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청각장애인 위한 박물관 해설 수어 번역 서비스 실시
수어 DB 구축 및 3D 모션 교정 기술 활용해 AI 서비스 구현
정확한 의미 전달 집중…내년 고도화된 서비스 가능해질 것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시연 모습. (영상=유형동 기자).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시연 모습. (영상=유형동 기자).

#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청각장애인 A씨. 오랜만에 집 근처에 있는 국립광주박물관을 찾았다. 최근 국립광주박물관 아시아도자문화실에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한국수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전시물 해설문의 QR 코드를 디바이스에 인식시키자, 아바타가 해설문을 차분히 수어로 번역해준다. 여성 아바타와 남성 아바타 중에 선택할 수도 있다. 또 시력이 좋지 않은 A씨는 원하는 글씨 크기를 설정해 좀 더 크게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비수지 표현도 꽤 자연스러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 같은 서비스가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제공된다면 좀 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드는 A씨다.

 청각장애인들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목적

국립광주박물관 1층 아시아도자문화실 수어 번역 시범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GIST 제공).
국립광주박물관 1층 아시아도자문화실 수어 번역 시범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GIST 제공).

국립광주박물관 1층 아시아도자문화실에 가면 인공지능(AI)이 청각장애인의 '귀'가 되어 준다. 원하는 전시 콘텐츠를 선택해 QR 코드를 인식시키면 태블릿에 아바타가 등장해 해당 전시의 해설을 들려준다. 그동안 여러 제약으로 인해 박물관에 가기를 꺼려했던 청각장애인들도 이제 마음껏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26일 국립광주박물관의 아시아도자문화실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문화기반시설의 전시 해설과 안내 방송을 문자 및 한국수어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는 기술 개발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술 연구개발 정책지정 과제에 선정됐다. 과제 기간은 지난해 4월부터 내년 12월까지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26일 국립광주박물관의 아시아도자문화실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설문의 QR 코드를 디바이스에 인식시키면 아바타가 해설문을 수어로 번역해준다. (영상=유형동 기자).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26일 국립광주박물관의 아시아도자문화실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설문의 QR 코드를 디바이스에 인식시키면 아바타가 해설문을 수어로 번역해준다. (영상=유형동 기자).
(영상=유형동 기자).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영상=유형동 기자).

현재 청각장애인을 위해 소리(음성)를 문자로 변환해 주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으나 청각장애인의 제1언어인 한국수어로 변환해주는 기술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다음달 7일까지 시행되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박물관‧미술관‧전시관 등 서비스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청각장애인의 문화생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전문구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은 "이번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시범 서비스는 청각장애인들이 박물관, 미술관, 전시시설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목적"이라면서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소외됨 없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미 전달 정확성 중점…"내년에는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로"


주관연구기관인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이번 과제 수행을 위해 전남대학교(공동연구기관)와 광주 소재 기업인 ㈜위치스(참여기업) 등과 머리를 맞댔다. 또 광주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광주농아인협회, 서울시립농아인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자문 및 검수를 거쳐 청각장애인과 수어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서비스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차 연도인 지난해 구축된 기반 기술을 토대로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토타입 사용성 평가가 진행됐다. 이후 보완을 거쳐 2차 연도인 올해 국립광주박물관과의 업무협약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AI 기반 문화기반시설 서비스 플랫폼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범 사업이 추진된 것.

