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0분. 이번 CES2021에 참가한 기업·패널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50년 간 매해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개최를 이어온 CES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대위기를 만나 온라인 박람회로 전환됐다.

유례 없는 100% 디지털 CES를 위해 각 기업은 프레스 컨퍼런스 및 기조연설, 패널 토론회 영상을 제작했다. 이렇게 공개된 영상은 개최기간(1월 11일~14일) 이후에도 30일 동안 시청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약 400달러가 넘는 참가비, 숙박비, 항공료 등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야만 관람할 수 있었던 세계 기술 트렌드를 집에서 편하게 몇 번이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온라인의 가장 큰 이점이다.

취재를 담당한 기업과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기업들의 컨퍼런스 영상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총 100시간이 넘는 컨퍼런스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인 기업은 국내 삼성과 LG전자였다. 11일 첫날 언론매체만을 위한 미디어데이에 프레스 영상을 선보인 두 기업은 뛰어난 감각적 연출이 돋보이는 영상을 제작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사의 AI와 IoT를 접목한 미래형 가전제품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보쉬는 화려함을 배제한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독일인다웠다. 이미 지난해 탄소중립에 성공한 보쉬는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와 친환경을 위한 기업전략을 알찬 순서로 차례차례 소개했다.

캐논은 15분만에 컨퍼런스를 끝내 "성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마저도 미래기술을 접목한 혁신적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고 케빈 오가와 북미지역 사장의 연설이 대부분을 차지해 지루함만 남겼다. 파나소닉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만나자”는 인사로 컨퍼런스를 시작해 쓴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각종 패널 토론회는 이번 CES가 심각한 대유행병 탓에 온라인으로 개최한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모든 토론회가 스튜디오가 아닌 화상 플랫폼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패널 토론회의 가장 큰 특징은 출연자 각자의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별 토크를 편하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성 AI전문가들 네 명이 모여 AI 기술의 차별과 편향을 논한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경험을 통해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평등한 AI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 의논했다.

AI 및 IT 기업 내 중역들이 논하는 AI 현황과 미래, 윤리에 대한 토론회도 흥미로웠다. 이들은 더욱 더 인간처럼 진화하는 AI를 두고 ‘공정한 데이터셋’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CES2021 디지털 플랫폼을 담당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의 철학적인(?) 기조연설은 신제품 공개나 신기술 소개를 기대한 (기자 같은) 이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반복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AI를 잘못 도용한 사례 때문이었을까, 러시아로부터 해킹공격이 너무나 뼈아픈 일이었을까. 스미스 사장은 첨단기술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해 안전과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 티디 BBC 기자는 스미스 사장의 기조연설에 대해 “솔라윈즈 해킹 범위가 대중들에게 자세히 알려질수록 지난 몇 주 동안 MS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며 “사이버공격에 맞서 시스템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새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이같은 내용의 기조연설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CES는 디지털 특성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눈에 띄었지만 현장취재 부재는 역시나 큰 아쉬움을 남겼다. 볼거리를 제공할 수 없다는 공간적 제약은 지난해 참가기업 절반이 포기하기 충분한 이유가 됐다. 어느 토론회는 화면도 4등분이 아닐뿐더러 발언자로 화면 전환 시 버퍼링이 발생하면서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디 내년 CES 시즌에는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화려한 ‘현장의 맛’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래본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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