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공지능 시대,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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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공지능 시대,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 입력 2020-07-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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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기자
이호진 기자

다음달이면 데이터3법 시대가 열린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3법은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댐'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AI 모델을 수출할 때, 특히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정책 GDPR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필수다.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은 개인정보보호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법을 악용할 것에 대한 대안이 너무 없다.

지난 5월 말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사용자 조사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서 제공하는 AI 추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22%만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10명중 8명은 어떻게 되든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006년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공모전에서 텍사스대 연구진은 넷플릭스가 제공한 가명처리된 영화 평점 데이터만으로 개인정보를 재식별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연구진은 IMDB의 평점 데이터와 넷플릭스의 평점데이터를 비교해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사용자를 추측해 냈다.

AI가 가져다 주는 편안함에 무심코 사용하다가는 언제든 내 신상정보뿐만 아니라 기호까지 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라도 가명처리하면 동의없이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점이다. 가명처리를 하면 안전할 것처럼 보이지만 텍사스대 연구진의 넷플릭스 사례를 보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많았기 때문에 이미 노출된 정보라 더 노출돼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지인도 적지 않다.

하지만 AI시대에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목소리나 사진데이터를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발전했다. 얼굴을 합성한 가짜 음란물이나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소지도 그만큼 커졌다.

n번방 가운데 ‘지인능욕방’이라는 곳이 있다. 지인을 딥페이크로 합성한 음란물을 올리는 곳이다. 이 방은 아직도 활개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 사회가 AI 기술 발전이 범죄에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한 암호 시스템을 갖췄더라도 악의를 품고 개인정보를 추출하는 AI모델을 만들면 개인정보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 기술 관련 전문가가 들려준 이야기다. 완벽한 기술방패는 없으니 법과 제도가 나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명처리를 했더라도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는 없는 것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또 처벌안이 너무 솜방망이는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EU의 GDPR는 우리에게도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EU는 왜 개인 한명한명을 위해 동의철회권, 정보이동권, 삭제권 등을 보장했는지도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받아들일 것이 있으면 우리도 적극 수용해야 할 일이다. 

AI 시대에 대비하려면 우리도 미국이나 중국 등 앞서가는 나라를 쫓아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개발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달려 나가기에 앞서 길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한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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