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공지능(AI)이 코로나19 '심리 방역'을 도울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추석에 이어 올해에도 고향에 내려가기보다는 집에서 홀로 언택트(비대면) 설 연휴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이번 설에는 ‘명절증후군’보다 ‘코로나 블루’가 더 걱정이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 이제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와 ‘코로나 블랙’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대체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인과의 만남이 크게 줄어들고 생활 반경이 축소된 것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코로나 블루(우울감)가 쌓여 코로나 레드(화병)로 분노가 폭발하다 못해 코로나 블랙(암담함)을 느끼는 상황까지 왔다. 이처럼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AI에 기대어 치유 받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24시간 대기하는 AI 상담사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그저 내 고민을 들어줄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카카오톡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올 설 연휴에도 코로나 블루나 가족 문제 등 상담이 필요할 때 카카오톡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분석해 답변을 해준다.
지난해 10월 오라클(Oracle)이 국내 1000여명과 11개국 총 1만2000명의 직원‧관리자‧인사담당자‧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에서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응답자 가운데 80%가 치료사나 상담사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글로벌 평균보다 높은 87%였다.
AI 로봇을 왜 선호할까. 많은 응답자가 자신에 대한 판단이나 선입견‧편견을 갖지 않는 AI 로봇에게 편히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눈치볼 일 없이 언제나 상담을 청할 수 있고 신속하게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기밀 유지도 AI를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 일상을 공유하는 AI 말동무와 AI 반려동물
코로나19로 올해 설도 가족들과 만나지 못한 채 홀로 보내는 이들이 많다. 가뜩이나 일 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하는 아들‧딸과 손주들을 볼 날만 기다려왔던 어르신들은 ‘불효자는 옵니다’, ‘오지 않는 게 효도’ 등 곳곳에 걸린 현수막 문구에 그리움을 삼킨다. 물론 외롭고 힘들기는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우울증 대응 방법 가운데 하나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해소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나 시간‧공간적 제약 없이 일상 속에서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AI 챗봇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AI 챗봇은 마치 사람인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묻고 답하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편안한 말동무가 되고 있다.
또 최근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의심 사례마저 나오는 가운데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AI 반려동물도 주목받고 있다. 소니는 몇 년 전 로봇 개 ‘아이보(AIBO)’에 AI를 입혀 새롭게 출시했다. 아이보는 AI를 이용해 주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행동이 주인을 기쁘게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성격을 형성하고 유대감을 쌓아간다.
지난달 온라인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로봇공학 부문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을 수상한 AI 반려동물 로봇 ‘모플린(Moflin)’도 사랑스러운 외모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에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고 복슬복슬 부드러운 털을 부비면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마치 진짜 살아있는 동물 같다. 게다가 AI 기술을 탑재해 실제 반려동물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주인과 정서적인 교감까지 가능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 AI 추천 힐링 콘텐츠로 마음 면역력 높이기
카카오가 지난해 발간한 코로나 백서에 따르면 AI가 코로나 블루를 달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만 생활하는 '집콕족'들이 늘어나면서 AI 스피커 이용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노인정도 가지 못한 채 혼자 집에 있는 독거 어르신들은 AI 스피커로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웃거나 AI 스피커와 대화하면서 적적함을 달랜다. 특히 AI 스피커가 독거노인의 정서 치료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또 AI 스피커에서 힐링 사운드 등 ‘힐링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된 2월 4주차에 힐링 사운드 이용자는 연초 대비 29%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된 4월 4주차에는 145% 폭증했다.
아울러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돌봐주는 명상 서비스도 인기다. AI 스피커에서 카테고리별 또는 시간대별로 힐링 명상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 들려준다. AI 스피커 이용자의 발화 명령 가운데 ‘힐링 사운드’에 이어 ‘코로나 명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코로나 블루를 AI 스피커 명상 서비스로 해소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우울감과 불면증을 함께 겪는 이들을 위해 체온 체크와 수면 적정 온도 조절은 물론 수면 패턴과 자세를 분석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침대나 개인 맞춤형 AI 수면비서 앱 등도 개발됐다.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심리적 방역 역시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마음 건강도 보살피는 AI 제품‧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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