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복학 후 지도 교수 기업서 AI 연구 실전에 바로 투입
AI 실무 경험하며 대중화 가능성 봤다...2017년 알고리즘랩스 창업
기업 내 문과 출신 인력이 주사용자층...업계 지식이란 무기에 AI 더하기

손진호 알고리즘랩스 대표(사진=알고리즘랩스, 편집=박성은 기자)
손진호 알고리즘랩스 대표(사진=알고리즘랩스, 편집=박성은 기자)

인공지능(AI) 석박사 학위가 없어도 AI 기업 대표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알고리즘랩스 손진호 대표가 그 예시다.

손진호 대표는 현재 한양대 기계공학과 3학년생이다. AI를 전공으로 해외 유학이나 석박사 학위를 딴 적이 없다. 사실 아직 학사도 끝마치지 않은 92년생 젊은 대표다.

AI를 시작한 시기도 2013년으로 남다르다. 딥마인드 알파고 영향으로 우리 사회가 AI에 본격 주목한 때가 2016년인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빠르다. 소프트웨어(SW) 개발은 더욱 이른 10대부터 시작했다.

손 대표의 AI 경력은 대부분 학교 안이 아닌 밖에서 만들어졌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지도 교수가 운영하는 AI 기업에 들어가 실무부터 부딪혔다. 창업 밑거름이 되는 경험이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이러한 대표 이력은 기업 제품과도 꼭 닮았다. 알고리즘랩스는 기업의 AI 도입 관련 모든 과정을 돕는 플랫폼을 서비스한다. 제품의 주요 타깃은 AI 개발자가 아닌 기업 내 인사팀, 마케팅팀과 같은 문과 출신 인력이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실무에 꼭 필요한 것만 제공하는 것.

문과 출신 인력 업무를 AI 개발로 전환하지는 뜻이 아니다. 기존 무기에 AI를 더해 강화하기 위한 서비스라 할 수 있겠다. AI 도입 기업에서 핵심은 도메인, 업계 지식이지 AI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

손진호 대표는 AI가 잘하는 일인 분석과 예측이 필요한 분야라면 어디에든 AI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AIX에 성공하지는 않는다. AIX 실패율을 줄이는 필승 전략을 지원하는 것이 알고리즘랩스가 하는 일이다.

다음은 손진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중인 손진호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인터뷰 중인 손진호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Q. 알고리즘랩스를 2017년 설립했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AI 기술 대중화 흐름이 2014, 2015년 무렵부터 나타났다.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AI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니즈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를 충분히 대중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
 

Q. AI 기술 개발을 시작한 시기가 2013년이다. 굉장히 이른 편인데?

군 복무를 마치고 한양대 기계공학과 2학년으로 복학하니 지도교수가 AI 기업 오너로 있었다. 면담하러 갔더니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받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AI를 기계공학 설계에 사용하는 최적설계를 하는 회사였는데 여기서 AI 연구를 했다. 당시 박사였던 사수에게 AI 개론부터 배웠다. 이후 삼성전자 SW 특채전형이라 할 수 있는 SW 멤버십에 참여해 삼성전자의 AI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제를 하면서 매년 AI 과제가 더 쉬워지는구나 체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를 대중화할 수 있겠다고 느껴 창업을 시작했다.
 

Q. AI 학위가 없는데서 오는 부담감은 없나?

대학교 2학년 시절 처음 AI 과제를 시작한 때부터 "AI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수학, 통계학부터 다시 공부해 박사까지 해야 AI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기업에서 AI를 직접 경험하면서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느꼈다. 오히려 이토록 소수만의 것으로 취급되는 AI를 얼른 대중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도구로서의 AI, 현장 실무 속 AI에 철저히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알고리즘랩스 차별점인 것 같다.

그렇다. 알고리즘랩스에게 AI는 곧 도구다. AI를 만드는 것보다 AI로 뭘 할지에 주목한다. AI 기업이라고 하면 데이터, AI 알고리즘 학습, 예측치 제시까지만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 우리는 각 기업이 데이터가 있다는 전제 하에 어떤 문제를 AI로 풀지 고민하는 단계부터 다룬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무진이 기본적인 AI 역량을 갖춰야 하기에 교육부터 제공한다. 각 기업이 AI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도 지원한다. 이후 AI를 만드는 작업은 옵티마이저가 자동으로 진행한다.

