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외국에는 제법 알려진 새로운 직업이 있다. '테크 에반젤리스트'다. 우리말로는 '기술 전도사'로 해석된다.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종교를 전파하는 전도사를 의미하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합성했다.

IT업계에서 전도사라는 용어는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 사업부 소속 마이크 머레이가 ‘소프트웨어 전도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IBM과 경쟁하던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매킨토시 플랫폼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더 많이 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우수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테크 에반젤리스트는 사내 개발자와 소통하며 새로 나온 기술과 서비스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 기업을 대신해 대중에게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가교 역할도 한다.

최근 해외에서는 테크 에반젤리스트와 '디벨로퍼 애드보케이트(Developer Advocate)'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개발자 입장을 대변(Advocate)하고 개발자의 의견을 내부 제품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한데다 에반젤리스트가 종교적 의미도 담고 있어 꺼리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WS에서도 에반젤리즘 부서명을 '개발자 대상 활동(Developer Relations, DevRel)'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미국 IT기업은 테크 에반젤리스트를 별도 부서에서 관리하는 추세다. 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IT 공룡기업 모두 테크 에반젤리스트 혹은 디벨로퍼 애드보케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 풍부한 경험과 호기심으로 억대 연봉 받아

연봉도 높은 편이다.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IBM의 테크 에반젤리스트 연봉은 9만9400달러(1억1800만원), 구글의 디벨로퍼 애드보케이트의 평균 연봉은 17만달러(약 2억원)에 달한다. 

테크 에반젤리스트가 갖춰야 할 역할과 자질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만 풍부한 개발 경험과 호기심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에반젤리스트는 개발자가 신기술을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한 샘플 코드 작성이나 프로토 타입 개발을 이어 가야 한다. 개발자 언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을 꾸준히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미래는 밝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세계 GDP 성장률이 내리막을 달리는 가운데서도 AWS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다른 IT기업 또한 악재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애플은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와 네이버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양사의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30%와 16.7% 성장했다.

OECD국가 인공지능(AI) 분야 통계 사이트 OECD.AI에 따르면 1980년 전세계 인공지능 기술 관련 특허 등록 수는 453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등록된 AI 특허수는 1만4478건에 달했다. 3096%나 증가한 수치다. 새로운 AI기술이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AI 분야 테크 에반젤리스트의 미래는 장미빛이다.

윤석찬 AWS 수석 테크 에반젤리스트
윤석찬 AWS 수석 테크 에반젤리스트

국내에서는 윤석찬 아마존웹서비스(AWS) 테크 에반젤리스트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물이다. 지난 2006년 AWS에 입사하면서부터 테크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 테크 에반젤리스트가 되려면

"개발 경력을 갖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유하기를 좋아한다면 기본 준비는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에 참여할 것을 권합니다."

윤석찬 AWS 테크 에반젤리스트가 내놓은 조언이다. 그는 1995년 웹 기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개발을 시작했다. 모질라(Mozilla) 커뮤니티 리더, 웹 표준 프로젝트 리더, W3C 외부 전문가 활동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학교에서는 배울수 없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공유하는 개발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커뮤니티에는 단순 참여보다는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용기를 내기만 하면 개발자 커뮤니티 모임이나 행사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좋습니다만 외부 개발자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야말로 에반젤리스트가 되는 아주 좋은 통로입니다."

◆ 테크 에반젤리스트의 직업 특성은

그는 혼자서 일당백 업무를 한다는 점을 테크 에반젤리스트라는 직업의 가장 큰 특성으로  꼽았다. 글로벌 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혼자서 한 국가나 지역 또는 분야를 담당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한다. 일년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출장지에서 보내기도 한다.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출장이 줄고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첨단기술 분화로 서버리스, 컨테이너,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에반젤리스트가 나오고 있다. 특히 AI 분야는 다양한 신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어 AIㆍ머신러닝(ML) 전문 에반젤리스트 업무가 가장 많아지고 있다.

앙티바스와 크리스 프레그리 등 AWS AI/ML 분야 에반젤리스트도 이 분야에서 빡빡한 외부 강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6시간 분량의 핸즈온 워크숍에는 매번 700~8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텐서플로우와 케라스를 기반으로 BERT 모델을 쿠브플로우(Kubeflow)와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에서 학습하는 내용이다.

윤 테크 에반젤리스트는 "제 외부 강연에서 AI/ML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일반 청중은 아마존고나 알렉사 같은 아마존의 AI/ML 혁신 사례, 데이터과학자는 데이터 라벨링 같은 준비부터 기계 학습 모델 훈련, 배포까지 손쉽게 할 수 있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와 같은 완전 관리형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Life & 교육] 데브섹옵스(DevSecOps)가 뭐지? '깃랩 커밋-버추얼 2020’ 개최

[Life & 교육] 4차 산업혁명 맞춤 인재 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