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가능 여부 판독에 AI 기술 도입, 정확도 향상
AI로 실내 적정온도 구현, 전력 소모 감축 기여
AI는 환경 보전 역할도 하지만, 탄소배출 주범이기도
딥러닝 개발과정에 소모되는 전력소모 문제 심각

[편집자 주] 2016년 알파고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AI)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고, 호기심 가득한 기술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 AI는 산업, 금융, 예술, 쇼핑, 채용 등 분야에 상관없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어느새 '위드 AI(With AI)' 시대가 된 것이지요.

<AI타임스>는 지난 1년간 우리 삶에 녹아든 AI를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연말을 맞아 [위드AI] 특집으로 일상에 녹아든 AI 분야 15개를 선정,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AI와 함께하고 계신가요?

AI 기술이 환경오염 예방에 접목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AI 기술이 환경오염 예방에 접목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기술 발달로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공장이나 물류창고, 쇼핑센터에서는 사람이 하던 수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는 일을 쉽게 볼 수 있고요, 100% 사람의 운전으로 운행하던 자동차도 지금은 사람이 관여하는 부분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요.

이러한 기술들은 사람의 안전과 편의성을 위해 개발된 기술들입니다. 그렇다면 지구를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고 미세먼지, 허리케인 등의 문제가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요. 이 정도면 힌트가 됐을 것 같습니다. 바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기술입니다.

김인순 더밀크 대표는 10월 오토메이션애니웨어 주최로 열린 '디지털 워크포스 서밋 2021(Digital Workforce Summit 2021)' 행사에서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주목하는 10가지 기술을 발표했는데요. 이중 2가지가 환경과 관련된 기술이었습니다. 바로 ESG와 기후테크지요.

김 대표는 "지구를 위하는 일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와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ESG 경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MZ세대 위주로 지구를 위하는 활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많아지면서 ESG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황사,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이 많아지면서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AI는 기후 변화 예측을 넘어 재활용 분석 등 실생활에 접목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올해 <AI타임스>가 취재한 환경 관련 AI 기술을 [위드AI] 기획에 담아보았습니다.

재활용품 판독, AI로 더 빠르고 정확하게

AI가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 중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는 재활용입니다. AI가 사람이 버리는 쓰레기 중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분류해 분리수거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지요.

해당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는 수퍼빈, 이노버스, 에이트테크 등이 있습니다.

① 재활용하면 포인트 적립해주는 '네프론'

서울시 중구 다산주민센터에 설치된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서울시 중구 다산주민센터에 설치된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수퍼빈은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개발,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네프론은 페트병과 캔을 분리해서 버리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로봇입니다. 하나당 10원 정도의 적립금이 쌓이는 방식이지요.

재활용 여부는 로봇 내부에 탑내된 비전(Vision) AI '뉴로지니'가 판단합니다. 투입된 페트병과 캔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학습된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하지요. 사람이 눈으로 캔과 페트병 등의 자원을 보고 기존 지식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네프론 내부에 탑재된 '뉴로지니'는 비전 AI 기술로 재활용 가능여부를 판독한다. (출처=수퍼빈)
네프론 내부에 탑재된 '뉴로지니'는 비전 AI 기술로 재활용 가능여부를 판독한다. (출처=수퍼빈)

네프론은 올해 3월 기준 전국에 162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로봇을 취재하러 회사 인근인 서울시 중구 다산주민센터로 향했습니다. 이곳에 네프론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지요.

네프론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취재를 하는 30분 동안 2명의 시민이 네프론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시민은 자전거에 페트병과 캔을 한가득 모아와 분리수거를 했습니다. 네프론의 인기를 실감하면서 AI 기술이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현장을 목격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시민은 "어차피 버리는 쓰레기인데 10원이라도 돈을 벌 수 있어서 네프론을 애용하고 있다"면서 "이 로봇은 AI 기술이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재활용 로봇이 네프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노버스는 AI 기반 플라스틱 수거 기기 '쓰샘'을 서울시, 제주도 등 지자체를 비롯해 SK텔레콤, 삼성전기, 투썸플레이스, 한국도로공사, 부산은행 등 주요 기업 및 기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② 재활용 컵 판독하고 세척까지 하는 '쓰샘'

이노버스가 개발한 AI 기반 플라스틱 수거 기기 '쓰샘'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이노버스가 개발한 AI 기반 플라스틱 수거 기기 '쓰샘'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쓰샘'은 네프론과 마찬가지로 로봇에 버려진 플라스틱 컵과 페트병이 재활용되는 제품인지 아닌지를 AI가 판단하는 로봇입니다. 여기에 더해 버려진 페트병과 플라스틱을 자동 세척까지 합니다. 안에 이물질이 있는 경우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판단해 자동 세척 기능까지 더한 것이지요.

이 로봇은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 2021'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쓰샘을 사용해봤을 때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려움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한 플라스틱 컵의 이물질을 버리고 쓰샘 기기에 투입하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지요. 

