다. 먼저 변기에 AI 카메라를 장착하려는 개발 목적을 제대로 소명해야했다. 스마트 토일렛은 흔히 말하는 몰카 개념이 아닌 사용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기기이며, 카메라 각도도 이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개발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이를 담당하는 기관을 IRB, 임상시험심사위원회라고 한다. 모든 대학마다 있는 윤리위원회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곳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발표하고 승인을 받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다음으로 실제 사용자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용변을 보는 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집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갬비어 교수님이 아이디어를 내 “돈을 주자”고 말씀하셨다. 소변을 보는 사람에게는 한 회당 20달러, 대변을 보는 사람에게는 회당 50달러를 지급한다고 공고했다. 그때부터 신청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총 22명을 모아 실험을 마칠 수 있었다.

박승민 박사를 비롯한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토일렛'. (사진=박승민 박사 제공).
박승민 박사를 비롯한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토일렛'. (사진=박승민 박사 제공).

Q. 스마트 토일렛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건가

박승민 박사: 사용자가 가정에서 용변을 보면 그 데이터가 담당의사에게 색, 횟수, 모양 등의 항목으로 구분돼 곧바로 전송된다. 우리는 이 방식을 아마존웹서비스(AWS) IoT로 구현하려 한다. 단말을 IoT로 연결해 병원에 있는 담당의가 받아보는 것이다. 또 논문에도 밝힌 내용인데, 클라우드 기반으로 만들어 보다 상세하고, 어디에서나 접속이 가능한 EHR(전자건강기록)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질병을 앓고 난 이후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게 아닌, 집에서부터 미리 예방하기 위함이다.

상용화가 된다면 건강을 관리하는 주 무대는 병원이 아닌 내 집이 될 것이다. 병원을 찾아 담당의를 만나면 처음부터 진료하지 않고 클라우드에 보관된 데이터를 열람해 상담을 받을 것이다.

Q. 의사로서 스마트 토일렛의 가장 큰 강점을 설명한다면

원대연 센터장: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서 설명을 하자면, 한 시간 동안 환자와 대화를 나눠도 실제 변 상태를 알기가 무척 어렵다. “지난 두 달 동안 어떠셨어요?”라고 물으면 설명이 제각각일뿐더러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환자분들께 배변일기를 써오라고 부탁했는데, 이 역시도 환자마다 각각 내용이 달라 파악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스마트 토일렛은 이러한 진료실에서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데이터 대시보드’ 역할을 한다. 플랫폼을 사용하면 의사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데이터 항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대시보드에 엔진, 속도, 기름 등이 한눈에 정리가 되어 있듯 배변을 통한 환자만의 건강데이터가 일목요연하게 의료진에 제공된다. 기능성 장 질환, 만성 변비, 만성 설사, 위장 간 질환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아주 많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관리도 조기에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또 대장암 수술 후 배변습관 변화도 의사가 수시로 점검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 문제다. 데이터 유출이나 보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은 저희도 계속해서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다. 어느 데이터까지 클라우드에 전송할 것이며, 이를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화장실에서 말못할 고민을 조기에 해결해주는 AI 토일렛이 탄생했다. (사진=셔터스톡).
화장실에서 말못할 고민을 조기에 해결해주는 AI 토일렛이 탄생했다. (사진=셔터스톡).

Q. 두 분이 꿈꾸는 ‘Al로 달라지는 미래 의료계’에 대해 말씀해달라

원대연 센터장: 최근 저희 둘이 ‘카나리아(Kanaria)’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아무래도 대학기관 안에서 스마트 토일렛을 대중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탓이었다.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일산화탄소 감지를 위해 이에 민감한 카나리아 새를 들고 탄광에 들어간 것에서 착안했다. 조기경보, 조기진단을 기본 철칙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현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컴퍼니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박승민 박사: 왜 카나리아가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을 추구하냐면, 스마트 토일렛으로 모은 데이터를 그대로 의사에게 전송하기에 앞서 가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기 쉬운 항목으로 큐레이션(구조화) 해야 하는 과정이 존재한다. 이러한 분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꿈이 있다.

또 얼마 전 연구에서 배변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아, 앞으로 스마트 토일렛이 더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건설 관계자로부터 스마트 토일렛 설치 제안을 받기도 하는 등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이 오고있다. 앞으로 더욱 활용도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승민 박사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미국 코넬대 응용물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UC Berkeley 생명공학과 박사후 과정를 거쳐 생명공학과 Assistant Project Scientist를 역임했다.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현재 동대학 비뇨기의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다.

원대연 센터장은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 중앙의료원에서 레지던트과정을 마쳤다. 한국국제협력단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임상조교수를 거쳐 서울송도병원 외과 골반저 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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