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대학원 #대학원 #입학시즌 #무상교육 #학벌

"에이, 내가 S대이긴 하지만, 여기선 S대 취급 못받지, 법대 출신 아니잖아~"

법조출입기자가 되면, 매일 마주하는 취재원이 사법시험 합격한 검사, 판사, 그리고 변호사인 경우가 다반사. 첫 손에 꼽는 대학 나온 현직 검사의 학벌 타령(?)이 당시엔 참 생소했다('라떼'는 고등고시를 이은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법조계에 입문했다). 사시 통과했는데, 학연 지연 따위, 뭐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다.

웬걸? 판검사 인사발령 나면, 스트레이트 기사와 함께 해설 기사까지 물리곤 했다. S대와 비(非) S대, 법대와 비 법대 출신들이 어느 청에서 어느 청으로 발령났는지 비율 계산하며 분석했다. 대학 구분은 물론, 사법학과 공법학과 나누고, 졸업한 고교와 고향까지 분류한 표 만들었다면 할 말 다한 거 아닌가? '라떼'는 그랬다. 이젠 실력이 중시되는 시대니, 학벌 좀 안 따지겠지? 맞지?

△△박사넷, ☆☆채팅방 가보세요

"좀 여쭐게요.. A대 인공지능대학원 괜찮나요? 자대 출신 위주로 뽑는다던데..." "등록금 비싸서 스폰받아야 하는데 그럼 '노예(?)'돼야 하는 건나요? "B대는 홈페이지도 안 만들었더라구요. 커리큘럼도 확정 안됐다는데 그래도 교수 컨택은 해야...ㅠㅠ"

인공지능 선진국에 비해 뒤늦은 연구인력 양성체제를  갖추려, 정부는 인공지능 대학원을 설립하고,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모두 8개 대학이 선정됐다.

소위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제약 받지만, 어김 없이 입학 시즌은 다가온다.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지도교수가 석박사 제자를 막 대하지 않는지 검증해주는 △△박사넷, ☆☆채팅방 등 비공식 채널이 활성화된다.

"정부 지원금 받으려고 일단 만든 거라고 봅니다." "준비 없이 1차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부랴부랴 2차 지원하려고 만든 대학원으로 압니다." "교수 연구실적이나 커리큘럼 소개 없는 건, 그냥 대학 간판 보고 지원하라는 거지요."

비공식 채널에서 오가는 문답은, 그야 말로 잡담(채팅)일 뿐이겠지. 최첨단 학문분야, 인공지능학계 조차 학연과 학벌, 간판에 연연하면 안되는 걸테니까.

학벌이란 무엇인가?

구한말부터 한국전쟁까지 전통적 지배질서(establishment)가 붕괴한 한국 사회는 학벌이라는 새로운 신분제를 택했다고 사회학자들은 분석한다. 학벌이란 신분제에 편승하려면, '우골탑'에 가야 했고, 자교와 타교 편갈라 '우리끼리'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것.

그런데, 프랑스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EU 회원국이 아닌 지역 유학생들의 국립대학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이렇게 판시했다.

"'국가는 어린이와 성인의 교육, 직업교육, 문화교육의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며, 국가는 모든 단계에서의 정교분리와 공공 무상교육을 조직할 의무를 지닌다'는 1946년 개정헌법은 공공 고등교육기관(대학 및 대학원)에도 적용된다."

전문적 지식을 구비한 인력을 배출하는 대학이 결코, 국민을 줄세우거나, 돈벌이 법인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되는, 공공재로서 작동해야 한다는 뜻 아니었을까?

대학 무상교육 안되나

교육부는 프랑스와 독일 등 OECD 가맹국 36개국 중 16개의 유럽 국가에서 무상 고등교육을 시행하고, 미국 조차 고등교육 무상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OECE 주요 국가의 의무무상교육 (자료=교육부)
OECE 주요 국가의 의무무상교육 (자료=교육부)


어차피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감소와 대학 축소 추세는 명확하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된다.

인공지능(AI) 교육과 연구개발이 그렇게 중요한 국가 정책이라면, 이 참에 인공지능대학원부터 무상교육 시행하면 안되는 일일까 싶다. 한걸음 더 나아가, 고등교육이 무상화되는 그 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벌 학연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길 기대한다.

글쓴이

62년생 81학번. 중앙일보 기자(공채25기)로 취재 일선에서 인터넷 시대를 겪었다. 인터넷을 교육에 활용(Internet in Education)하자는, '교육 정보화 캠페인'을 펼친 공로로 대통령표창(단체)을 받았다. 중앙일보 정책사회데스크, 프리미엄섹션 편집장, CRM실장을 역임했다. 중앙일보교육법인과 중앙일보플러스 대표이사를 거쳐 퇴임. 올 2월 인공지능 관련 뉴스를 취재 보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시니어 인턴' 계약직 사원으로 AI타임스에 입사했다. '라떼'를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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