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AR 서비스로 시작...메타버스 유행으로 황금기 맞아
얼굴·행동·음성 인식 AI를 저작기술에 적용...쉬운 창작 만든다
커머스·헬스케어 포함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 개발해 내년 공개

전재웅 대표(사진=AWS)
전재웅 대표(사진=AWS)

 

메타버스를 잘하려면 삶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메타버스 기술 스타트업 애니펜 전재웅 대표가 보는 메타버스는 우리 삶을 바꾸는 거대한 산업이다. 단순히 아날로그 영역에 있던 것을 디지털로 옮기는 ‘도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바꾸는 총체적 움직임이 곧 메타버스라는 것.

올해 말 공개할 애니펜의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같은 철학이 담겼다.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서비스에 집중하는 기존 플랫폼과 달리 생활에서 필수적인 커머스, 헬스케어까지 포괄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커머스에서는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 이외 스토리를 입혀 ‘가심비’ 취향을 저격하는 식이다.

최근 들어 부상한 아이템인 만큼 스타트업이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AR, VR과 같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들의 집합체에 가까운 성격상 다양한 기업과의 협약도 관건이다.

애니펜은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여기서 강점을 보인다. 메타버스가 본격 유행하기 전인 2013년부터 증강현실(AR) 사업을 시작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구글, 퀄컴, MS 등 글로벌 테크기업은 물론 통신사, 캐릭터사까지 파트너사로 섭렵했다. 콘텐츠 저작기술을 자체기술로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인연은 기업 출범 초기부터 이어져 시장 진출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애니펜은 초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AWS 액티베이트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아마존 점프스타트까지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실시간 데이터를 지속 관리·제공해야 하는 기술 특성상 AWS 클라우드 도입은 필연적이었다. 딥러닝 기술 접목에 집중하는 최근에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효과를 보고 있다.

AR 서비스부터 시작해 XR까지 영역을 확장해온 애니펜이 현재 주력 중인 일은 서비스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것. 현재 예산 중 80%는 기존 보유 기술에 딥러닝을 접목하는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사용자 주도 창작활동을 간편화하는데 필요한 얼굴·신체·음성 인식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용자가 원래 지니고 있는 얼굴, 몸짓, 목소리 등을 활용해 쉬운 창작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전재웅 대표(사진=AWS)
전재웅 대표(사진=AWS)

◆AR 기업에서 XR, AI, 메타버스까지...“필연적 행보였다”

애니펜의 시작은 증강현실(AR) 서비스 회사였다. 더 정확하게는 자체 저작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AR 기업에 가까울 것이다. 연세대에서 저작기술을 연구하던 박사들이 나와 2013년 애니펜을 출범했다. 이 중 전재웅 박사가 대표, 장현호 박사가 CTO를 맡게 됐다.

전재웅 대표는 “저작기술은 콘텐츠 제작부터 보급까지 사람들이 콘텐츠와 관련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관여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 기술과 관련된 서비스를 생각하다보니 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XR)까지 함께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애니펜이 걸어온 길과 향후 나아갈 방향은 다르다. 최근까지 AR, VR, XR 서비스를 선보였다면 앞으로 애니펜이 공개할 서비스에는 AI가 등장할 예정이다. 생뚱맞은 결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메타버스 실현을 위해서는 모두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

여러 기술 영역을 다루는 것에 대해 이전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전 대표는 “재작년에만 해도 투자자들이 ‘게임만 잘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딥러닝을 하고 싶으면 딥러닝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시장 분위기와 함께 주주들 사이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제는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4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8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 예상치 못한 성과다.

그는 “메타버스를 하려면 저작기술이 있어야 하고 게임적 요소도 알아야 하고 딥러닝도 해야 한다. 아바타, 디지털트윈도 할 수 있는 회사여야 온전히 메타버스를 할 수 있다. 오버부킹된 투자가 들어왔고 후속 투자도 다수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테크·통신·캐릭터·엔터테인먼트까지...영역별 파트너사 보유

다수 협약사를 확보한 것 또한 메타버스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애니펜의 핵심 역량이다. 애니펜의 파트너사는 크게 테크사, 통신사, 캐릭터사, 엔터테인먼트사로 나뉜다.

