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삼성 등 기업 및 학계의 다양한 최고 권위자 섭외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찾아 내는 것이 훨씬 가치있어
국내 8개 AI대학원 협력 필요, 시너지 효과 창출 매우 중요
앞선 해외 연구·인프라·시간 투자 어떻게 따라잡을지 고민해야

"인공지능은 매우 빨리 발전합니다. 워낙 빨리 바뀌다 보니 기술 개발과 활용이 엉켜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급변하는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AI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뭔가를 새로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은 도전이다. 새로운 분야 대학원을 설립하는 일은 더 어렵다. 교육과정을 정립하고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좋은 교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지형 성대 AI대학원장은 "우수 교원 확보에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인공지능학과 설립을 준비했던 1년은 새로운 학과의 모습을 상상하고, 지향점을 고민하는 과정이었고, 개원 후 1년은 우리나라 인공지능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면서 AI 인재 양성을 위한 포부를 밝혔다.

이지형 성균관대 AI대학원장
이지형 성균관대 AI대학원장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1년간 가장 의미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첫 모집에 많은 학생이 지원해 준 일이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치 잔치를 준비해 손님을 초청하고, 잔칫날에 손님이 얼마나 올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이었다. 다시 한번 책임감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아쉬운 점은 두 번째 학기인 올해 1학기부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외국 교류도 대부분 차단됐다. 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새로운 수업과 연구 방식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여전히 외국과의 교류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안타깝다.

- 교원 확보 과정이나 이후에 기억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 교원 확보 이야기는 에피소드라기보다는 피 말리는 이야기들뿐이다.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

굳이 얘기를 하자면 오시기로 한 분들은 보통 2~3개의 다른 대학에서도 모시려고 하기 때문이다.

성과를 많이 낸 분은 소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태섭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야후와 삼성에 근무하다 우리 학교로 오셨다.  지난해 인공지능 분야 최고 학술대회인 NeurIPS에서 논문 2편을 발표했다. 내로라하는 연구실에서도 NeurIPS에 논문 1편 발표하기 어려운데, 한 연구실에서 두 편을 발표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지형 성균관대 AI대학원장
이지형 성균관대 AI대학원장

- 인공지능대학원 입학을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성균관대는 어땠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1기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학기 모두 경쟁률이 6~8:1 정도를 기록했다. 지원해 준 많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 1기로 입학한 학생들은 당연히 첫 번째 졸업생이 된다. 이들에게는  기대보다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인공지능대학원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된다.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는 만큼 열심히 실력을 쌓아서 사회에 더 크게 공헌하기 바란다.

- 연구 활동이나 프로젝트 진행 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자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주어진 문제는 잘 푼다. 그런데, 문제를 직접 찾아서 풀어보라 하면 당황한다. 고등학교까지 주어진 문제를 푸는 법만 배웠지, 문제를 찾아내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훨씬 어렵고 가치도 크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네가 관심 두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 보고, 그 핵심을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 보란 이야기는 문제를 찾아내라는 이야기다. 문제를 해결하는 중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문제를 풀었다고 할 수 있는지 다시 고민하라고 한다. 결국 다시 문제로 돌아가서 다시 고민해 보라고 한다.

- 요즘 학생을 'Z 세대'라고도 하는데, 소통에 어려움은 없나.

△ 학생들이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최대한 학생을 이해하려고 하고 학생에게 조언할 때도 이것은 이것이라고 결론만 말하지 않고, 왜 그것을 선택하면 좋은가를 설명해 준다. 어느 세대든 다 고민은 비슷하니, 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주면 잘 공감이 되는 것 같다.

- AI 대학원생을 위한 혜택이 있다면?

△ AI대학원 사업비로 학업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자체 예산 일부를 활용해 장학금도 지원한다. 그 외에 우수학술대회 참가 지원, 외국대학 파견연구 지원, 창의자율연구 지원 등 학생들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AI대학원 정책 관련해 정부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사실 국내의 연구 주제나 교육 커리큘럼은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왜 외국과 차이가 나느냐 하면, 베낄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앞서 인공지능을 시작했다. 그리고 엄청난 물량 공세를 앞세워 연구한다. 먼저 했다는 것은 다양한 새로운 문제들을 먼저 발견한다는 뜻이고 엄청난 물량 공세를 앞세워 연구한다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투자했다는 뜻이다.

정부에서도 생각하고 있지만 AI대학원은 인재양성 사업의 일환이다. 적어도 10년은 보장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감사하겠다.

 

이지형 성균관대 AI대학원장은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융합학과 학과장과 지능정보융합원 부원장으로도 재직중이다.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연구회 위원장, ACM-SAC Track Chair로 활동 중이며, 2018년에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에 위촉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으며,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특집] 한 눈에 보는 AI대학원 8곳 

한국의 8개 인공지능대학원 총 집합

[특집] 한국의 인공지능대학원

[특집] AI대학원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