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기집단 자동차 제휴···독자 어센드 AI칩·하모니OS 채택 레벨4

독자 스마트 콕핏 플랫폼 ‘하이카’에 자체 개발한 ‘하모니 OS’ 탑재

“테슬라 하는 일 뭐든지 한다”···스마트카 HW·SW 원스톱 공급 노려

지난 5월 스마트카 솔루션 중심 자동차사업부 설립···5개 부문 구축

업계 전문가들, “가장 무서운 테슬라 대항마될 것”···협력하며 경계

화웨이가 지난 201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행사장에서 시연한 자율주행차. 사진=유튜브갈무리
화웨이가 지난 201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행사장에서 시연한 자율주행차. 사진=유튜브갈무리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재에 따라 장기판으로 치면 차(車·스마트폰)-포(包·통신장비) 다 떼인 화웨이. 그 화웨이가 이젠 세계 최대 시총을 가진 미국 자율주행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따라잡을 대항마가 되려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013년 인터넷기반 자동차 애플리케이션 사업부를 조직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발을 담궜지만 내년 4분기엔 첫 번째 자율주행차 모델 ‘N61’을 출시한다. 중국 BAIC그룹(北汽集團) 전기차 사업부인 BAIC 블루파크 뉴에너지 테크놀로지(北汽新能源)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차로서 완전 자율주행 전단계인 4단계 자율주행 (레벨4)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자체 칩 어센트 AI(Ascend AI)와 하모니 운영체제(OS)를 사용한다. 하드웨어(HW) 구성에서 테슬라의 모델3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모델 N61로 올연말부터 도로 주행 테스트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완성차 회사 현대자동차, 자회사 하만과 자동차용 디지털 콕핏과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 사업부를 두고 있는 LG전자 등에도 영향을 미칠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재로 양대 주력 산업에서 두루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가 차기 주력제품으로 조심스레 키워가고 있는 자율주행차 산업 야심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위기의 화웨이, 돌파구는 ‘자동차’
 
중국 차이신, 니케이아시안리뷰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 제재로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양쪽에서 매출 감소 위기에 빠진 화웨이는 인공지능(AI)과 전기차를 결합한 자율주행차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 거대 통신 회사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게 어느 날 불쑥 솟은 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왔고, 향후 계획도 구체적이라면  준비돼 온 것이라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화웨이는 2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18)에서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 ‘메이트10 프로’로 조종하는 무인자동차를 소개했다. 이미 웬만한 차기 자동차 기술력을 확보했고 어느 정도 포석도 끝났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일부 전문가들이 “진정한 테슬라 대항마는 중국과 미국의 기술 마찰의 중심에 있는 거대 통신업체 화웨이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중국에서 테슬라의 성공을 모방하면서 자동차 혁명의 흐름을 따라 잡으려는 대표 주자이자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는 샤오펑에서부터 엔비디아의 파트너인 리오토 등 쟁쟁한 자동차 회사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나온 전망이다.

◆화웨이, 진정한 테슬라 대항마 될 수도

쉬지쥔 화웨이 순환 회장은 지난해 한 공개 강연에서 “테슬라 주가를 보면 자동차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일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포드, 제너럴모터스, 다임러, 폴크스바겐, 도요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5000억 달러(약 571억 조)를 넘어섰다.

쉬 순환 회장은 테슬라가 전기차와 AI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계에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산업 전문가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발언은 화웨이가 미국 주도의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제재 속에 어려움을 겪는 이 회사가 자동차 부문에서 힘을 기르고 있다는 점과 연관해서도 주목된다. 

화웨이가 자동차 관련 기술 연구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당시 화웨이는 조용히 인터넷 기반 자동차 애플리케이션 개발 부서를 만들어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화웨이는 상하이 국제오토쇼에 첫 선을 보이며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불과 한달 후 화웨이는 스마트카 솔루션을 중심으로 자동차 사업부를 공식 설립했다.

화웨이의 자동차 사업은 5개 부문, 즉 ▲스마트 드라이빙 ▲스마트 콕핏 플랫폼 ▲지능형 네트워크 ▲스마트 전기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자동차 사업부 운영은 화웨이 스마트카 사업부와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이 함께 맡는다. 스마트폰사업을 관장하는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은 동시에 자동차 애플리케이션과 화웨이의 다른 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런정페이, 비용에 상관없이 자동차사업 추진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의 대표 자동차업체인 북기집단과 제휴해 레벨4 수준의 N61 자율주행차를 개발했다. 내년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각사
▲화웨이는 중국의 대표 자동차업체인 북기집단과 제휴해 레벨4 수준의 N61 자율주행차를 개발했다. 내년 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각사

 

이를 방증하듯 화웨이는 독일 보쉬 등 주요 자동차 공급업체의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한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화웨이는 수천 명의 전문가들로 신속하게 팀을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은 “화웨이는 자동차 제조 계획이 없다”고 계속해서 강조해 왔지만 그러면서도 스마트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왔다.

그러나 쉬 순환 회장은 이달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해 속마음을 드러냈다.

화웨이에 정통한 소식통은 “화웨이가 모든 스마트카용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원스톱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업계의 지배적인 발언권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그런 회사는 두세 곳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소식통은 “화웨이가 독일 보쉬 등 주요 자동차 공급업체의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화웨이는 수천 명의 전문가들로 신속하게 팀을 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등기 문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8월 중순 조용히 사업 범위를 수정해 자동차 부품 연구·생산·판매와 스마트 드라이빙 시스템 등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달에는 내년에 나올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갈 독자 운영체제(OS) 하모니 2.0 버전을 공개했다. 화웨이는 미국정부 방침에 따라 구글 안드로이드 OS와 앱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자체 개발한 스마트 콕핏 플랫폼 하이카(Hi Car)에도 ‘하모니 OS’가 들어갔다. 이에 따라 화웨이폰으로 화웨이 차량 내 대부분의 자율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화웨이는 반도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자동차 안에서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런정페이 회장은 비용에 상관없이 자동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화웨이의 확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유력 자동차회사의 임원은 “화웨이가 중국판 보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다른 주요 자동차 공급업체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위동 보쉬 중국 지사장은 “화웨이가 잠재적인 경쟁자일 뿐 아니라 보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진입자”라고 말했다.

