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편집=임채린 기자)
(사진편집=임채린 기자)

가상현실(AR)을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게 만든 게임, 포켓몬고. 이 게임이 출시된 지 어느덧 4년이 훌쩍 지났다. 2017년 1월 국내 정식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 전인 2016년 유일하게 서비스가 된다던 강원도 속초에 인파가 몰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인기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식어버렸다. 다른 게임에 관심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 게임에 스폰을 하던 기업도 하나둘 철수하기 시작했다.

2년간 게임을 했다. 2016년 속초를 향했던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포켓몬고가 향방이 궁금했다. 어떻게 발전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게임을 하고 있을지 알고 싶었다. 게임을 하다 흥미를 못 느낀 사람이 다시 시작했을 때 반응도 궁금했다. 처음 접한 사람에게 여전히 AR 소재가 신기한지에 대한 호기심도 들었다.

이 궁금증의 답을 얻고, 기사를 쓰기 위해 2019년 5월 포켓몬고 앱을 다시 설치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알기 위해 주변 사람을 꼬드겼다. 같이 일하던 기자 한 명(남성)과 PD 한 명(남성), 디자이너 두 명(남자1, 여자1)이 함께 하기로 했다. 여성 디자이너는 포켓몬고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었다. 나머지는 전에 한 적이 있지만 더이상 흥미를 못 느껴 게임을 그만둔 사람들이었다. 2년간 함께 게임을 하며 어떤 점에 흥미를 느끼는지, 게임은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했다.

친구끼리 배틀, 로켓단 등장 등 재미 요소 추가

포켓몬고의 인기가 금새 수그러진 이유는 '재미'였다. 사람들은 만화 속처럼 포켓몬을 잡고, 여행을 다니고, 결투를 하고, 체육관 뱃지를 모으는 등의 재미를 원했다. 하지만 게임은 달랐다. 포켓몬을 마구 잡는 것에서 끝났다. 포켓몬을 잡는 도구인 몬스터볼을 얻고, 잡고, 박사에게 보내거나 보관하거나 선택을 하는 방식이었다. 결투나 대결 등 기대했던 재미 요소는 없었다. 

만화에서는 주인공이 포켓몬과 친구가 되어 여행을 했지만, 게임 유저는 포켓몬을 잡아 박사에게 보내기만 했다. 함께 다시 게임을 시작한 PD는 "만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보다 만화에 나오는 악당인 '로켓단'이 된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시작한 게임은 재미 요소를 더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친구와 대결을 하거나 모르는 사람과 대결을 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길을 다니다 보면 로켓단도 등장했다.

게임 속에서 로켓단이 열기구를 타고 등장했다.(사진편집=임채린 기자)
게임 속에서 로켓단이 열기구를 타고 등장했다.(사진편집=임채린 기자)

포켓스탑(게임 속에서 포켓몬볼이나 도구 등을 얻는 장소, 현실에서의 동상이나 유명 건물, 종교 시설 등이 게임에서는 포켓스탑으로 되어 있다)에서 로켓단이 등장하기도 했고, 만화처럼 열기구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로켓단 보스인 비주기도 출연했다.

"전설의 포켓몬을 잡아라"...레이드 배틀로 커뮤니티도 형성

무엇보다 흥미를 느끼게 한 건 '레이드 배틀'이었다. 레이드 배틀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보스 포켓몬을 쓰러뜨리는 배틀 방법이다. 강하고 희귀한 포켓몬으로 알려진 전설의 포켓몬이나 환상의 포켓몬을 상대할 수 있다. 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10명 이상의 유저가 모여 포켓몬을 상대했다. 배틀에서 이기고 포켓몬을 잡을 때 사용하는 몬스터볼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 긴장감을 더했다. 

레이드 배틀에서 전설의 포켓몬인 그란돈(오른쪽)을 잡기 위해 15명의 유저가 모였다(왼쪽).
레이드 배틀에서 전설의 포켓몬인 그란돈(오른쪽)을 잡기 위해 15명의 유저가 모였다(왼쪽).

레이드 배틀에서 나오는 전설의 포켓몬은 보통 2주 단위로 바뀐다. 어떤 포켓몬이 나오느냐에 따라 인기가 달라졌다.

