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에 위치한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
입장 전 앱으로 사용할 신용카드 등록...물건 들고 나오면 자동 결제
40여 대 AI카메라와 150여 개 무게감지 센서 등 첨단 IT 기술 총집합
앱 설치와 제휴가 안 된 카드사 등 불편함 존재
더현대 서울이 층고 높아 무인매장 운영 수월

[편집자 주] 인공지능(AI),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용어들이 이제 낯설지 않다. 거의 매일 온오프라인 매체들을 통해서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관련된 서비스나 기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기술 얘기는 살짝 옆으로 미뤄두고, 생활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AI 기기와 서비스를 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만나보자. 모든 건 흥미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 두근거림과 반짝이는 눈빛은 인공지능시대에도 없어지지 않을 거니까 말이다.

 

(영상=이하나 기자)

언커먼스토어. 더현대 서울 6층에 위치한 무인매장 이름이다. 현대백화점그룹 IT 전문 자회사인 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만든 매장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사용됐다고 알려졌다.

무인매장이라면 자연스레 드는 호기심이 있다. "물건을 훔칠 수 있을까?"이다.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무인매장과는 또 다르다. 무려 백화점이다. 비싼 물건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봤다. 물론 물건을 훔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과연 안전할까 알아보기 위해서다.

언커먼스코어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6층에 있다. (사진=이하나 기자)
언커먼스코어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6층에 있다. (사진=이하나 기자)

앱 설치해야 출입 가능, 결제는 앱을 통해 자동으로!

결과적으로 훔치지 못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훔치기 어렵다. 영화 '나홀로 집에' 나오는 도둑들처럼 무식한(?) 깡이 있어야 시도라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러면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진 못할 거다.

언커먼스토어에 있는 물건을 가방에 넣어가도 주머니에 숨겨 나와도 결제가 된다. 결제시스템 때문이다.

언커먼스토어에 입장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현대식품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결제하는 카드도 등록해야 한다. 이 앱을 켜고 나오는 QR코드를 인식해야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이 절차 없이는 매장에 들어갈 수 없다. 언커먼스토어 매장 앞에는 사람들이 다 이 앱을 깔고 있었다. 

언커먼스토에는 '현대식품관' 앱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찍어야 입장할 수 있다. 동행하는 인원이 있으면 한 명만 앱을 설치해도 된다. (사진=이하나 기자)
언커먼스토에는 '현대식품관' 앱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찍어야 입장할 수 있다. 동행하는 인원이 있으면 한 명만 앱을 설치해도 된다. (사진=이하나 기자)

이 앱은 출입절차 역할도 하지만, 자동 결제를 하는 중요 역할을 한다. 언커먼스토어에 들어가서 물건을 들고 출구를 나오면 앱에 등록한 카드가 자동 결제된다. 물건을 가방에 넣거나 주머니에 넣고 와도 결제가 된다. 매장을 나와서 5~10분 정도 있으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결제가 됐다는 알람이 뜬다. 걸어서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미국 아마존고의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technology)' 기술과 유사하다.

불편한 점도 있다. 앱에 등록할 수 있는 카드가 8개 카드사밖에 없다. ▲신한카드 ▲비씨카드 ▲NH농협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만 된다. 카카오뱅크 카드만 사용하는 입장에선 출입이 불가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일행 중 한 명만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하면 입장이 가능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후배기자 카드를 등록해서 입장해야 했다. 미안했다.

언커먼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아직 제휴된 카드사는 8곳밖에 없다. 카카오뱅크 카드만 사용하기 때문에 입장이 불가해 후배 기자 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정말 미안했다.
언커먼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아직 제휴된 카드사는 8곳밖에 없다. 카카오뱅크 카드만 사용하기 때문에 입장이 불가해 후배 기자 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정말 미안했다.

언커먼스토어의 자동결제 시스템에는 현대IT&E와 KG이니시스의 기술이 쓰였다. 자동으로 나오면서 결제가 되는 프리패스 기술은 현대IT&E가 특허를 낸 기술이다. KG이니시스는 고객이 구매한 물건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제공했다.

KG이니시스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언커먼스토어에 제공한 결제서비스는 간편하고 편리하면서도 최신 트렌드에 맞는 스마트한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언커먼스토어는 고객이 어떤 물건을 샀는지 어떻게 알까?

언커먼스토어에서 고객이 어떤 물건을 선택해 구매하는지 어떻게 알까? 이 역할은 인공지능(AI) 카메라와 무게감지 센서가 한다. 언커먼스토어에 들어가 천장을 보면 40여 대의 AI카메라가 있다. 촘촘하게 감시 중이다.

또 150여 개 무게감지 센서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한다. 무게 변화를 읽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도 알아낸다. 상품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으면 구매 목록에서 제외된다. 카메라 비전 기술과 로드셀 인식 값을 종합해 고객 구매 행동을 파악한다. 정확성도 높다.