플라스틱 컵을 투입하면 쓰샘은 AI 기반으로 컵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가능하다고 판단한 후에는 플라스틱 컵을 자동으로 세정·압축해 보관함으로 보냈습니다. 플라스틱 컵 투입부터 재활용까지는 대략 15초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쓰샘은 투입된 플라스틱 컵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컵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세척까지 진행한다. (영상=김동원 기자)

이노버스 관계자는 "올바른 분리수거가 지켜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번거롭기 때문"이라며 "번거로운 과정을 단축해 간편히 분리수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쓰샘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③ 재활용 공장 쓰레기 AI로 분류하는 '에이트론'

에이트테크가 개발한 에이트론의 모습. (출처=에이트테크)
에이트테크가 개발한 에이트론의 모습. (출처=에이트테크)

기기에 투입된 재활용을 분리하는 기술을 넘어 재활용 공장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을 분류하는 AI 기술도 있습니다. 에이트테크가 개발한 '에이트론'입니다.

사실 재활용은 아무리 잘 분류해도 완벽하게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실수로 분류를 잘못하기도 하고, 운송과정에서 사람들이 버린 재활용끼리 합쳐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공장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버려진 재활용품을 재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쳤지요.

에이트테크가 개발한 '에이트론'은 재활용 공장에서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김동원 기자)
에이트테크가 개발한 '에이트론'은 재활용 공장에서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김동원 기자)

에이트론은 이 작업을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재활용품의 특징을 딥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로봇이 재활용품을 분류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에이트론은 9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열린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에 소개가 됐었는데요. 당시 전시부스에 있던 에이트테크 관계자는 "에이트론은 사람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재활용 선별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 로봇을 활용할 경우 같은 시간 안에 기존 방식보다 2배 더 많은 자원을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I가 적정온도 조절해 에너지 소비량 감소

AI는 냉·난방 온도를 조절해 전력 소모를 방지하는데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KT는 건물 냉난방 설비를 AI가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AI가 딥러닝으로 냉난방 설비구조와 실내 공간 현황, 기존 에너지 소비패턴 등을 학습해 건물 내부를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냉방을 세게 틀어달라는 요청이 많은 출근 시간에는 AI가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온도를 낮게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온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KT는 해당 기술을 지난해 1월부터 KT광화문 이스트 사옥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술 도입으로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소비량을 11.2% 감소시켰다고 밝혔지요.

KT는 AI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소비량을 11% 이상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출처=셔터스톡)
KT는 AI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소비량을 11% 이상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출처=셔터스톡)

삼성SDS는 유사한 기술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기본적으로 열이 많이 발생해 과열로 인한 장비 고장에 대비해야 합니다. 주로 에어컨을 가동해 열을 낮추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방식 때문에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있지요.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온도를 AI가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해 강원도 춘천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적용했습니다. AI가 데이터센터 온도를 측정하며 적절하게 에어컨을 가동하게 한 것이지요.

주민식 삼성SDS 박사는 3월 열린 'AI 테크 2021 컨퍼런스'에서 "사람이 온도 조절을 했을 때는 데이터센터 내에 있는 모든 에어컨을 60% 가동했지만, AI는 두 개의 에어컨은 60%, 나머지 에어컨은 40%만 가동하게 해 전력 손실을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주민식 삼성SDS 박사는 "데이터센터 온도를 AI가 조절해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김동원 기자)
주민식 삼성SDS 박사는 "데이터센터 온도를 AI가 조절해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김동원 기자)

환경오염 방지에 앞장선 AI가 사실은 탄소배출 주범?

AI는 재활용, 냉·난방 조절 등에 사람을 보조하며 '환경 지킴이'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지만, 정반대의 이면도 있습니다. AI 자체가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어서인데요.

AI는 딥러닝 기술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딥러닝 기술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자동차 5대가 평생 배출하는 양과 같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엠마 스트루벨(Emma Strubell)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연구진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글은 AI 모델 버트(BERT)를 학습시키는 동안 438lb(약 652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습니다. 이는 비행기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왕복으로 오갈 때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같습니다. 미 전국에서 달리는 자동차 평균 배출량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디그넘(Virginia Dignum)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는 'AI의 환경 발자국' 논문을 통해 AI를 이용할수록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음성인식 앱이나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콘텐츠를 알려주는 알고리즘조차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픈AI는 자체 조사를 실시해 GPT-3와 같은 언어모델들이 하루에 수백 페타플롭(PF)의 컴퓨팅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지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게리 디커슨(Gary Dickerson)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열린 세미콘코리아 기조연설에서 "AI 기술 발전이 지구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를 현재 기술로 구축하면 2025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15%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게 된다"며 "AI가 많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양도 늘어 환경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반도체 기업에서는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삼성SDS 사례처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지요.

환경오염 방지에 쓰이면서도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AI 자체에서 전력을 줄이는 노력을 병행하며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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