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 ‘물은 기억한다’ 작품 전시
AI 시대 기술‧예술‧환경 문제 융합한 참여형 스토리텔링 작품
자연어처리 AI 모델 GPT-3 등 인공지능 기술 접목 시도 '눈길'
"해양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심각성에 대한 인식 제고할 것"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기획전에서 오는 9월 22일까지 전시된다.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기획전에서 오는 9월 22일까지 전시된다.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

#1 한국 전통 신화에서는 용신할머니, 용궁애기씨, 용궁부인, 용왕부인, 용태부인 등이 등장한다. 용신들은 물을 다스린다. 최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한 예술 작품에서 '용신부인' 캐릭터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화 속에서만 접했던 용신부인이 관객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어떤 이야기일까.  

#2 한 관객이 대형 스크린 앞에 서자, 바닷속이 펼쳐진다. 관객은 작품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를 지키는 주인공이 된다. 주인공이 된 관객은 미세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미세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유용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해낸다. 관객이 주도해 해양환경 문제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AI가 이야기로 만들고, '용신부인'은 그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 포스터. (사진=부산광역시 제공).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 포스터. (사진=부산광역시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책임자 김안나 연구원)이 인공지능(AI) 시대 기술과 예술 그리고 환경문제를 융합한 스토리텔링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제목은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기획전에서 오는 9월 22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기획전에는 국내‧외 60여 명의 작가와 관련 기관이 참여해 9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연구팀은 자연 언어 생성 인공지능을 사용해 관객을 미래 해양환경 문제의 해결사로 만들어주는 참여성 인터렉션 스토리텔링 작품을 개발했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관객들과의 다양한 의견 소통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이번에 열리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생태환경전은 인간이 생태환경의 변화에 명백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는 인류세적 세계관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작품의 제작‧포장‧운송‧설치‧철거 등 전시 전반에 이르는 모든 활동은 친환경 실천 방안에 따라 진행된다. 전시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고벽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페인트와 시트지의 사용은 제한된다. 홍보 인쇄물에 이면지를 활용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 등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띈다.

(영상=지스트 제공).
지난해 12월 열린 ‘CT 상상이룸전’에서는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지난 한 해 동안 이룬 주요 연구 성과물이 펼쳐졌다. 이 가운데 실감형 스마트 미디어월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아시아문화지도-라마야나의 길’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아시아문화자원과 문화기술이 결합된 인터랙티브 정보탐색형 전시로 큰 호응을 얻었다. (영상=지스트 제공).

전문구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은 “이번 작품은 우리 연구소가 AI 기술을 미디어아트에 적용해 미세 플라스틱의 오염이 인류에 미치는 위험성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앞으로 현생 인류가 처해 있는 환경‧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다양한 작품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지난 2013년 4월에 설립돼 문화기술연구개발 정책지정 과제뿐만 아니라 과학문화 전시 서비스 강화 지원사업과 융복합 예술창작 지원 협력기획사업 등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AI 실시간 미디어 파사드 매핑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다수의 공연‧전시 콘텐츠 등에 활용, 국가 문화산업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문화기술 연구‧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인터뷰】 김안나 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원


Q.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미세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작품이다. 환경 문제 특히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 혹은 문제의식은 있어도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인지도를 높이고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미세 플라스틱을 연구하는 박사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별도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Q. 작품에 사용된 인공지능 기술과 작업 과정에 대해.

이 작품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 설치작품이다. 실시간 해양오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예측에 따라 펼쳐지는 미래를 단편소설로 제작했다. 작품에는 크게 두 가지 인공지능 플랫폼이 사용됐다.

하나는 참여하는 관객의 사진 이미지를 분석해 표현해주는 AI 시스템이다. 그리고 참여 관객을 2050년 미래 시대에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훨씬 더 악화됐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으로 스토리텔링하는 자연어처리 AI 모델이 사용됐다. 

딥러닝을 이용해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산하는 GPT-3라는 오픈 프로그램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2020년 AI 연구기관인 오픈AI가 개발한 최대 규모의 자연어처리 AI 모델로 지금까지의 자연어처리 모델 가운데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Q. 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GPT-3의 경우 지난해 출시된 새로운 플랫폼이라 우리도 처음 시도해보는 작업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GPT-3 프로그램을 도전적으로 응용해본 셈이다. 더욱이 기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예술적‧개념적‧사회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융합하려다 보니, 이 같은 작업을 어려웠던 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Q. 작품에서 관객과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일단 전시 장소에 가면 키오스크가 있다. 이 키오스크는 관객에게 어떻게 상호작용이 이뤄지는지 알려준다. 관객은 키오스크의 설명과 요청에 따라 스토리 형성을 위해 포즈를 취한다.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찍힌 관객의 사진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진 캡션을 통해 GPT-3가 생성할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지정되는 방식이다.  

작품 속의 가상 해양환경에는 용신부인이 살고 있다. 용신부인은 한국 전통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가상 캐릭터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스토리를 들려준다. 관객이 주인공이 돼 악화된 해양환경 문제를 극복해나가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다. 작품에 사용된 AI 시스템 자체가 영어 기반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실시간 번역돼 이야기가 진행된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를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기획전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22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코로나19 예방 조치에 따라 하루 전까지 부산시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이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를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기획전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22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코로나19 예방 조치에 따라 하루 전까지 부산시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의 작품 ‘물은 기억한다(Water Has Memory)’의 한 장면. (사진=지스트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제공).

 

Q.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작품 외에 미세 플라스틱을 연구하는 박사님들의 인터뷰 영상도 함께 전시된다. 관객들이 이 같은 예술작품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접하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알아가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Q. 앞으로의 계획.

생태계와 환경문제, 사회적 이슈 등 이 모든 것들이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쟁점들을 다루는 융합 작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예술성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도 실험적인 작품들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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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오던 플라스틱. AI 기술과 만나 예술로 승화된 이번 작품 전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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