AI 개발 과정에서 알고리즘랩스의 AI 파이프라인 옵티마이저가 적용되는 단계(사진=알고리즘랩스)
AI 개발 과정에서 알고리즘랩스의 AI 파이프라인 옵티마이저가 적용되는 단계(사진=알고리즘랩스)


Q. 주요 서비스인 AI 파이프라인 옵티마이저(AI Pipeline Optimizer)를 2019년 출시했다. 오토ML을 서비스하는 타 기업이 많은데 차별점은 무엇일까?

작업을 최적화하는 대상 범위가 다르다. 최적화 대상이 AI 알고리즘에만 국한된다면 우리도 오토ML이라 했을 것이다. 옵티마이저는 여러 기술 중에서 특정 데이터가 성과를 내기에 적합한 기술 조합을 유전 알고리즘으로 찾아낸다. 기술 요소 각각을 유전자로 정의하고 이 유전자를 조합해 파이프라인을 만든다. 수천개 파이프라인 중 가장 뛰어난 것을 고객에게 제시한다.

유전 알고리즘이란?

존 홀랜드(John Holland)가 1975년 처음 소개한 최적화 기법이다. 실제 생물 진화를 모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진화 연산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AI 알고리즘 개발을 자동화하는 일에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Q. 데이터과학자 작업 수준의 AI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들었다. 성능에 대해 수치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 기업에서 우리 제품을 테스트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글로벌 저명 기업에서 AI를 연구한 경험이 있는 5년차 연구원이 개발한 것 중 오차율이 6% 정도 나왔던 것이 있다. 동일한 데이터와 주제에 옵티마이저를 적용했더니 오차율을 4~5% 수준으로 줄였다. 해당 기업에서는 옵티마이저가 만든 모델을 채택해 사용 중이다.
 

Q. 알고리즘랩스 서비스 주요 타깃이 문과 출신 인력이라고 들었다. 수학 지식이 아예 없어도 AI를 할 수 있나?

물론 가능하다. AI 개발이 아닌 기업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AI 알고리즘은 굉장히 많다. 데이터 처리나 알고리즘 튜닝법도 아주 다양하다. 연구자가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관점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검증된 기술을 실무에 활용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Q. 알고리즘랩스 제품을 사용 중인 대기업이 약 70곳이다. 산업 분야는 주로 어디인지?

최근에는 반도체·제조 업체, 대학교와 비중 있게 논의 중이다. 대학교에서는 학생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해 AI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학생이 학교를 나가기 전 보이는 전조 현상을 AI가 미리 분석, 파악하는 식이다. 최근 재정 지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많은 만큼 중도 이탈 이슈는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데이터 기반 중도 이탈자 관리 시스템이 있었는데 현재 국내에는 아직 해당 기술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 이전에는 기업 HR 분야에 핵심 인재 이탈을 막는 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외 구매, R&D, 서비스, 마케팅 부서에도 우리 서비스를 적용했다. AI 특기인 분류, 예측이 필요한 영역이라면 어디서든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학교 학생 중도 이탈 관리 AI 솔루션 모습(사진=알고리즘랩스)
대학교 학생 중도 이탈 관리 AI 솔루션 모습(사진=알고리즘랩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이 37억원이다. 지금까지의 누적치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 유치를 최근 마무리했다. AI를 실무에 쓸 수 있게 돕겠다는 서비스는 다른 기업에도 많다. 다만 어느 시점부터 어디까지를 대상으로 하는지 봤을 때 우리가 가진 그림을 공유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앞으로의 관건은 각 단계마다 얼마만큼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 AI를 굉장히 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해외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HCI 연구를 강화하려 한다. 최근 대전에 제2연구소를 확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HCI 컨퍼런스에 KAIST 김주호 교수 연구실과 함께 진행한 연구 논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외 HR과 같이 AI 도입이 비교적 더디게 일어났던 사각지대 영역에 서비스를 집중 보급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은 수요자 중심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대부분 플랫폼은 적합한 데이터를 넣으면 거기에 맞는 결과를 주겠다는 공급자 중심 방식이다. 반면 현장에서는 도메인 특징적인 요소들이 많다. 우리는 이러한 특정 산업 분야의 디테일까지 고려하려 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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