◆화웨이, 알고보면 오랫 동안 준비···“결국 자동차도 만들 것”

▲화웨이 자율주행차의 각종 센서부. 사진=유튜브 갈무리
▲화웨이 자율주행차의 각종 센서부. 사진=유튜브 갈무리

한 자동차 업계 임원은 “화웨이는 이전에는 휴대폰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발언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화웨이는 올들어 지난 2분기에는 휴대폰 사업 시작 17년 만에 삼성과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에 오르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 전문가는 “자동차 산업은 AI와 자율주행 기술 투입으로 향후 2~3년 새 유례없는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젠용 화웨이 자동차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런 변환(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복잡한 시스템을 관리하고 안전성과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며 “화웨이는 그 갈림길을 맞아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2013년 중국에서 전기차가 투자 핵심 산업 부문으로 부상하면서 인터넷 기반 자동차 기술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이 부문 투자를 장려하고 지원했다. 물론 르에코를 설립한  지아유팅의 자동차 사업과 같이 나중에 실패한 시도도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은 수년 째 나돌고 있다.

쉬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말 현재 화웨이 내부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 진출 여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참여해야 한다는 핵심 임원 그룹 가운데에는 스마트폰 책임자인 리처드 유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CEO가 있다. 그는 전기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애플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자동차 사업 진출 주창자다.

소식통은 “그러나 런 회장은 미온적이었다”고 전했다. 런 회장은 지난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절대 자동차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는 핵심 사업에 주력할 것이며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분야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화웨이는 아직 스마트카 준비가 되지 않았고 강점이 있는 전자통신 사업에 계속 집중하고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웨이는 자동차 생산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재빠르게 5G 무선통신을 사용하는 차량 탑재용 SW와 전자 모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5월 화웨이는 FAW그룹, 장안자동차, SAIC자동차, BAIC그룹, BYD자동차 등 18개 중국 자동차업체와 5G용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앱) 분야에서 제휴했다.

화웨이는 9월말 현재 20개 자동차업체가 생산한 150여 모델이 애플의 ‘카플레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대응 버전인 화웨이의 하이카 스마트 콕핏 플랫폼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또 채택 자동차 모델수가 내년까지 500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현대자동차는 전 차종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하고 있다.)

◆화웨이, BAIC와 손 잡고 4단계 자율차 ‘N61’ 내놔...내년 4분기 출시

▲삼성전자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동차 모형과 디지털 콕핏을 보여주는 화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동차 모형과 디지털 콕핏을 보여주는 화면. 사진=삼성전자

 

화웨이는 BAIC(北京汽?工?控股有限?任公司) 그룹의 전기차 사업부인 BAIC 블루파크 뉴에너지 테크놀로지(北汽新能源)와 손잡고 자동차 생산을 향해 나가고 있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첫 번째 모델은 N61이라고 불린다. 이 시제품은 올해말 도로 주행 테스트를 시작해 내년 4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류유 BAIC 블루파크 총괄 매니저는 “N61은 화웨이의 스마트카용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솔루션을 전면 채택했으며 조건부 완전자율주행이라는 4단계(레벨4) 자율운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지난 2018년 말 BAIC 블루파크와 제휴를 시작해 지난해 1월 전방위 사업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 두 회사는 이 제휴로 공동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비를 분담했다. 류 총괄에 따르면, 그들은 이 자율주행차가 출시될 때 그들의 투자에 기반해 수익을 분배할 것이라고 한다.

BAIC 관계자는 “화웨이가 N61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자동차 업체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AIC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차량 전방의 물체를 감지하는 3개의 라이다(레이저기반 빛 감지 센서)와 거리를 측정하는 6밀리미터파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레이더와  3대의 카메라로 구성돼 있다.

이 자율주행 시스템은 화웨이가 개발한 두 개의 고급 어센드 AI(Ascend AI) 칩에 의해 작동된다. 하드웨어 구성은 테슬라의 모델3보다 앞선다. 화웨이를 잘 아는 관계자는 미국의 대 화웨이 반도체 수출금지 조치 속에서도 화웨이는 이미 자동차 연구와 소규모 생산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칩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과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까?

중국 카이신과 인터뷰한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화웨이가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OS처럼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술 플랫폼의 공급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에 정통한 한 자동차 회사 임원은 “화웨이가 스마트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OS와 컴퓨터 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카 시대에 변혁을 모색하는 기존 자동차업체들에 비해 화웨이는 틀을 벗어나 테슬라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들은 “화웨이는 스마트카 시대에 변혁을 모색하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틀을 벗어나 테슬라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능력을 넘어선 화웨이의 야심에 더 신경쓰고 있는 만큼 화웨이 자동차산업 진출의 열쇠는 전략 추진과 함께 기존 자동차 회사와의 파트너십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에 정통한 소식통은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이 화웨이와 협력할 때 희비가 엇갈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화웨이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웨이가 잠재적 위협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깊은 협력관계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분석가들은 “자동차 업계가 보다 높은 수준의 지능을 채택하도록 변화함에 따라 차기 자동차 제조 붐이 2~3년 후에 올 것으로 예상하며, 화웨이도 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의 자율주행차 진출은 우리나라 자동차, 전자 산업계의 글로벌 사업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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