언커먼스토어 천장에는 40여 대의 AI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 카메라들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한다. (사진=이하나 기자)
언커먼스토어 천장에는 40여 대의 AI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 카메라들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한다. (사진=이하나 기자)

단 규칙이 있다. 구입 의사가 없어진 상품은 꼭 그 자리에 있었던 자리에 놓아야 한다. 그리고 상품을 집은 사람이 놓아야 한다. 매장 안에서는 같은 일행이어도 물건을 서로 교환해서는 안 된다. 매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제한돼 있다. 최대 10명만 들어갈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두 팀씩만 입장이 허용됐다.

언커먼스토어를 안내하는 직원은 "만약 이 규칙을 거기게 되면 구매하지 않아도 자동결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언커먼스토어에는 규칙이 있다.

1. 매장에는 최대 10명만 입장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두 팀만 입장 허용)

2. 한번 집어 든 물건을 일행이어도 바꿔 들 수 없다. 처음 집어 든 사람이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구입의사가 없어진 상품은 꼭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 이 때 상품을 집어 든 사람이 놓아야 한다.

4. 규칙을 어기게 되면 구매하지 않아도 결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환불은?

규칙을 어겨 결제가 잘못됐거나 구매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커먼스토어에서도 환불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 중 하나를 환불하고 싶다고 안내 직원에게 얘기했다. 직원은 곧바로 환불을 해줬다. 

그런데 이곳은 원래 무인매장이다. 안내 직원이 있다는 건 결국 유인매장이라는 거다. 실제로 언커먼스토어에 방문한 고객 중 한 명은 "무인매장이라더니 결국 직원이 계시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내 직원은 "무인매장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이 많아 안내차 있을 뿐"이라며 "환불은 전화를 하고 물건을 더현대로 가져오면 일주일 내로 환불이 된다"고 설명했다.

언커먼스토어에서 파는 물건은 무엇?

언커먼스토어는 전문 매장 느낌보다는 새로운 유통 IT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처럼 느껴졌다. 안에 있는 물건도 간단했다. 과자와 음료 등 간단한 먹을거리와 치약, 비누,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립밤 등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었다. 주로 해외제품으로 가격은 비싼 편이었다.

언커먼스토어에는 간단한 식음료와 일상용품이 있었다. (사진=이하나 기자)
언커먼스토어에는 간단한 식음료와 일상용품이 있었다. (사진=이하나 기자)

사람이 없는데 날 지켜본다? 어떤 기술로!?

새로운 유통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언커먼스토어에는 다양한 기술이 장착돼있다. 현대IT&E는 무인매장 구현을 위해 고객별 구매 패턴과 동선 등을 자동으로 기록·분석하는 AI 컴퓨터 비전을 개발했다. 데이터 학습에 필요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도 갖췄다.

언커먼스토어에는 AWS 기술도 사용됐다. 현대백화점은 무인매장 구축을 위해 2018년 AWS와 '미래형 유통매장 구현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무인매장을 연구하면서 개발한 핵심기술을 AWS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기면서 구현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고 비용 감소 등을 해결했다. 

지금도 매장 내 고객의 쇼핑 행위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하는 카메라와 센서 데이터를 아마존 키네시스 비디오 스트림·데이터 스트림, 람다 서비스를 통해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내 기기관리와 데이터 라벨링에도 아마존웹서비스(AWS)기술이 쓰인다. 기기관리는 AWS 사물인터넷(IoT) 코어를 통해 이뤄진다. 머신러닝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 처리는 아마존이 만든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그라운드 트루스 소프트웨어로 시행한다. 라벨링된 데이터는 AWS스텝펑션을 통해 학습을 자동화한다. 

언커먼스토에는 카드나 현금으로 따로 결제할 필요가 없다. 현대IT&E와 KG이니시스 기술로 미리 입력해둔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사진=이하나 기자)
언커먼스토에는 카드나 현금으로 따로 결제할 필요가 없다. 현대IT&E와 KG이니시스 기술로 미리 입력해둔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사진=이하나 기자)

무인매장, 왜 더현대 서울에 만들었나?

그러면 현대백화점은 왜 무인매장을 더현대 서울에 구축했을까? 더현대 서울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최신 백화점인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전한다. 천고 높이다.

더 현대는 층과 층 사이가 높다. 나무가 있을 정도다. 층고 높이는 무인매장에서 운용하는 센서 이용에 유리하다. 센서가 인식하는 각도가 넓어지면서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정확도도 높아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은 층고가 높아 무게감지 센서 이용에 유리하다"면서 "천고 높이가 낮게 되면 그만큼 센서가 더 많이 필요하고 지금보다 더 정확한 기술이 필요해 매장 구축에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은 층고가 높아 무인매장 운영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언커먼스토어 매장 크기는 약 10평 규모로 작았다. (사진=이하나 기자)
더현대 서울은 층고가 높아 무인매장 운영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언커먼스토어 매장 크기는 약 10평 규모로 작았다. (사진=이하나 기자)

매장 크기도 기술적인 요소와 상관있다. 언커먼스토어 매장 크기는 33㎡(약 10평) 규모다. 처음갔을 때 상당히 작다고 느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 크기가 작은 것은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매장이 크면 그만큼 AI카메라와 센서가 많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

그는 "조그마한 무인매장을 차리기 위해선 3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면서 "관련 솔루션의 가격 단가가 높아 앞으로 무인매장은 기술력을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데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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