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告스타트업] 회의 잘 못하는 스타트업, 과감히 떠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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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苦告스타트업] 회의 잘 못하는 스타트업, 과감히 떠나시라
  • 입력 2020-07-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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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코더스 최새미 대표
메이코더스 최새미 대표

모일 회(會), 의논할 의(議). 여러 사람이 모여 토의하고(議) 논하는(論), 의논을 이어나가는 행위가 바로 회의다.

익명, 혹은 실명으로 자신이 근무하는(했던) 회사를 평가 사이트 리뷰에는 평가 항목으로 ‘회의가 많다, 혹은 적다’가 반드시 들어 있다.

상시, 또는 수시로, 업무 수행을 하는 모든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행위인 회의에 대한 평가가 빠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형식적 수'보다 그 진행 방식의 고루함과 비효율 탓이 크다.

회의 못하는 조직의 특징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회의를 못 한다. 그것은 주니어부터 시니어에 두루 이르는 특징이다.

대기업 면접 평가장. 첫 대면인 사람들과 함께 앉아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워라밸)에 대해 토론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감독관은 A4용지 한 뭉치를 던져줬는데, 거기에는 G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대기업의 워라밸 개선 사례들이 담겨 있었다.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진 뒤 나눈 그 날 논의는 정말이지, 아무 의미가 없었다. A는 GM의 워라밸 개선 사례를 말했고, B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라밸 개선 사례를 말했다. 워라밸을 지키기 위한 뜬구름 잡는 소리가 이어졌고, “덧붙여 말하자면”과 같은 사족과 함께 C와 D가 A와 B의 말을 반복했다.

동어반복, 사족, 뜬구름, 딴소리.. 회의 4종 세트 

경력자라고 다른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 모 부처와 기관 등 구성원 열 댓 명과 우리 회사가 참여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모 회사에서 설명하면 모 부처에서 다시 같은 사안을 물어보고, 모 기관에서 이를 덧붙이는 모양새. 더 최악인 것은 키워드만 똑같은 ‘딴소리’가 들려오는 것. 분명 이전 회의에 사전 조율과 협의를 거쳤던 내용인데 말이다.

이렇게 회의를 못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빈곤한 경력’으로 뭘 말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거다. 일을 진정성 있게 진행해본 사람은, 무엇을 논의해야 하고 회의에서 결정해야 하는 지 안다.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문제 인식과 해결을 반복하다 보면 생산성 있는 회의는 자연스럽게 이끌려온다(그래서 이런 사람들과 좋은 회의를 한다).

스타트업의 회의 문화

개인적 의견이지만, 스타트업만큼 유의미한 경력을 만들어 주는 곳도 없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게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만큼, 많은 책임을 갖고 실제 플레이를 한다.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어떤 회사 대리, 과장급 직원이 이렇게 큰 예산과 매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만약 스타트업 내부 회의에서 의미없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분명 독(毒)이다. 회의에서 동어반복, 사족, 뜬구름, 딴소리를 허용할 만큼 시장은 여유롭지 않다. 회의에서 빠르게 결론을 내지 못하면 다음 스텝을 밟기 어렵다.

만약 스타트업에 채용이 되었는데 첫 회의에서 4종 세트를 만난다면 빠른 퇴사를 권한다. 회사가 크고 안정적이지도 않으면서 나의 유의미한 경력도 챙길 수 없다.

반대로, 이미 '빈곤한 경력'이 자아내는 회의문화에 적응해버린 스타트업 직원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스스로 빠른 퇴사를 결정하기를 기대한다. 당장 있기에 편하게 느껴진다 해서 계속 회사에 다니기로 결정했다면 작은 스타트업 조직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인력이 적으므로 회사는 사수 역할을 해줄 수 없고, 무기력한 본인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작은 업무라도 진정성 있게 수행하고, 그 경험으로 회의에 임한다. 그리고 그 한 번 한 번의 회의가 쌓여 더 좋은 경력을 쌓는 선순환이 되는 것, 모두가 윈윈하는 길이다.

2000년대 연예인 팬페이지를 만들며 웹프로그래밍에 진입했다. 서울대에서 산림과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석사 전공하고 연구개발용 소프트웨어개발 회사 메이코더스를 창업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대상 케이뷰티 추천 알고리즘과 이커머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육아와 창업을 병행하며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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