테크 분야 협약사에는 구글, 퀄컴, MS, 삼성 등이 있다. 전재웅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구글, 퀄컴, MS 등 당시 우리나라 테크기업들이 관계를 맺기 어려웠던 기업들에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파트너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KT, LG 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사들은 5G 사업 시작으로 콘텐츠 확보가 필요해지면서 애니펜과 협약을 맺게 됐다는 설명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에서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CJ ENM이 대표적인 파트너사다. 협약을 맺은 캐릭터사는 헬로키티를 만든 산리오, 카카오프렌즈 등 무수히 많다.

전 대표는 “파트너사 중 캐릭터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캐릭터 기업과 우리는 윈윈 포인터가 명확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제작한 캐릭터사의 상품은 유저 반응이 아무리 좋아도 기존에는 즐길 수 있는 콘텐츠양이 한정적이었다. 우리 서비스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면서 캐릭터사 상품 수명을 늘린다”고 말했다.

AWS와는 창업 초기부터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관계를 이어왔다. 전 대표는 “AR 게임이나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에서는 아주 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 이외 유저들의 지속적인 컨택으로 데이터를 계속 가져가야 한다. AWS 클라우드를 쓰는 이유”라고 말했다.

딥러닝 도입 작업을 본격 시작하면서부터는 세이지메이커를 쓰고 있다. 그는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에는 여러 연산이 필요하다. 자체 구축한 서버 시스템들은 가동 시간이 상당히 든다”며 세이지메이커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더 빠른 시간 안에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리소스를 집중한다. 해당 시간축을 줄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다. 아마존 점프스타트 프로그램 기간 동안 딥러닝 자원 80% 이상을 지원받았다. 1년 예산 중 상당부분을 커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재웅 대표(사진=AWS)
전재웅 대표(사진=AWS)

 

◆저작기술에 딥러닝 더하기...내년 초 메타버스 플랫폼 공개

스타트업 위치에서 많은 협약사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원천기술에 있다는 주장이다. 저작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시작한 회사라는 가치를 기술 기업들이 알아봤다는 것.

전재웅 대표는 “저작기술 엔진을 자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 우리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쉽게 만드는 데 필요한 캐릭터 움직임, 시퀀스 관련 NUI(Natural User Interface) 기반 엔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R 관련 여러 기술 안전성 깊이는 어느 시기에 창업을 한 기업이냐에 따라 다르다. 현재 시장에 AR, VR, XR 기업들이 많지만 진입 시기에 따라 해당 기술의 원천기술에 접근할 수 있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애니펜이 개발할 원천기술은 딥러닝 결합 저작캐릭터 엔진이다. 이를 위해 애니펜은 3년 전부터 AI 전담팀을 꾸렸다. 최근 확보한 85억원 투자금도 딥러닝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전 대표는 “사용자들이 각자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UI 발달, 엔진 발달만으로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유저 반응, 생체 요소, 움직임을 분석하면 쉬운 창작 서비스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길 바란다”며 딥러닝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NUI를 통해 손짓, 간단한 끄적거림, 선그림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딥러닝을 도입하면 사용자 얼굴, 몸, 손짓 등을 더욱 정교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러닝 기반 저작캐릭터 엔진이 들어갈 메타버스 플랫폼도 자체 제작한다. 애니펜이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은 내년 초 초기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요소 이외 생활에 보다 밀접한 커머스와 헬스케어도 포괄한다.

전재웅 대표는 “메타버스를 잘하려면 사용자 삶 자체를 분석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 삶에 주목하다 보면 커머스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고관련해 다양한 콜라보 업체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활약할 핵심 영역 중 하나인 교육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영유아 대상 메타버스 교육을 주제로 교육 분야 스타트업과 함께 딥러닝 결합 교육용 메타버스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말 개발을 완료한 후 출시될 예정이다.

전 대표에 의하면 앞으로 최소 2, 3년 동안에는 메타버스 유행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개별 산업들이 모여 아주 큰 영역의 산업군을 형성할 것이다. 애니펜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만큼 시장을 가장 먼저 돌파할 첨병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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