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 가천대 교수

학자들이 내리는 인공지능(AI)의 정의는 다양하다.

인간의 사고, 의사결정, 문제 해결, 학습 등 활동에 연관지을 수 있는 자동화’라거나 ‘인지와 추론,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계산의 연구’로 보기도 했다.

‘사람이 기능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 제작을 위한 기술’로 정의한 학자도 있다.

스튜어트 러셀과 피터 노빅은 저서 ‘Artificial Intelligence – A Modern Approach’에서 ‘인간의 사고작용을 연구하는 분야,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려는 분야, 인간처럼 기계가 문제를 풀도록 연구하는 분야’라고 적었다.

최근 국제표준화회의(ISO/IEC JTC1/SC42) AI 분과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정의했다. 우선 공학 관점에서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 처리,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시스템 공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고, 좁은 의미로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잘 정의된 하나의 작업’으로 보았다.

 

고난이도 세계를 지향하는 범용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더 편리하고 행복한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을 도와주는 도구 개념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미래의 인공지능 기술을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고 명명했다.  범용 인공지능은 바둑을 비롯한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수준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고난이도 세계를 지향한다.

 

구글을 비롯한 기업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도 바로 이 범용 인공지능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개최한 ‘삼성 AI 포럼 2019’에서 범용 인공지능 연구를 공식 선언했다.

 

범용 인공지능 기술은 올 초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도 주요 주제였다. 155여 개국에서 4500여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물론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개발자 의도에 맞춰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학습범위 밖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반면 인간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다. 유추를 하거나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등 다양한 인지능력을 활용해 다른 분야와 자연스럽게 연관시킨다. 테니스를 배우면 배드민턴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치다.

 

인공지능도 유사과제를 배울 때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을 한다. 데이터가 풍부한 분야에서 학습시킨 후 무작위 초기화를 하지 않고 대상 분야 데이터로 미세조정 해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딥러닝이 범용 인공지능 한계 극복 도와

이 같은 방식은 딥러닝(deep learning)의 눈부신 성장으로 가능해졌다. 사실 범용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출발했지만 기술적 한계에 막혀 있었다. 아직도 개발된 기술은 아니라 개념 정의도 구체적이지 않다.

 

많은 학자들이 범용 인공지능을 인간 수준의 지능(human-level intelligence)으로 여긴다. 인간처럼 정보를 학습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다양한 문제를 인지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을 구현한다는 의미다.

 

범용 인공지능에 자의식이나 감정 또는 물리적인 몸체가 필요하느냐는 부분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벤 괴르첼 박사는 범용 인공지능을 ‘인간 수준의 지능을 구현한 기계장치’로 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하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범용 인공지능을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과는 반대 개념으로 구분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딥러닝도 아직은 범용 인공지능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셈이 된다. 또 딥러닝과 범용 인공지능 연구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딥러닝의 발전으로 범용 인공지능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규명된 바 없다. 다만 여러 연구자가 기호적 인공지능과 딥러닝의 유기적인 결합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범용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필요한 AI 윤리

범용 인공지능이 출현하면 그것은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전문가가 많다.

이 때가 되면 사람과 인공지능은 공존하는 관계로 바뀌게 될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윤리와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미래를 위한 준비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은 반드시 사람에게 이롭게 활용돼야 한다’는 대원칙아래 23가지 원칙을 정립한 바 있다. 국제표준화회의 AI분과 3번째 워킹그룹(ISOIEC JTC1/SC42 WG3)에서도 인공지능 윤리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범용 인공지능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 진흥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 윤리를 바로 세우는 일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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