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대눈

'따다다다...땅땅!' TV화면엔 람보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여배우가 총을 들고 등장, 연발 사격을 해댄다. "나는 00발은 공짜로 쏜다!" 광고 카피가 대사와 자막으로 던져지고 배우는 총총 사라진다.

CDMA방식 휴대전화가 도입되고, 데이터통신 상품으로 문자메시지(SMS)가 첫 출시된 시절 CF 한 장면이다. 음성 통화가 아닌 문자 통화?

뭔가 공짜라는데, 뭐가 공짜인지 알아듣지 못한 이들 많았다. 문자메시지 써 본 사람 없었고 쓸 일도 없었다. 휴대전화 천지인 자판 배우려고도 하지 않고, 쓰려고도 하지 않는 이들 많았다. 뭐, '라떼'는 그랬다.

일단, 나중에 얼굴보고 하자고

나중에~

줄 서서 기다리는 한이 있어도 상급자에겐 공손한 대면 보고가 원칙. 전화 보고는 예외 중 예외다. 정말 급한 일로 전화 연결하면, '나중에 얼굴보고 다시'.

VIP 대면 보고를 위해선 펜글씨 자격증 가진 필경사를 동원, 등사 자료 준비했다. 때때로 전지 크기 브리핑 차트와 궤도걸이도 동원됐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업무 보고하는 불경(?)은 저지를 수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유초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이 같은 교수 학습 방법을 쓸 순 없겠지만, 무조건 오프라인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믿음(?)도 지나치게 강하다. 가정 교육 힘들고 피곤하니 학교와 학원에서 대신 맡아달란 건 아닐텐데... 디지탈 기기 수업에 잘못 도입하면, 게임 중독 된다고 누가 반대하셨더라?

코로나19 확산으로 막상 온라인 교육 하려니, 변변한 국산 솔루션 개발된 게 없다. 급하니 외국산 솔루션 가져다 쓰기 바쁘다. 보안 문제가 논란이 된 '줌'을 비롯,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구글의 '미트'와 '지스위트'...

우리나라 교사와 학생의 수업 관련 데이타는 고스란히 외국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빅데이타를 차지한 글로벌 기업만 덩치를 더 키우고 있는 건 아예 논하질 말자. IT강국이라는데, 제대로 된 에듀테크 기업 하나 못 키워내는 건 무슨 연유일까?

현지 퇴근 왜 안되는 건데요

학교나 공공기관이 변화에 더디어서 그렇지, 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하고 싶다.

뭐요?

교통 지옥 뚫고라도 사무실로 복귀해, 굳이 상사 얼굴 보고나서 퇴근하라는 이유는 뭔지? 진심 궁금하다.

현지 퇴근이나 재택 근무는 커녕, 화상 회의나 온라인 시스템 정도라도 도입하려면, 시스템 개발보다 경영진 설득이 더 힘들다. '귀찮게 왜 이런 걸 하려 하느냐'는 핀잔 듣기 일쑤.

"회의 들어가 논리도 없는 억지 듣느니, 차라리 밤새 코딩하는 게 편해요. 프로그래밍의 매력은 논리를 가지고, 언어로, 컴퓨터를 설득해야 작동한다는 데 있거든요. 아시잖아요, 직장 상사들 안 그러는거." 컴퓨터와 대화가 더 잘 통한다는 거, IT업계에선 오래전부터 '안 비밀'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정착되면서, 전 임직원의 대화 스레드를 모두 지켜볼 수 있는 슬랙이나 트렐로, 노션이나 에버노트 등 원격 협업이 가능한 사무용 솔루션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니 지켜보겠다. 높으신 분들, 부디 이번엔 직접 배워 논리적으로 써보시기를.

하마터면 꼰대로 살 뻔 했다.

르르르 '꼰대 발골 쇼'

선입견 없이 시청한 바, 상당한 '고퀄'이다. '꼰대 발골 쇼'란 다소 발칙한(?) 제목을 달고 나온 동영상 이야기다.

꼰대 비판 콘텐츠들이 개그로, 이모티콘이나 '짤'로 회자된다. 젊은이들이 늙은이 놀려 먹자고 만든 거라 치부하기엔, '꼰대'가 가진 문제의 파급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 오해 없으셔야 할 지점은, 꼰대가 결코 나이탓 아니라는 것!

소개한 동영상은, 꼰대 성향 검사와 레벨 측정, 이에 따른 솔루션까지 패키지로 제공한다. 당연히 꼰대 판정 나이로 하지 않는다. 꼰대 레벨은 연령차 아닌, 무논리와 비합리, 배우지 않고, 고치지 않으려는 아집과 태도 차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스타트업을 키워낸 와이 콤비네이터를 공동 창립한 폴 그레이엄은 '우리가 버려야 할 습관' 제목의 글 속에서 '(그릇된) 권위를 가진 사람들과의 실제 일 관계가 약해질수록, 수준 낮은 시험에 꼼수를 써서 이기는 능력은 점점 덜 중요해질 것'이라고 썼다. 버려지기 전에 고치는 게 낫겠다.

글쓴이

62년생 81학번. 중앙일보 기자(공채25기)로 취재 일선에서 인터넷 시대를 겪었다. 인터넷을 교육에 활용(Internet in Education)하자는, '교육 정보화 캠페인'을 펼친 공로로 대통령표창(단체)을 받았다. 중앙일보 정책사회데스크, 프리미엄섹션 편집장, CRM실장을 역임했다. 중앙일보교육법인과 중앙일보플러스 대표이사를 거쳐 퇴임. 올 2월 인공지능 관련 뉴스를 취재 보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시니어 인턴' 계약직 사원으로 AI타임스에 입사했다. '라떼'를 입에 달고 산다.

['라떼' 한 잔] 다 계획이 있구나?

['라떼' 한 잔] '온라인 개학' 처음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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