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인도‧브라질‧터키 등 디지털세 조사 착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미국이 자국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디지털 세금을 물리려는 국가를 대상으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해 디지털세 도입을 준비하는 국가와 새로운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CNBC와 블룸버그 등 다수 외신이 3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IT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디지털세 도입 국가에 대응해 보복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실제로 USTR은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브라질, 체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이 부과한 디지털세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는 성명을 밝힌 바 있다. 

보복관세 도입을 비롯한 보복조치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디지털세는 IT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따라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요 과세대상은 구글, 애플, MS 등 미국 IT 공룡 기업이다. 이에 미국은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 무역 상대국이 미국 기업에 부당한 세금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차별적 과세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USTR은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불공정 관행에 일방적으로 제재를 발동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이번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해당 법 조항은 지난해 프랑스가 디지털세 3%를 부과하자 미국이 보복관세 근거로 사용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프랑스에게 24억달러(2조8000억원)상당 수입품에 최대 100%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지난 1월 프랑스가 디지털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요청해 오는 7월 15일까지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은 보복 관세 부과 등의 제재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 특히 IT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관련해 140개국의 글로벌 세제 개편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OECD는 올해 말까지 디지털세 과세 관련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 

올 초 미국은 이 계획이 미국 기업에 대한 강제적인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인 성격일 경우 디지털세의 일부 측면에 대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IT 대기업을 둘러싼 논쟁은 디지털세 뿐만 아니라 독점적 지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EU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검색엔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세차례에 걸쳐 총 82억5000만 유로(약 11조3000억원)를 징수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네덜란드 소비자ㆍ시장 감독당국은 애플 뉴스 서비스의 반독점 위반 여부도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 주에 EU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팬데믹로 인해 악화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안으로 EU 차원에서 IT 대기업에 대한 새로운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에도 EU 규제 위원회가 IT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놓고 경쟁 규칙을 어기지 않아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10년 동안 이어온 전쟁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며 유럽위원회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독점 금지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규제 위원회는 새로운 방안이 기존 독점 체제를 해소하고 시장 전체의 구조적 경쟁 문제에 적시에 개입하는 것이 목표다. 9월 8일까지 법안을 협의하고, 올해 마지막 분기 중에 입법안을 발표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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