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인공지능(AI),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용어들이 이제 낯설지 않다. 거의 매일 온오프라인 매체들을 통해서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관련된 서비스나 기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기술 얘기는 살짝 옆으로 미뤄두고, 생활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AI 기기와 서비스를 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만나보자. 모든 건 흥미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 두근거림과 반짝이는 눈빛은 인공지능시대에도 없어지지 않을 거니까 말이다.
웨어러블 로봇 착용 체험기. 실제로 입어보니 착용하기 전과 정말 달랐다. (영상=이하나 기자)
전 세계에서 슈트발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아이언맨이다. 평범한 사람이어도 아이언맨 슈트를 입으면 힘이 세지고 움직임도 빨라진다. 하늘도 날 수 있다. 이러한 아이언맨 슈트가 일상에 보급되면 어떨까?
미사일을 쏘지 않고 총알도 막을 순 없지만, 입으면 힘이 세지는 슈트가 있다. 웨어러블 로봇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슈트는 착용자의 힘을 세게 해주진 않는다. 사람의 특정 행동에 힘을 보태줘 적은 힘으로 높은 효과를 달성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제조업이나 물류업, 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육체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줄여주고 신체를 보호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웨어러블 로봇을 입으면 정말 작업하기 편할까? 편하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래서 직접 착용해봤다. 어깨 위 작업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슈트와 무거운 짐을 옮길 때 도움을 주는 슈트, 2종류의 웨어러블 로봇을.
어깨 위 작업할 때 힘 보태줘...의자 들고 1시간 서 있어도 괜찮을 듯
처음 착용한 건 미국 엑소 바이오닉스가 출시한 상체 착용형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에보(EVO)'다. 이 로봇은 높은 곳에 있는 물체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작업자를 위해 개발된 슈트다. 어깨 보조용 로봇이라 불린다. 어깨 위로 팔을 올리고 있으면 스프링이 힘을 지원해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게 된다. 국내에는 이와 비슷한 제품으로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벡스(VEX)'가 있다.
실제로 이 로봇을 착용해 4kg 아령을 양손에 쥐고 들어보니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거뜬하게 들 수 있었다. 4kg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령을 들면 스프링이 튕겨주면서 어깨를 밑에서 들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령을 들고 앞뒤로 어깨를 돌려도 괜찮았고, 계속 들고 있어도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떠들면 뒤로 나가 의자를 들고 서 있게 했던 초등학교 선생님을 다시 만나도 무서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 보조용 로봇 '에보'를 착용하니 4kg 아령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어깨 위로 들고 오래 있을 수 있었다. (영상=임채린 기자)
착용했을 때 불편함도 적었다. 등산 가방을 메듯이 팔을 줄에 끼고 허리를 고정하는 형태였다. 무게는 가벼웠다. 고정대가 있는 빈 등산 가방을 멘 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큰 장점으로 느꼈던 것은 별도의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에보는 스프링으로 작동한다. 물건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릴 때 스프링이 5~15파운드(2.26~6.8kg)에 달하는 힘을 지원해준다. 스프링으로 작동되므로 배터리 등으로 인한 전력공급이 필요하지 않다. 당연히 작업 도중에 장비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국내에 웨어러블 로봇을 공급하는 한국렌탈 관계자는 "에보는 높은 곳에 있는 물체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공정을 반복하는 작업자의 목, 허리, 어깨 보호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해당 슈트가 공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문의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무거운 짐 들고 이동하고 내려놓을 때까지 도와주는 로봇...日 택배사에서 사용
그다음 체험해본 웨어러블 로봇은 일본 파나소닉그룹에서 개발한 '아토운(ATOUN) 모델 Y+kote'다. 이 슈트는 착용자가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들을 때 팔과 허리의 힘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양팔은 12kg, 허리는 10kg에 달하는 힘을 보조해준다. 택배회사나 물류회사, 농업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작업모드는 ▲어시스트 모드 ▲보행 모드 ▲브레이크 모드 3가지다. 배터리로 동작하며 한 번 충전시 4~6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착용은 등산 가방을 메듯 착용하면 됐다. 단 허리를 보호하는 장비인 만큼 다리에도 고정하는 장치가 있었다. 무게는 4kg가량으로 무겁거나 불편하진 않았다.
버튼을 누르면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했다. 전원이 켜졌다는 건 팔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로봇은 물건을 들어 올릴 때, 걸을 때, 내릴 때 각기 다른 모드로 작동했다. 들어 올릴 때는 어시스트 모드, 이동할 때는 보행 모드, 내릴 때는 브레이크 모드가 켜졌다. 각 모드는 사용자이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착용자가 어떤 모드를 별도로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자 AI타임스에서 힘이 가장 약한 이하나 기자도 10kg 물건도 쉽게 들어 올렸다. (영상=김동원 기자)
어시스트 모드는 물건을 들어올릴 때 팔과 허리 힘을 보조했다. 로봇을 착용하지 않고 물건을 들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들었다. 짐을 들고 이동하니 자동으로 보행 모드로 전환됐다. 이 때에는 특별히 힘을 전달하지 않았다. 걸을 때 착용자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 모드였다.
로봇은 물건을 내릴 때도 힘을 전달해줬다. 들 때와 반대로 힘을 전달해 물건을 천천히 내릴 수 있게 했다. 이때 허리를 잡아주는 역할도 해 허리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렌탈 관계자는 "이 로봇은 물류, 건축,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일본 택배회사에 근무하는 여성 택배원이 이 슈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공급 확대되는 웨어러블 로봇...2026년 3조원 시장으로 성장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올해 4억 9900만달러(약 5700억원) 수준에서 2026년 33억 4000만달러(약 3조 8000억원)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에도 웨어러블 로봇 공급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생산 현장에 공급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로봇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도입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에보와 같은 어깨 보조용 로봇인 '벡스(VEX)'다. 이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제품으로 장시간 위를 보고 팔을 올려 작업하는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전기 공급이 별도로 필요 없고, 중량은 2.5kg로 에보보다 40%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다.
웨어러블 로봇은 국내 농작업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11일 팜한농은 현대로템과 웨어러블 슈트의 농작업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팜한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대로템과 함께 웨어러블 슈트 제품의 농작업 적용을 위해 벡스를 비롯한 다양한 로봇의 실증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결과, 벡스는 과수 농업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희준 팜한농 신사업팀장은 "앞으로 작물별, 농작업별로 최적화된 웨어러블 슈트 제품이 공급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웨어러블 로봇 공급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사람이 가위를 사용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웨어러블 로봇도 하나의 도구로서 보편화될 시대가 올 것"이라며 "시장 경쟁과 소재 개발 등으로 가격 단가가 낮춰지면 웨어러블 로봇은 향후 10년 내 누구나 사용하는 도구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 임채린 기자 lynnlim@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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