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은 로봇에게 치명적...'사람보다 낫다'로
LG전자 클로이 살균봇, 삼성전자 제트봇AI는 매우 흥미롭고 현실적
이동형 로봇과 결합되는 가전, 서비스로 확장될 것
가전·AI·로봇의 결합, 대중화되는 마지막 단계이자, 최접점의 일

[편집자주]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GM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참석했고, 국내 대기업과 벤처,스타트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우리는 CES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CES에 큰 관심을 보인다. 온라인 진행으로 한계가 명확했지만, 그래도 볼만했던 CES2021이 보여준 가까운 미래를 정리해봤다.

(사진=LG전자)

 

온라인에서 열린 CES 2021의 주요 이벤트는 기자간담회나 컨퍼런스, 토론 등이었다. 전시장을 누비는 재미가 빠진 온라인 행사는 다소 아쉽지만 대신 발표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가전의 방향성을 담아냈다. 첫 키노트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맡았는데, 이 CES의 터줏대감격 기업들은 흥미로운 주제를 흘렸다. 바로 로봇이다.

LG전자는 ‘클로이 살균봇’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공개했다. 이 로봇의 역할은 스스로 움직이며 이름처럼 살균과 방역을 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단숨에 무엇을 노렸는지 읽을 수 있다. 특히 호텔이나 사무실, 강의실, 그리고 병원이나 생활 치료 시설 등에 효과적으로 보인다.

로봇의 역할은 사람이 시키는 일을 대신하는 데에 있다. 대신 한다는 것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대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위험한 일을 도맡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방역에 로봇을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안전과 연결된다. 동시에 사람보다 더 빠짐없이 일을 할 수도 있다. 로봇을 써야 하는 적절한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클로이는 LG전자가 내세우는 로봇의 브랜드다. 2018년 CES에서 처음 등장한 클로이는 길 안내와 호텔의 짐을 들어주는 포터, 마트에서 대신 상품을 싣고 계산해주는 카트 등의 형태, 그리고 역할로 소개됐다. 그 중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클로이는 이미 인천국제공항에서 쓰이고 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함께 이동하며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공항에서 마주친 클로이는 그렇게 흡족한 경험은 아니었다. 길을 안내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고,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이 고가의 로봇을 늘리는 것보다 길을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디지털 안내판 등을 늘리고, 그 UX를 개선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나마 길 안내 클로이는 실제로 쓰이는 사례들이 있지만 포터나 카트 형태의 클로이는 CES 2018 이후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콘셉트로서는 훌륭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거리가 있는 일들이라는 이야기다.

 

LG전자 비대면 방역로봇 ‘LG 클로이 살균봇'이 호텔 객실을 살균하는 장면이다.
LG전자 비대면 방역로봇 ‘LG 클로이 살균봇'이 호텔 객실을 살균하는 장면이다.

 

반면 살균봇은 기가 막혔다. 방역은 아주 빈번하게 반복되는 일이고, 아무리 단단하게 무장을 한다고 해도 기기를 들고 반복적으로 위험한 공간을 드나들어야 하는 작업자들에게는 아주 작게라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이 직접 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더 뛰어나거나, 생산성이나 창의성을 보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런 일이 바로 로봇이 대신해야 하는 일이다. 그동안 LG전자가 꺼내 놓은 여러 가지 클로이의 콘셉트 중에서 살균봇은 가장 현실적일 뿐 아니라 당장 필요한 로봇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로봇의 의미는 움직인다는 역할을 넘어 ‘어디에 쓰일 수 있나’에 달려 있다. 클로이 살균봇은 기술적으로는 아주 단순히 풀어낼 수 있다. 이미 로봇 청소기처럼 공간을 인지해서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로봇은 비싸지 않게 대중화되어 있고, 그 위에 자외선 살균기와 소독제를 뿌려주는 분무기가 작동하면 된다.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필요성과 수요를 잘 읽어낸 콘셉트라는 이야기다. 기술의 가치는 신기함이 아니라 공감에서 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의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도 흥미롭다. 이미 로봇 청소기는 완성 단계에 접어든 기술이다. 아직도 로봇 청소기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초기의 형편없는 경험들 때문이다. 흡입력이 약해서 먼지를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공간을 헛돌면서 집안 곳곳을 고르게 청소하지 못했다. 현관이나 화장실에 굴러 떨어지거나 가구 아래에 잘못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마디로 로봇 청소기는 청소라는 본질적인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다. ‘사람이 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은 로봇에게 치명적이다. 하지만 근래의 로봇 청소기는 기본적으로 청소기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센서를 통해 안전하게 움직이며 곳곳을 청소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로봇 청소기가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깨끗하게 청소를 해 낸다.

삼성전자의 제트봇 AI는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을 더했다. 라이다 센서를 달아서 공간을 해석하기도 하고, 카메라와 컴퓨터 비전 기술로 주변 환경을 읽어낸다. 실제 제품의 움직임을 봐야겠지만 기반 기술은 자그마한 자율주행차량의 기술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청소기는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청소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물의 특성을 읽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화분이나 도자기에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조금 더 살살 움직이기도 하고, 청소기 앞에 전선이 놓여 있으면 피해간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로봇이 고도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뤄져야 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그게 대중화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물론 이 청소기가 그리 싸게 팔리지는 않겠지만 손에 들어올 수 있는 일반 가전으로 들어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기기의 본질적 역할, 경험을 끌어올리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이 로봇 청소기의 경험이 좋아지면 다시 사람들의 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로봇의 어려움 중 하나는 사람들의 거부감인데, 일을 맡겨둘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로봇 청소기로 로봇 기술을 경험하게 되고, 더 나아가 집 안에서 로봇이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음성 어시스턴트도 초기에는 사람들이 기계와 말을 한다는 것을 부끄럽고, 어색하게 여기면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품질이 좋아지면서 점차 보편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로봇에 대한 거부감은 더 직접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경험들을 통해 합의를 갖게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봇의 대중화는 그저 움직이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까지의 가전은 붙박이로 자리를 잡고,일을 하는 ‘스테이션(Station)’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로봇의 가장 큰 강점은 움직이며 주어진 일을 하는 데에 있다. 세탁기는 세탁물을 집으러 다니고, 식기 세척기는 집안 곳곳의 그릇을 정리해야 완벽한 가전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동은 그 기본이고, 이동형 로봇과 결합되는 가전은 결국 가전의 역할을 '서비스(CE as a Service)’로 확장시킬 수 있다. 가전과 인공지능, 로봇의 결합은 그저 꿈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닥친 기술들이 대중화되는 마지막 단계이자, 최접점의 일이다.

AI타임스 최호섭 기자 work.hs.choi@gmail.com

[스페셜리포트]①디지털 CES, 우리의 ‘미래’를 돌아보다

[스페셜리포트] ③홈 헬스케어,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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