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②인공지능, 사람, 그리고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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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②인공지능, 사람, 그리고 일자리
  • 입력 2020-09-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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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소설, 영화 등 대중문화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아주 오랜 역할은 바로 인간을 부정하는 악당, 혹은 인간의 악에 맞서 자아를 깨닫는 하나의 주체처럼 사람의 반대에 서는 것이었다. 이 뻔한 클리셰는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존재를 경계하고 때로는 두렵게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마음 한켠으로는 ‘설마 인공지능이 터미네이터처럼 자의식을 갖고 상황을 판단하며 사람을 해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사실 그 정도 기술은 아직 구현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당분간은 볼 수 없긴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처럼 실제 인간의 지성에 대한 도전을 경험하면서 ‘정말 우리는 인공지능과 싸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전쟁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전쟁은 어떻게 포장해도 결국 사람을 더 많이, 효과적으로 죽이는 일이다. 여기에 로봇과 인공지능은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 된다. 벌써부터 작은 드론에 폭탄과 인공지능 기술을 담아 비전 컴퓨팅을 바탕으로 적을 파악해 목숨을 빼앗는 공격 무기가 개발된다.

로봇에 무기를 달고, 여러가지 센서를 바탕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조용히 준비하는 미래 먹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지만 감정을 느끼지 않고 목적만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전쟁의 참혹함은 더해질 것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인류에게 남겨지게 된다.

인공지능은 분명 그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뚜렷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주제로 익숙하게 들어왔던 경고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데이터의 역할과 가치는 더 높아진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은 막강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기술에 ‘인공’이라는 말이 붙어 있기도 하고, 실제 사람이 하던 일을 흉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단순한 편리함 보다 그 역할과 방향성이 더 중요시되는 것이 당연하다. 옳지 못한 역할을 맡게 되고, 우리의 오랜 가치관과 일상을 급격하게 부정하게 된다면 그 기술은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기술이 도덕성 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과 발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다. 인공지능의 역할 중 하나는 인간을 흉내내서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내는 데에 있다. 그게 때로는 깊은 바닷속이나 우주를 탐색한다거나, 원전 사고 수습 등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일을 대체하는 역할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둑을 두고, 신문 기사를 쓰고, 노래를 하는 등 사람의 창의성에 도전하는 일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단순 반복적인 작업들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세계경제포럼이 2016년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또 그만큼 새로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심은 적지 않게 커진 듯하다. 현재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60%는 공부를 마친 뒤 지금 없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 일자리가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인공지능이 진짜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일들은 주로 단순 반복 작업에 몰려 있다. 번거롭고 반복되는 일들이다. 파일을 분류한다거나, 매주 반복되는 자재 주문, CCTV 감시 같은 일들이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규칙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직업의 스펙트럼은 넓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전문직이거나 기술 중심의 일을 하지는 않는다. 우버나 타다 등 승차 공유 서비스보다 자율주행 기술이 택시 산업에 더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해석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때문에 각 정부는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에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경계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특정 일자리를 대신하는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고, 장기적으로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면 근로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와 관계 없이 모두에게 기본 소득을 제공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 기본 소득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효과를 검토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개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사람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기업들이 임금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힘을 받는 주제가 되고 있다.

각 국가는 결국 일자리의 수, 그리고 질에 대해 엄격하게 바라보고, 그 흐름에 따라 직군별로 인공지능 기술의 진입을 제한하거나, 세금을 통해 완급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현재의 불안감을 중심으로 한 ‘직장의 감소’가 전제가 깔려 있는 이야기이고, 인공지능을 통해 다양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수도 있다.

또한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직장보다 직업 중심으로 일의 형태가 바뀔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 4대 보험, 복지 등을 바탕으로 한 고용은 점차 줄어들고, 각자의 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프로젝트 형태의 일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기기관과 분업을 통한 산업화가 우리의 삶의 형태를 바꾸었던 것처럼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의 산업은 이전의 가치를 그대로 끌고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야기한 전쟁부터 일자리까지 인공지능의 가능성만큼 윤리적인 우려는 그저 걱정 수준이 아니라 우리 앞에 당장 와 있는 심각한 현실이다. ‘인공’이라는 것은 인간이 의도하는대로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술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약속과 규칙, 그리고 적절한 규제와 교육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을 꿈꾸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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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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