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일부 지자체들이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를 활용한 기념행사를 준비한 가운데 정작 인공지능(AI)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광역시의 경우 기념식 생중계 수준의 구닥다리 행사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광역시는 광복절을 기념해 가상공간에서 독립 운동가들을 아바타로 구현하고, 태극기를 활용한 시민참여 이벤트를 준비했다. 반면 광주시는 여전히 비대면 생중계 방식에 머물러 있어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기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단어다.
◆ 광복절 기념 메타버스 이벤트 여는 인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제76주년 광복절 경축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광복절은 국권을 되찾은 날로, 독립운동에 앞장서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잊혀져 가는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최근 신기술을 활용한 기념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는 광복절을 맞아 메타버스와 지역 독립운동 장소를 접목한 게임 맵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시가 제작한 '인천크래프트 1945 맵'을 무료로 제공한 것. 해당 맵에서는 3·1운동 당시 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창영초등학교, 황어장터, 답동성당 등 인천의 주요 독립운동 장소가 가상공간으로 구현됐다.
또 백범 김구 선생, 심혁성·김명진·유봉진 지사 등 당시 만세 운동을 주도한 지역 독립운동가들도 게임 내 캐릭터로 제작됐다. 시는 게임 내 태극기 아이템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이용자들에게 경품을 증정하는 참여 이벤트도 진행한다. 젋은 세대에게 광복절을 기억하게 하는 좋은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천안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청소년 이벤트를 준비했다. 청소년들이 광복절을 기념해 독립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들의 감사함을 느껴보는 이벤트형 역사프로그램이다. 이용자들은 제페토 월드맵에 접속해 수련관 정문에 걸린 태극기 앞에서 참여 인증샷(상황에 맞는 포즈 선택) 또는 액션 플래시몹(하나의 제스처로 통일)을 단체 5인 이상으로 촬영하는 등의 내용이다. 참여를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다.
◆ '비대면 생중계' 기존 방식 고수하는 'AI 중심도시 광주'
이처럼 타 지자체의 주요 행사 방식이 메타버스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광복절을 앞두고 'AI 도시 광주'의 행사 방식은 어떨지 기대하는 지역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광주시는 독립유공자 유족(광복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생중계로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명실공히 인공지능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광주시의 행사가 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점을 찾아볼 수 없어 이래저래 맥이 빠지는 모양새다. 이제 막 메타버스 융합신사업 육성에 나선 광주시가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신기술 경쟁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메타버스에 대한 한발 빠른 관심과 논의를 통해 인공지능 산업을 선도해야 된다는 것이 시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
시는 지난달 23일 메타버스 융합신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기획 TF팀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초부터 메타버스를 활용한 각종 전시나 교육, 행사 등이 전국적으로 진행된 점을 비추어볼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에 시는 연구기획 TF팀에 각 분야의 전문가를 대거 참여시켰다. SKT를 비롯 ▲NHN ▲CJ올리브네트웍스 ▲버넥트 ▲유오케이 ▲조선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호남권 연구센터) ▲광주TP 등이다.
시는 TF팀 회의를 정례화하고 내실 있는 연구기획을 통해 산업 전반으로 디지털 전환을 확산하는 동시에 인공지능, 3D융합, IoT산업 등이 특화된 메타버스를 광주형 AI메타버스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메타버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사회적 플랫폼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6월 한 토론회에서 "메타버스는 단순히 놀 수 있는 공간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융·복합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사회적인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