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정착전 인공지능 활용 방안 모색
도로 안전에 인공지능 적용 확산 움직임
개인정보침해, AI의 한계 등 과제도 부각

자율주행 이미지(사진=셔터스톡)
자율주행 이미지(사진=셔터스톡)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차량 사고를 없앨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AI의 잠재력을 들여다보는 기사를 실었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135만 명의 사람들이 세계의 도로에서 충돌로 사망하고, 약 5000만 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코로나가 발생한 동안 사망자가 크게 증가해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속, 산만, 운전 장애, 안전벨트 미착용 등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운전 중 동작을 모니터링하는 휴대폰 앱이나 안전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거나 커넥티드 차량이 서로 또는 도로 인프라와 소통하는 등 인공지능(AI)은 이미 안전 운전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신차평가프로그램(Global New Car Assessment Program)’의 대표 데이비드 워드는 “도로 안전과 자율 주행 차량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이 있는 것 같다”며 "초점은 유토피아적인 약속이 아니라 가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에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워드는 현재 사용 가능한, 유익하고 저렴한 중간 기술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AI를 사용하여 차량 내 카메라와 지도를 통해 차량 속도를 관리하는 ‘지능형 속도 지원(ISA,  Intelligent Speed Assistance)’이다. 이 기술은 7월부터 유럽 연합의 모든 신차에 필수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도입 계획이 없다.

교통사고 관련 이미지(그림=셔터스톡)
교통사고 관련 이미지(그림=셔터스톡)

호주에 본사를 둔 아쿠젠수스(Acusensus)는 도로 안전을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기업 중 하나다. 아쿠젠수스의 ‘지능형 눈’이라 불리는 카메라는 머신러닝과 함께 고해상도 이미지를 사용하여 감지하기 어려운 위험한 운전 행위를 식별한다.

아쿠젠수스의 북미 지역 영업 담당 부사장인 마크 에츠바흐는 “우리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허출원 중인 이 기술은 인간의 눈과 달리 기후조건이나 고속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차량 내부의 행동을 보고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육교, 메시지 표시 또는 이동식 구조물 등 기존의 도로변 인프라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으며 그런 다음 이미지는 특정 매개변수에 대해 교육되는 AI에 맞게 최적화된다.

아쿠젠수스의 알고리즘은 특정 운전자가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높은 확률로 판단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에츠바흐 부사장은 “산만함, 탑승자 안전벨트, 차량 속도 등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며 “90% 이상의 동작은 계기판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은 운전사가 운전대 이외에 다른 것(예: 전화)을 잡고 있는지, 그리고 운전자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지 여부를 경찰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이 기술은 아쿠젠수스의 공동 설립자인 알렉산더 야닝크가 친구와 동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2013년 자전거를 타던 도중 사망한 후 개발했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인 ‘헤드업(Heads-Up)‘은 2019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에서 처음 선보였다. 헤드업 시스템은 위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나중에 당국이 스크리닝된 이미지를 캡처한다. 이 회사는 첫 2년 동안 주 정부 사망 사고가 22% 줄고 전화사용도 8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현재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와 퀸즐랜드에 적용되고 있고, 호주 및 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의 최신판인 ‘헤드업(Heads-Up) 리얼타임’은 미국 내 적용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와 이미지가 순찰차를 타고 있는 경찰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며, 이를 노트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비영리 단체인 '주고속도로안전협회' 대외협력담당 수석 이사 팜 샤달 피셔는 “AI가 사람들이 운전석에 뒤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을 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며 “여기에 진정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샤달 피셔 이사는 “눈에 잘 띄는 교통관제가 있을 때 사람들이 더 낫게 행동하고 속도가 느려지며 전화기를 내려놓고, 안전벨트를 맨다”며 “우리는 모든 도로에 책임자를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쿠젠수스의 기술은 ‘핫스팟’을 식별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어 공무원이 관제, 인프라 변경 또는 새로운 입법 채택이 필요한 곳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이 회사는 여러 현지 경찰과 주 교통 부서를 대상으로 실증과 평가를 실시했다.

8월 미주리 주의 한 고위험 경로에 대한 18시간의 평가 결과, 하루 평균 3시간 반 동안 차량이 1만1000대 이상 지나면서 운전자 중 최소 60%는 속도위반, 평균 6.5%가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을 기록했고 5.5%는 두 가지 위험한 운전 행위를 동시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츠바흐 부사장은 “이곳은 지난해 도로 사고 사망자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당국이 이러한 도로 안전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미국의 각 주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 에츠바흐 부사장은 “우리는 데이터 프로젝트를 위해 두 주와 계약을 맺었고 더 많은 주와 협의 중”이라며 “인디애나주는 기술 시행 가능성 평가를 위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쿠젠수스와 유사한 기술이 유럽에서도 검토되고 있다. 파리 유럽 메트로폴리탄 교통 당국의 알렉산드레 산타쿠루 사무국장은 “대규모 데이터 수집이 도로에서 차량 충돌을 방지하는 데 매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AI는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만 현재 도로 당국이 보유한 데이터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버스(사진=셔터스톡)
스페인의 버스(사진=셔터스톡)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최근 실시된 한 시험에서 시내버스에 컴퓨터 비전 기술을 적용하여 차량, 보행자 및 기타 사람들과 충돌이 발생한 경로를 따라 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을 파악했다. 산타쿠루 국장은 “수천 대의 버스와 수천 개의 거리에서 일년 내내 이런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접근 방식이 널리 수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수용될 필요가 있고 모든 도시에서 테스트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운송 포럼이 발행한 AI 및 도로 안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은 AI를 사용하여 도로 배치, 보행자와 차량의 위치, 속도를 기록하는 버스 카메라로부터 원시 비디오 피드를 감지한다. 산타쿠루 국장은 비디오 데이터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처리된 후 종종 삭제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산타쿠루 국장은 보고서에서 "AI가 정확하고 관련 있는 데이터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충돌 발생 전에 위험한 위치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벨뷰에서 최근 실시된 평가에서는 40개의 교차로에서 고급 AI 알고리즘 및 비디오 분석을 사용했다.

산타쿠루 국장은 “정부가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이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비전 제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전 제로는 1990년대에 스웨덴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현재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여러 단계의 보호 체계를 통해 모든 도로 사망과 심각한 부상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컴퓨터 학습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신차 평가 프로그램의 워드 대표는 인간이 여전히 인공지능을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행자와 눈을 맞추는 운전자는 길을 건너려는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지만 AI는 아직 그렇게 할 수 없다”며 “AI가 엄청난 개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모든 점에서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워드 대표는 “우리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침해를 원하는가에 대한 전형적인 질문”이라며 “우리는 도로 공간을 공유하고 있고 폐쇄된 자동차 환경에서 자유에 한계가 있지만, 이는 더 큰 침해를 의미할 수 있다”며 “이것이 AI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선 객원 기자 griffin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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