실제로 전설의 포켓몬 중 하나인 뮤츠가 나왔을 때는 인기가 상당했다. 기자 1명과 디자이너 2명으로 이뤄졌던 채팅 단체방이 뮤츠를 잡기 위해 서로 아는 지인들을 초대해 16명으로 늘어났을 정도였다. 16명 중 시간과 위치가 맞는 사람끼리 모여 레이드 배틀을 했다.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레이드 배틀을 하기 위한 커뮤니티도 있었다. 이들은 레이드 배틀이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공유하고, 하고 싶은 사람끼리 모여 포켓몬을 잡았다. 포켓몬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인기가 없는 포켓몬이 등장할 때는 관심이 덜했다. 근처에 레이드 배틀이 발생해도 사람이 적게 들어왔다. 보통 6명이 동시에 참여해야 포켓몬을 상대할 수 있었지만, 사람이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같은 포켓몬이어도 색이 다른(이로치) 포켓몬도 재미 요소를 더했다. 포켓몬 수집이 이 게임의 메인 요소인 만큼, 색이 다른 포켓몬을 모으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도 펼쳐졌다.

똑같은 포켓몬이어도 색이 다른(이로치) 포켓몬을 수집하는 재미가 있었다.
똑같은 포켓몬이어도 색이 다른(이로치) 포켓몬을 수집하는 재미가 있었다.

게임을 함께 한 여성 디자이너는 "새로운 포켓몬을 모으면서 강하고 특별한 포켓몬을 모으는 게 재밌었다"가 평가했다.

마구 포켓몬만 잡는 지겨운 루틴은 여전히 아쉬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추가됐지만, 포켓몬을 마구 수집하고 필요가 없는 포켓몬을 박사에게 보내는 시스템은 똑같았다. 특히 어느 정도 강한 포켓몬을 소지하기 이전인 게임 초반에는 이 단계를 반복해야 했다. 포켓몬이 약하니 친구와의 배틀이나 레이드 배틀을 하기 어려웠다. 게임을 함께 하기로 한 PD는 처음 이 과정에 다시 질려 게임을 관두고 말았다.

이 과정이 덜 지루하다고 느끼게 해준 것은 새롭게 등장한 포켓몬들이었다. 처음 포켓몬스터 만화가 나왔을 때 등장한 151마리 포켓몬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포켓몬이 출연했다. 새로운 포켓몬을 잡고, 어떤 포켓몬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게임을 함께 한 남성 디자이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포켓몬을 연구하고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포켓몬이 강한지, 어떤 점에 약한지를 공부하며 게임을 즐겼다.

포켓몬스터를 처음 접한 여성 디자이너는 포켓몬의 귀여운 매력에 빠졌다. 그는 "사실 강한 것보다 귀여운 포켓몬을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포켓몬고를 처음 접한 사람은 "새롭고 귀여운 포켓몬을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포켓몬고를 처음 접한 사람은 "새롭고 귀여운 포켓몬을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수집형 외 색다른 스마트폰 AR 게임 필요

전체적으로 게임을 하는 연령은 10~40대 사이로 예상보다 넓은 편이었다. 레이드 배틀을 하기 위해 놀이터에 가보면 초등학생과 직장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전설의 포켓몬을 잡기 위해 한 데 모여 게임을 했지만, 서로 인사는 하지 않고 포켓몬을 잡으면 조용히 사라지며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는 인구는 확실히 처음 출시됐을 때보다 훨씬 줄어든 느낌이었다. 대신 충성도가 높은 매니아층이 두터워보였다.

존 행키(John Hanke) 나이언틱 최고경영자는 포켓몬고 개발 이유에 대해 "게임 속 인센티브를 활용해서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게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간은 전자기기들을 머리에 부착한 채 어두운 방 안에 앉아서 지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오감을 사용해가며 게임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존 행키 CEO의 생각은 얼추 현실로 되고 있다. 밖에 나와서야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람이 있지만, 인기가 있는 포켓몬이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들고 일부로 밖에 나가는 유저들을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켓몬고가 보여준 AR 게임의 한계도 명확했다. 길을 다니며 수집을 하는 것 외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게임을 함께 한 기자는 "레이드 배틀에서 어떤 포켓몬이 뜨느냐에 따라 게임을 하고 말고가 정해진다"며 "좋은 포켓몬을 수집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재미가 결정되는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게임에서 AR 요소는 아직 수집형 외에 큰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AR 글래스 등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다양한 요소의 게임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의 Eye-T]는 IT 소식을 직접 눈(Eye)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획입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IT 기술과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고 발로 뛰며 소개하겠습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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