문화기반시설의 수어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더불어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개발한 3D 모션 교정 기술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어 모션 데이터 수집‧구현에 성공, 이 결과물을 시범 서비스를 통해 확인했다는 게 GIST 측의 설명이다. 이 시범 서비스를 이용한 청각장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개선을 거쳐 향후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이 이번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형동 기자).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이 이번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형동 기자).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박물관에 있는 3,500개 정도의 한글 문장들을 수집해 수어 문법에 맞게 변환하는 스크립트 작업을 했다"며 "작업 결과물을 복지관 분들의 검수를 거쳐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어 단어들을 선별해 현재 약 1,700개의 수어 단어를 모션 캡처를 통한 수어 모션으로 데이터화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수어의 경우 손가락 동작이 정확해야 뜻이 전달되기 때문에 손동작의 미묘한 차이로도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모션 캡처 장비로는 수어 모션 데이터를 수집‧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3D 모션 교정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 기술을 이용해 교정을 거쳐 수어를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했고, 1,700개 정도의 수어 모션 데이터를 토대로 수어 번역기를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은 "수어는 문법체계가 한글과는 완전히 다르고, 얼굴 표정과 같은 비수지(非手指) 기호도 수어 의사소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사진=유형동 기자).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은 "수어는 문법체계가 한글과는 완전히 다르고, 얼굴 표정과 같은 비수지(非手指) 기호도 수어 의사소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사진=유형동 기자).

또 김태욱 연구원은 "수어는 문법체계가 한글과는 완전히 다르고, 얼굴 표정과 같은 비수지(非手指) 기호도 수어 의사소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이 같은 부분들을 고려해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고, 내년에는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립광주박물관의 시범 서비스를 필두로 내년에 해당 플랫폼이 어느 정도 고도화되면 서비스를 확장해 공공기관 박물관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전시시설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의 수어 번역 서비스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청각장애인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서비스는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의 수어 사전에 등록돼 있는 단어 수가 많지 않아 박물관에 있는 콘텐츠 텍스트에서 수어로 구현하기 어려운 단어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청각장애인은 복지관을 통해 수어 통역사를 대동해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아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잘 찾지 않게 되는 게 현실이다.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이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해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형동 기자).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이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해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형동 기자).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시연 모습. (영상=유형동 기자).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시연 모습. (영상=유형동 기자).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시연 모습. (영상=유형동 기자).
청각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해설문 한국수어 번역 시범 서비스' 시연 모습. (영상=유형동 기자).

그런데 해당 서비스는 수어 단어에 없는 어려운 한자어와 영어 단어까지 지화(수화에서 한글 자모음‧알파벳‧숫자를 하나씩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방법)로 표현하거나 이해를 돕도록 상세히 뜻을 풀이하는 등 세심하게 설계됐다. 아울러 동음이의어나 비수지 기호 등도 문맥과 상황에 따라 적합한 수어로 구현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가독성을 높이고자 글자 크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바타의 의상도 검정색으로 설정함으로써 정보 전달에 집중했다. 앞으로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될수록 좀 더 양질의 수어 번역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태욱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시범 서비스는 문장 해설 중심으로 수어 번역이 이뤄졌지만, 내년 3차년도에는 고도화를 통해 도슨트가 해설하면 실시간으로 아바타가 수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이 이번 시범 서비스 이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유형동 기자).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김태욱 선임연구원이 이번 시범 서비스 이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유형동 기자). 

특히 일반 수어 통역사가 찍은 영상의 경우 나중에 유물이나 해설 내용이 변경되면 다시 제작을 해야 하지만, 이 서비스는 내용이 바뀌더라도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언제든지 다시 번역해 수어 아바타로 구동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성과 효율성이 높은 서비스인 셈이다.

만약 이 같은 수어 번역 서비스가 확산된다면, 청각장애인도 수어 통역사 서비스를 신청해 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아무 때나 와서 좀 더 다양하고 질 높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태욱 연구원은 "아무래도 일반인 대상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기술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 개발은 미진한 편"이라며 "이러한 서비스의 확산을 위해서는 박물관의 의지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지스트, 청각장애인 문화 향유 기회 늘린다

[관련기사] "상상이 현실로"…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CT 상상이룸전’ 개최

키워드 관련기사
  • AI 기술이 장애인의 눈과 귀가 된다...장애인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 지원
  • [인터뷰] 박영선 라젠 대표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랑이 AI 독학으로, 창업으로 이끌었죠”
  • NIA, 실시간 수어 영상 서비스 제공...청각장애인 재난안전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