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공간, 법적‧제도적 미비로 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 청소년 대다수…사이버 범죄 피해 多
“현행법만으로는 범죄 제재 한계…관련 기관이 적극 나서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세계 속에서 성희롱, 스토킹 등의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제페토 유튜브 채널).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세계 속에서 성희롱, 스토킹 등의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제페토 유튜브 채널).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Metaverse)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유행하는 가운데 사이버 불링(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과 성희롱, 스토킹 등의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Metaverse)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유행하는 가운데 사이버 불링(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과 성희롱, 스토킹 등의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1 A씨는 우연히 초등학생 자녀의 휴대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요즘 푹 빠져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안에서 한 이용자가 아이에게 음성채팅 기능을 통해 “몸매가 좋네” “가슴은 커?” “속옷 벗어봐” 등 성희롱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 깜짝 놀란 A씨는 아이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했지만,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이 10대들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터이자 하나의 문화가 된 이상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2 중학생 B씨는 최근 제페토에서 마주친 한 성인 남성 아바타에게 스토킹을 당했다. 그 아바타는 계속 B씨의 아바타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성적 농담을 던지거나 가까이 다가와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결국 B씨는 스토킹을 견디다 못해 계정을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Metaverse)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유행하는 가운데 사이버 불링(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과 성희롱, 스토킹 등의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단어다. 즉 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계를 말한다. 코로나19 등 현실 공간에서 느끼는 제약을 메타버스를 통해 해소하려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가상공간이 10대들의 놀이터로 부상함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범죄도 진화하고 있다.   

현실공간에서 느끼는 제약을 메타버스를 통해 해소하려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이 10대 청소년들의 놀이터로 부상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상=제페토 유튜브 채널).
현실공간에서 느끼는 제약을 메타버스를 통해 해소하려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이 10대 청소년들의 놀이터로 부상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상=제페토 유튜브 채널).

 

◆ 사이버 폭력 가해자 절반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


메타버스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명암도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이버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 물론 사이버 범죄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메타버스 플랫폼이 특히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의 이용자 대다수는 10대 청소년이다. 국내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의 경우 현재 이용자가 2억 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이들 가운데 10대 이용자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에 초·중·고교생 4,9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9.7%가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발생 공간은 ‘온라인 게임(50.5%)’, 가해 대상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45.8%)’이 가장 많았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 벌어진 아바타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가해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플랫폼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콘텐츠 삭제와 이용 정지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플랫폼 이용자의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인 만큼 플랫폼 운영사 차원에서의 대응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는 개인 간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모욕·비하·인신공격과 같은 개인 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아동 성범죄 우려가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경험이 줄어든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잘못된 경험을 하게 될 경우 이를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메타버스 플랫폼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한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각종 사이버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 플랫폼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더 촘촘한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각종 사이버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 플랫폼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더 촘촘한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 “현행법만으로는 한계…관련 기관 적극 나서야”


이원상 조선대학교 교수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2021 지능정보윤리 이슈리포트 여름호'에서 이 같은 메타버스의 그림자에 대해 조명했다. 이 교수는 "메타버스에서의 자유는 창의력의 동력이 되는 동시에 일탈, 나아가서 범죄의 근간이 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원상 조선대학교 교수

이원상 교수는 "메타버스의 경제를 구동하고 있는 가상자산과 대다수 사용자인 청소년들, 그리고 익명성은 사이버 범죄의 에너지를 끌어들이기에 매력적인 요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규범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메타버스는 자칫 범죄의 배양소가 될 수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행 법률은 아날로그 공간을 기반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서의 범죄행위를 제재하는 데 아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해킹범죄, 성범죄, 모욕 및 명예훼손, 사기‧공갈 등과 같은 범죄행위는 현행 법률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아동복지법 등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 범죄행위가 발생하고, 그것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처벌이 쉬운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범죄자를 특정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기소를 하고, 재판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형사소송절차는 현실공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교수는 "형사소송절차는 통상 아날로그 현실공간을 기본으로 기획‧구축돼 있어 초국경적인 메타버스에는 대응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형사법 체계의 한계가 범죄자에게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원상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메타버스에서의 ‘규범의식’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외적 규제나 기술적 규제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 속에 규범의식이 생기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데 사용자 대부분은 미성년자들이고, 그들에게는 아직 메타버스에서의 규범의식이 자리잡지 않은 상태다.

이 교수는 "현실세계에서는 기성세대의 규범의식이 세대를 넘어 전수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새로운 규범의식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메타버스가 아직 독자적으로 완결된 형태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세계의 규범의식이 메타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적으로 전승돼 온 현실세계의 규범의식이 메타버스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메타버스는 사회·경제 활동 플랫폼...“게임법은 부적절”

[관련기사] 네이버 제페토에 이어 SKT '이프랜드' 출시…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 본격화되나

키워드 관련기사
  • 광복절 행사 타 지자체는 메타버스 활용…AI 중심도시 광주는 여전히 구닥다리
  • ‘메타버스’ 열차 올라탄 광주시‧전남도
  • 메타버스 가상세계 속 광고·쇼핑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