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람의 눈으로 디지털 활용과 격차의 현장 보여줘
노인과 장애인, 지역적인 문제 등으로 소외된 디지털 계층 문제 다뤄
인간과 기술의 대결구조를 경계해야

(사진=EBS)
노인에게 스마트폰 앱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 (사진=EBS)

어르신들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치 않다. 자녀가 대신 해주지 않으면 카톡으로 휴대폰에 보관하고 있는 사진파일 전송도 어렵다.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프린트로 어떻게 출력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어려워 하는 사람도 많다.

모바일로 기차 표를 예매하지 못한다. 키오스크 작동법을 몰라 식당에 가서 음식 주문을 하지 못해 낭패를 겪는 노인들.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21일 방영된 EBS 특집 다큐 'AI 사피엔스 시대' 는 일반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이 과연 모두를 위한 디지털 기술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도 너무도 어려워 하는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 주문. 일상화된 디지털 세상에서 주문을 못해 '자존심을 상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관련 유튜브 영상]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박막례 할머니]

노인들 뿐만 아니다. 최신 가전제품이 빌트인 된 곳으로 이사를 간 시각 장애인 김현용 교사(서울 구룡중). 김 선생님은 집에 들어가는 출입구 자동문에서는 민감하게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비밀번호를 누르기 어려워 출입 카드가 없인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손의 촉감으로 감지하기가 힘든 빌트인 인덕션 때문에 새로 이사간 집에서 불이 날까봐 라면을 끓여 먹기가 겁난다. 

사용하기 편하고자 버튼이 손에 걸리지 않게 만든 디지털 제품이 시각장애인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감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문제를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AI로 인한 진보는 '살기 어렵다'의 다름이 아닐 수 있다.

경북 봉화 산골에서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건 가능한 일일까? 

'AI시대가 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을 이전부터 언론매체 등에서 지겹도록 되풀이되며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학원은커녕 먼 산골 학교까지 방과 후 학교 선생님 한 분 초빙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 속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은 괜찮은 걸까.  

감귤농사를 짓는 부모님에서 AI스마트팜 키트를 만들고 창업아이템을 내놓는 청년으로 성장한 제주 서귀포산업 과학고 성훈이의 사례는 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다만 그 희망이 지역간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는 처방이 될 수 있을 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배달로봇, 온라인 수업 형태로 등장한 AI기술이 앞으로 등장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또다른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다. 양날의 검처럼 누군가에게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약이 될수도,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김현철 교수는 "세대 간, 지역 간 소외를 만드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모두가 접근 가능한 인공지능이라는 취지에서 AI에 대한 진정한 발전 방향이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선 "소외계층도 고려해서 만든 AI 제품들이 나와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과거에 사람이 타고 다닌 '말'을 예로 들어 인간과 AI의 적절한 관계 설정을 강조했다. 그는 "말과 사람을 대결구조로 두고 달리기를 겨루는 건 어리석고 힘든 짓" 이라고 설명하며, "사람이 말을 타고 가면 더 빨리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인공지능도 이런 말과 같다"고 덧붙였다.

AI타임스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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